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3 -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 : 더 이상 인간은 외롭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3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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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출간이 되어 난처한 미술 이야기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미술사 책은 지난해 나의 관심도서 목록에 있었던 책이다. 미술사에 관심은 있었지만 역사 책을 읽다 보니 생각만큼 틈이 주어지지 않았었는데 운 좋게도 이번에 출간된 3권은 내게 강제적 시간을 부여해 주었다. 책을 몇 장 넘기고 나자 들었던 생각은 오로지 하나! '재밌다'였다. 미술사가 역사보다도 더 재밌게 다가오리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중세 미술에 푹 빠져있는 내가 보였다. 오죽하면 학창시절 부전공을 미술사를 선택해볼걸 하는 후회감과 함께 말이다.

내게 있어 사회평론은 이미 용선생 시리즈로 출판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었기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역시나 책은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대화 형식의 구조가 우선은 마음에 들었으며 질문의 수준도 일반인들이 툭툭 던질 수 있는 가벼운 질문들과 독자들이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을 반문해 주다 보니 한층 더 기억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용선생 시리즈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나선애의 정리노트와 동일한 난처한 군의 필기노트 페이지는 복습효과를 주어 제대로 공부하는 느낌이 들었다.

1.2권의 역사에 이어 3권은 초기 기독교 문명과 미술에 관한 부분이다. 다행히 두 달 전 읽은 용선생 세계사 시리즈 2권은 비슷한 역사의 연장선이라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책에서도 질문자가 언급했듯이 알고 있던 서양이 점점 퍼즐을 맞추듯 조각조각 완성되어감에 뿌듯함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화려한 그리스 로마 문명을 뒤로하고 서서히 부상한 기독교는 국교로 공인된 이후부터 화려한 꽃을 피운다. 그래서 기독교 문명이 자리 잡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어 독자의 이해를 한층 더 돕는다.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까지 그 이전의 미술사는 일시적으로 퇴보하는 현상을 보였는데 그 시절의 조각품과 밀로의 비너스를 함께 놓고 보았을 때 눈을 의심하기도 하였다. 박해받던 기독교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공인되면서 문명의 장소도 지하에서 지상으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공인되기 전 기독교의 박해에 관한 내용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폭군 네로가 기독교인을 인간 횃불로 썼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종교적 신앙은 무수한 미술의 소재로 이용되어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신앙 하나만으로 빚어낸 작품이라기엔 인간의 손끝은 과연 어디까지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입이 벌리지는 작품들 투성이었다.

또한 초기 기독교 작품 속 예수의 모습이 상당히 젊고 어려 보였는데 점차 지금의 이미지로 자리 잡히기까지의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신이 존재 유무를 떠나 탄생한 신의 존재는 또 인간들에 손에 의해 재탄생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믿음과 교리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건축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연 교회 건물일 텐데 그 당시 사용된 바실리카 양식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당시의 건축기술의 훌륭함에 감탄하였지만 원형 교회의 대표 건물인 산타 콘스탄차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은 나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얽힌 다양한 종교적 분쟁에 대한 역사적 사실 중 흥미로웠던 것은 바위 돔 사원 하나에 다양한 종교의 성지가 모여 있는 모습이 희한하기도 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사다리에 관한 일화를 통해 인간이 먼저인지 종교가 먼저인지 아이러니함도 느꼈다. 또한 그것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도 답답함을 주었으나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되고 있는 문화재를 보며 제발 분쟁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렇듯 계속 교회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보니 대부분 건축물에 대한 내용이 많은데 초기 기독교 시기의 최초의 교회인 하기아 소피아는 그 모습만으로도 판타지스럽다. 오죽하면 주인이 여러 번 바뀌어도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살아남았다고 하니 언젠가는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부의 웅장함에 넋을 놓고 있다 그 다음 장에서 본 내부 사진은 빛이 나서 눈이 부실 정도다.
여기서 또 다른 매력에 빠진 것이 모자이크화인데 신앙심이 없다면 이런 정성스러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장인정신이 돋보인다. 인클라세 성당 앱스의 모자이크화는 금색과 초록색의 조합이 특색 있으면서도 목가적인 풍경이 더욱 내 맘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기독교 미술의 화려함은 그 신앙의 깊이와 함께 하였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에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우상이냐 성상 숭배냐를 두고 논쟁이 붉어지다 레오 3세에 의해 성상 숭배 금지령이 떨어지면서 많은 미술작품들이 수난의 시기를 맞이한다. 지워지고 사라지고를 거치는 동안 종파는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고 각각이 내세웠던 교리만큼 미술의 변화도 다이내믹한 변화를 이룬다.
로마의 쇠락과 지금의 유럽을 만든 여러 이민족들의 이동 및 4세기 중반 본격적인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기독교 문명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여러 이민족의 문화에 숨어든 기독교의 문명은 각지의 수도원에서 새로운 문화로 재탄생한다. 그래서 수도원의 역사와 중세 수도사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운 부분으로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은 실로 인류에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기기도 했다. 책의 역사에서도 보았던 캘즈의 서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나니 그 가치가 얼마나 큰 것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이처럼 초기 기독교 시대의 서유럽을 다양한 미술작품을 통해 재구성해봄으로써 더욱 역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책의 두께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흥미진진하여서 누구나 쉽게 미술사에 대해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칫 너무 멀고 지루할 것 같은 역사 공부가 부담이 된다면 미술사를 통해 먼저 만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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