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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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더라도 이것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러한 현상에 대해 지나치는 경향이 더 크다. 쉽게 말하자면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난민 사태도 그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크지만 어떠한 액션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냥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만 생각해 왔다. 역사속에서조차 인간이 인간을 향해 있었던 여러 각도의 시각에 대해서도 인류의 지성이 발전해 오기까지의 과정으로만 여겼을 뿐 그것이 미래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해악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보면 인류의 그러한 혐오와 증오 주의는 늘 제자리걸음인듯하고 범죄의 양상은 더욱 교활하고 잔인해짐에 따라 어쩌면 더 퇴보하는 듯한 이미지도 보인다.

책의 저자 카롤린 엠케는 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저널리스트이자 지식인으로 그녀는 인류에게 가장 큰 문제점인 혐오주의에 대해 비판하며 우리에게는 사고의 반성과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주로 유럽 쪽 사회비판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그러한 것들의 원초적인 사고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려있는 타인에 대한 시선들부터 돌아보아야 한다는 점을 크게 시사한다. 각종 혐오나 증오범죄를 접하면서 느끼는 분노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그 증상이 심각한지 여실히 느낄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러한 증상들이 만들어 내는 원인이 어디서 발생하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서두에서 말하는 미움받는 존재들의 열거는 증오의 축이 사방으로 뻗어 있음을 실감하니 사태의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왔다.

"유대인들, 여자들, 정치가들, 흑인들, 레즈비언들, 난민들, 무슬림들 혹은 미국, 정치가들, 서구인들, 경찰들, 언론들, 지식인들이 그렇다. 증오는 증오의 대상을 곧바로 겨냥하며 완벽하게 들어맞는 대상을 찾아낸다. -p.18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러한 증오범죄와 혐오주의에 대한 기사를 접할 때마다 사랑,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걱정, 증오, 혐오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지는 에너지의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며칠 전에 보았던 기사 중에서도 미셸 오바마가 인종 비하 발언을 들었을 때가 가장 속상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러한 적대감은 대체 어디에서 뿌리내리고 있는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
책에는 집단 차별과 제도적 인종주의에 관한 동영상을 예로 들며 여러 각도로 분석을 해 놓고 있다. 난민들의 버스를 막아선 사람들, 흑인을 불신검문하면서 그의 인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대하는 백인 경찰들. 결국 그 흑인은 숨을 거둔다. 분노를 넘어서 허탈하기까지 한 이 심정을 무어라고 얘기해야 할까. 강자가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보다 더 집단적으로 이념적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이 더욱 무차별적이고 다수를 대상으로 죄의식 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그러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그러한 사태에 방조하고 있는 이들의 태도임을 느끼게 되었다. "I can't breathe"라고 외쳤던 그 흑인처럼 이 사회에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이들의 아픔을, 그리고 " It stops today"라고 말하는 순간의 절망과 아픔과 그리고 바람을 공감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타자의 배제에 관한 여러 상황을 동질성, 본연성, 순수성이라는 요소에 빗대어 그 인식의 틀안에서 빚어지는 증오와 혐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한 성질들이 정치와 종교 등의 배경이 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경우를 예를 들어 쉽게 납득시키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보며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그 기본적인 명제조차 왜 지켜지고 있지 않은지, 더불어 민족, 종교, 성별, 그리고 집단 광신주의 등에 그 본질성을 따져보고 우리가 어떠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흔치 않은 현상이나 사람에게는 주의를 기울이거나 존중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신이 공감해봐야 소용없다거나, 아예 공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세계나 헨델의 오페라, 또는 만화에 등장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에 대해서는 기꺼이 공감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가. " -p.164

그러면 안된다는 도덕적인 잣대만으로 지나쳐 버리기엔 우리 사회의 혐오주의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책에서는 인종과 난민이라는 큰 틀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들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나도 모르게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누군가를 배제하고 낙인 찍는 일에 동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를 기울이고 또한 내가 언제 어디서 혐오와 증오의 대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가져본다면 그러한 생각들의 위험성에 대해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과 토론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책을 덮으며 어쩌면 우리가 극혐이란 단어를 너무 남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한다.


증오와 순수의 광신주의에 맞서려면 시민사회와 시민들이 나서서 배제와 포함의 기술들에, 어떤 사람은 보이게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보이지 않게 만드는 인식의 틀에, 개인을 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으로만 보이는 시선의 체제들에 저항해야 한다.
.......
증오의 틀을 무너뜨려야만,
"전에는 서로 다른 것들만 보였던 곳에서 비슷한 것들을 발견할" 때에만 공감이 생겨날 수 있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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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들의 일머리 법칙 - 글로벌 엘리트들에게 혼나면서 배운 성공 일습관
김무귀 지음, 장은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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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의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꼬집는 책들을 펼쳐보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내용이 아이들을 공부만 잘하는 인재로 키워낸다는 것이다. 죽어라 공부만 하다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공부와 일은 별개의 영역임을 깨닫게 되고 직장생활은 생각만큼 뜻대로 되지 않는다. 물론 사회의 구조적의 개선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우선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기 이전에 업무에서 내가 갖추어야 할 역할은 무엇인지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직장에서 잘 살아남아 일도 커리어도 승승장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만족스러운 삶이겠는가.

이 책은 저자가 세계 각국에서 배운 일머리 교훈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비법책이다. 꼼꼼한 일머리 부족을 메울 똑똑한 직장인들의 성공 일 습관이 담겨 있어서 그런지 저자도 책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일본 경제경영서 대상의 영광을 안고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보다 '미움받을 용기'는 서랍 속에 넣어 두라고 과감히 말하는 저자의 용기에 웃음이 났고 재일교포 3세임에도 그의 대한민국을 향한 사랑과 애정은 진심으로, 한국의 꿈꾸는 청년들에게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러한 저자의 당당함 뒤에는 정중함도 묻어난다. 그가 우수한 인재들에게서 배웠다는 비지니스 교훈은 열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그 이상의 것이 들어있다. 그것은 땅 위의 현실을 직시한 이야기들로 직장생활뿐 아니라 인생의 자신감까지도 부여하여 결국은 자기다운 인생을 찾아가게끔 도와줄 것이다.

" 인생은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를 깨닫는 자가 이긴다."
" 진짜 자아실현이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의 행복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이다." -p.279

책의 전체적은 포맷은 여러 자기 계발서의 그것들과 큰 차이점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의 능력이 단연 돋보이는 점이 눈에 드러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과감히 폰트에 컬러를 주었고 각 단락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모범생의 노트 정리를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한번 더 새길 수 있게 했다.  일머리 법칙의 큰 틀을 5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일을 하기에 앞서 '기본을 인지'하고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어느상황에서나 이길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진다. 그리고 나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면 그에 맞는 '리더십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나를 이루어 '만족스러운 인생'을 즐기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 이야기 중 솔깃하는 내용은 무엇이 있을까.

 

 

첫 장에서는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기본적 소양을 키우는 일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실질적으로 이것이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을 보면 이 기본적인 것조차도 안되어 있는 이들이 태반이다. 그러고 보니 작년에 지인이 직원을 둘 뽑았는데 요즘 애들은 다 그러냐는 말을 시작으로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다. 이유인 즉 정말 시키는 일만 하며 본인의 의무는 뒤로하고 권리만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은 일 못하는 직원은 살아남을 수 없듯이 직원을 새로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을 탓하기도 했었다.  저자가 말하는 쓰기, 말하기, 정리하기 이 세 가지는 업무에 있어서 기본 중에 기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것들은 타인이나 윗사람에게는 좋은 이미지로 비칠 수 있기에 좋은 습관으로 굳히는 것이 필요하다. 

2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자기관리를 요구한다.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계획하고 시간을 엄수하는 것 정도는 여느 계발서의 내용과 다를 바 없지만 여기서는 복장과 외모에 대한 부분을 지적한 점이 새로웠다. 이 부분을 잘 설명했던 영화가 생각이 났는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갓 입사한 여주인공이 외모관리에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조금은 납득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저자는 자기관리가 철저한 사람일수록 뚱뚱한 사람은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하면서 외모도 경쟁력임을 망설임 없이 이야기한다. 물론 외모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정답은 아님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적 외적으로 건강한 나를 유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생활리듬을 강조하고 있다.

3장 이기는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에서 핵심적인 이야기는 본인의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든 사소한 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일에 대한 주체성과 도전정신은 결국 나를 최고 수준의 일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 주는 원동력이므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애정을 쏟아야 함을 강조한다. 


"똑똑하기만 하고 너무 신중한 사람보다는 'IQ'는 평범하지만 남보다 앞서 움직이는 행동력 있는 사람이 결국 뭔가를 이루어낸다." -p.150

4장에서는 따르는 리더들의 이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내가 주체가 되어 모범이 되면 아랫사람으로부터의 믿음과 신뢰는 당연히 따라온다는 점을 강조한다. 운전기사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지 못하면 진짜가 아니야! 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 운전기사들의 잇따른 폭로로 무개념 가짜 기업인들의 실태를 낱낱이 보아왔다. 그래서 진정한 기업인의 모습을 확인하려면 주변인들이 내리는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며칠 전 전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주었던 기업의 기사가 실시간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회사 오뚜기의 기업적 청렴성에 대한 희망을 보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직원과 소비자를 소중히 생각하는 오너의 자질이 모든 기업인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직의 변화는 역시 사장 스스로 몸소 뭔가를 보여주는 데 달려있다." -p.219

5장은 자아실현에 관한 부분으로 저자가 가장 손을 많이 댄 부분이라고 한다. 뭐든 비슷한 문장은 독자를 설득하기에 한계가 있지만 지인들의 경험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여러 사례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인생을 잘 살수 있는 방법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우선은 엉뚱한 곳에서도 재능을 발견할 수 있으니 좋아하는 일에는 도전정신을 아끼지 말라고 한다. 결국 그렇게 얻는 열정은 또 다른 시너지를 발휘하고 또한 나의 인생 가치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Not or Never 문장처럼 항상 평생 공부한다는 일념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요즘 자주 거론되고 있는 백세 인생을 위한 필수 덕목이기도 한데 서드에이지(third age)를 준비해야 하는 중장년층들은 반드시 숙고해야 하는 문제이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자들에게 보고 배우며 시작도 하기 전에 인생의 무게감에 짓눌려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자기 긍정감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한다. 취업난과 경제적 상실감이 커져가는 사회 풍조로 인해 열등감은 커져만 가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무너져가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긴 하지만 나약한 정신 상태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인생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면 무슨 일이든 도전해보며 실패를 밑거름 삼는 긍정적 마인드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점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믿는다면 말이다.  이 책은 인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더구나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올인하는 책도 아니다. 좀 덜 벌더라도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 길들인 좋은 습관들이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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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3 -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 : 더 이상 인간은 외롭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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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간이 되어 난처한 미술 이야기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미술사 책은 지난해 나의 관심도서 목록에 있었던 책이다. 미술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역사 책을 읽다 보니 생각만큼 틈이 주어지지 않았었는데 운 좋게도 이번에 출간된 3권은 내게 강제적 시간을 부여해 주었다. 책을 몇 장 넘기고 나자 들었던 생각은 오로지 하나! '재밌다'였다. 미술사가 역사보다도 더 재밌게 다가오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중세 미술에 푹 빠져있는 내가 보였다. 오죽하면 학창시절 부전공을 미술사를 선택해볼걸 하는 후회감과 함께 말이다.

내게 있어 사회평론은 이미 용선생 시리즈로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었기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역시나 책은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화 형식의 구조가 우선은 마음에 들었으며 질문의 수준도 일반인들이 툭툭 던질 수 있는 가벼운 질문들과 독자들이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을 반문해 주다 보니 한층 더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용선생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나선애의 정리노트와 동일한 난처한 군의 필기노트 페이지는 복습효과를 주어 제대로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1.2권의 역사에 이어 3권은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에 관한 부분이다. 다행히 두 달 전 읽은 용선생 세계사 시리즈 2권은 비슷한 역사의 연장선이라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책에서도 질문자가 언급했듯이 알고 있던 서양이 점점 퍼즐을 맞추듯 조각조각 완성되어감에 뿌듯함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화려한 그리스 로마 문명을 뒤로하고 서서히 부상한 기독교는 국교로 공인된 이후부터 화려한 꽃을 피운다. 그래서 기독교 문명이 자리 잡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 독자의 이해를 한층 더 돕는다.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그 이전의 미술사는 일시적으로 퇴보하는 현상을 보였는데 그 시절의 조각품과 밀로의 비너스를 함께 놓고 보았을 때 눈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박해받던 기독교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되면서 문명의 장소도 지하에서 지상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공인되기 전 기독교의 박해에 관한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폭군 네로가 기독교인을 인간 횃불로 썼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종교적 신앙은 무수한 미술의 소재로 이용되어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신앙 하나만으로 빚어낸 작품이라기엔 인간의 손끝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입이 벌리지는 작품들 투성이었다.

또한 초기 기독교 작품 속 예수의 모습이 상당히 젊고 어려 보였는데 점차 지금의 이미지로 자리 잡히기까지의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신이 존재 유무를 떠나 탄생한 신의 존재는 또 인간들에 손에 의해 재탄생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믿음과 교리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건축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연 교회 건물일 텐데 그 당시 사용된 바실리카 양식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당시의 건축기술의 훌륭함에 감탄하였지만 원형 교회의 대표 건물인 산타 콘스탄차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은 나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얽힌 다양한 종교적 분쟁에 대한 역사적 사실 중 흥미로웠던 것은 바위 돔 사원 하나에 다양한 종교의 성지가 모여 있는 모습이 희한하기도 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다리에 관한 일화를 통해 인간이 먼저인지 종교가 먼저인지 아이러니함도 느꼈다. 또한 그것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도 답답함을 주었으나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문화재를 보며 제발 분쟁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렇듯 계속 교회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보니 대부분 건축물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초기 기독교 시기의 최초의 교회인 하기아 소피아는 그 모습만으로도 판타지스럽다. 오죽하면 주인이 여러 번 바뀌어도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살아남았다고 하니 언젠가는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웅장함에 넋을 놓고 있다 그 다음 장에서 본 내부 사진은 빛이 나서 눈이 부실 정도다.
여기서 또 다른 매력에 빠진 것이 모자이크화인데 신앙심이 없다면 이런 정성스러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인클라세 성당 앱스의 모자이크화는 금색과 초록색의 조합이 특색 있으면서도 목가적인 풍경이 더욱 내 맘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기독교 미술의 화려함은 그 신앙의 깊이와 함께 하였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우상이냐 성상 숭배냐를 두고 논쟁이 붉어지다 레오 3세에 의해 성상 숭배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많은 미술작품들이 수난의 시기를 맞이한다. 지워지고 사라지고를 거치는 동안 종파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고 각각이 내세웠던 교리만큼 미술의 변화도 다이내믹한 변화를 이룬다.
로마의 쇠락과 지금의 유럽을 만든 여러 이민족들의 이동 및 4세기 중반 본격적인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기독교 문명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여러 이민족의 문화에 숨어든 기독교의 문명은 각지의 수도원에서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한다. 그래서 수도원의 역사와 중세 수도사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으로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은 실로 인류에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기기도 했다. 책의 역사에서도 보았던 캘즈의 서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니 그 가치가 얼마나 큰 것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이처럼 초기 기독교 시대의 서유럽을 다양한 미술작품을 통해 재구성해봄으로써 더욱 역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의 두께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여서 누구나 쉽게 미술사에 대해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칫 너무 멀고 지루할 것 같은 역사 공부가 부담이 된다면 미술사를 통해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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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감정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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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복잡 다양한 감정들에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에게 주어진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형태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연구되어오고 있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공인된 해답 지란 없다. 그러나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의 종류들을 좀 더 구체화하고 세분화하여 연구하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더구나 과거보다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할수록 심리적인 갈등과 서툰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가에게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심적으로 힘이 들 땐 주변인들보다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고 조언을 해 줄 심리상담사를 찾는 일이 예전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도 저자가 수많은 상담 경험을 우리가 감정이라는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감정에 지배되는 삶을 살지 않을 것임을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평소 감정에 서툴거나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영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내용이다. 무엇보다 심리 책이라는 것이 자칫 도덕 교과서 같은 내용일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대입해서 읽다 보면 분명 얻어 갈 점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은 시간과 연륜이라는 나름의 무게로 그러한 서툰 감정의 선에서 어느 정도 비껴 나 있는 듯하지만 나 자신조차도 감정에 힘들었던 시기가 물론 당연히 있었다. 물론 내가 그때 이러한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덜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장담은 못하겠지만 무게감은 덜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소극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심리 책보다는 소설책을 찾았고 그냥 무던하게 세월에 견뎌왔었다.  하지만 나도 한때 정말 힘들 때에는 심리치료사를 찾은 적도 있었기에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감정의 지식을 이해한다면 조금은 나의 인생에 빛을 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떠올랐다. 인간의 두뇌 속에 자리 잡은 각각의 감정의 캐릭터인 버럭이, 까칠이, 기쁨이, 소심이, 슬픔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히고 설키어 있는지를 통해 아이들에겐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를 주고 어른들에겐 인생의 철학까지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은 슬픔이가 의도하지 않게 저지르는 돌발적인 행동에 주목했을 것이다. 기쁜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에도 불쑥불쑥 나타났던 슬픔이란 감정은 주인공 여자아이의 내면에 잠재된 슬픈 기억에 인한 것이었고 슬픔의 근원지를 찾고 그 슬픔을 치유함으로써 진정으로 행복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즉 감정이란 각각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상호의존성을 띠며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슬픔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기쁨으로 위장하려는 행위도 위험한 일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충분히 공감하였듯이 이처럼 인간이 감정에 지배당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불필요한 갈등의 늪에 빠지게 되고 삶의 의미를 느끼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느끼는 감정의 원인과 해결를 통해 더욱 편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러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게 되고 또한 나의 감정에도 솔직하기가 어려워진다. 우선은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과 생각과의 거리를 두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감정에 지배를 당할 경우 더 많은 분노와 짜증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충동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없듯 책에서도 인간의 감정에서 가장 위험한 분노에 대해서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분노가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형태를 자각하고 그러한 상황별 분노에 지배되지 않기 위해 그 분노를 달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반대로 갈등을 회피하거나 슬픔을 감추려는 행동도 차후의 분노를 키우는데 무서운 행동이다. 이미 자신을 어둠 속으로 가두기 시작하고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결코 지나쳐서는 안된다. 내가 소중하다면 나의 불편한 감정 상태를 상대방에게 표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슬픔이라는 모호한 감정은 슬픔 자체에 충실하는 편이 더 좋으며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우울한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강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최근 SNS 사용의 급증은 더욱 그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특히 인생의 경험이 짧은 젊은 세대일수록 질투라는 감정의 강도에 따라 자신의 성격 형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질투를 하는 입장과 반대로 질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에 대해서 언급한 점도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그러한 쪽으로 집착적 성향을 띤다고 생각하면 애정결핍은 아닌지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행복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를 두는 것도 자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내면의 자존감을 튼튼하게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감정 표현에 서툴 수밖에 없다. 또한 완벽하게 나와 잘 맞는 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그 감정의 기본적인 지식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의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을 피하지 않고 해결점을 찾다 보면 어느새 내적으로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지혜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고유한 존재로 만드는 내면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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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영어 가이드북 - 45개국 여행자 차성희가 알려주는 트래블러를 위한 여행영어의 모든 것 (원어민 MP3 + 팟캐스트 음성강의 무료 제공)
차성희 지음 / C&K English(씨앤케이잉글리쉬)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은 트래블러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가장 부럽다. 그래서 심심찮게 여행 가이드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미 마음은 타국의 이곳저곳을 떠다니고 있긴 하지만 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은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또 다른 핑계거리들이 내 발을 묶어놓고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나의 떠나기 위한 준비는 계속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의 저자 차성희씨는 여행을 좋아해서 영어를 공부했고 그렇게 떠난 여행은 그녀가 또 배낭을 꾸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마력 같은 것이었다. 그녀가 45개국을 돌아다니며 경험한 시간들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었을 것이고 그러한 행복감을 영어라는 장벽에 갇혀 느껴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꼭 전하고픈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첫 장을 펼치면 벌써부터 미각을 자극하는 세계 각국의 음식 사진들이 유혹의 미소를 건넨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신기한 음식 사진이 한가득이다. 그리고 저자의 짧은 인사말과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유영혼을 가진 자의 미소가 이런 모습이구나..라며 그녀를 뒤넘어 보이는 피라미드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에 내 모습을 오버랩해보는 상상과 함께.. ㅎ


 

 

책은 8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으며 우리가 여행의 시작점을 알리는 공항에서부터 현지에 도착해서 머무를 숙소나 교통, 음식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상황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어 문장을 제공한다. 자칫 그녀가 여행을 많이 하여서 그 외 다양한 정보가 더 있지나 않을까 기대하기는 하였지만 책의 두께감을 비춰보니 생각만큼 많은 팁이 들어있지는 않다. 어찌 되었든 영어는 발걸음 수준이나 제자리걸음인 이들이라면 그때그때 활용할 수 있는 문장들에 도움을 받을 것이고 틈틈이 알려주는 추가 정보 정도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좀 더 세세한 정보는 검색을 더 해보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여행 시작점부터 일어나는 장소나 상황들이 다양한 것이 장점인 책이며 그녀의 여행 경험으로 알려주는 소소한 주의점은 새겨볼 만한다. 낙타를 타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점, 교통수단은 무엇이 제일 좋은지, 물보다 맥주가 싼 곳, 육류를 실컷 즐길 수 있는 브라질, 집에서 챙겨온 욕실 슬리퍼의 유용함, 공용 로커를 사용하기 위한 자물쇠는 필수품목이라는 것등은 경험한 자들의 노하우이므로 즐거운 정보다.
무엇보다 내게 제일 중요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는데 평소 장이 예민한데다 여행만 하면 장트러블로 고생하기에 화장실 걱정이 제일 앞서기도 하였다. 한 페이지에 간략하게 언급이 되어 있긴 하지만 영수증 하단에 화장실Key 번호가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역시 화장실 서비스 문화는 우리나라만 한 곳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제일 큰 두려움은 위급상황이 발생하였을 때인 만큼 그녀의 경험담을 통해 조금은 누그러뜨려볼 수도 있겠다.

 

 

 

조금은 심플한듯하지만 그녀가 알려주는 영어 문장은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고 문장 수준도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한두 번 경험을 통해 숙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책속에 실린 사진이 전부 그녀가 찍은 사진인데 느낌좋은 사진이 많아 좋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세계 각국의 맥주 사진으로 마무리하고 있는데 그녀의 물보다... 맥주! 사랑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절절 끊고 있는 여름.. 정말 코끝을 찌릿하게 만드는 맥주 사진이 내 마음을 더 흔들어 놓는 순간이었으니~~
영어공부라는 짐을 덜어내고 여행경험의 유무를 떠나 책속에서 전해지는 그녀의 여행기운은 많은 이들에게 떠나고자하는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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