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감정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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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복잡 다양한 감정들에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에게 주어진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의 형태는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연구되어오고 있지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공인된 해답 지란 없다. 그러나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의 종류들을 좀 더 구체화하고 세분화하여 연구하는 작업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더구나 과거보다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할수록 심리적인 갈등과 서툰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전문가에게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정말 심적으로 힘이 들 땐 주변인들보다 나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고 조언을 해 줄 심리상담사를 찾는 일이 예전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도 저자가 수많은 상담 경험을 우리가 감정이라는 기본적인 지식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감정에 지배되는 삶을 살지 않을 것임을 전하고자 한다. 그래서 평소 감정에 서툴거나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영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내용이다. 무엇보다 심리 책이라는 것이 자칫 도덕 교과서 같은 내용일지라도 책을 읽는 동안은 나의 경험에 비추어 대입해서 읽다 보면 분명 얻어 갈 점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은 시간과 연륜이라는 나름의 무게로 그러한 서툰 감정의 선에서 어느 정도 비껴 나 있는 듯하지만 나 자신조차도 감정에 힘들었던 시기가 물론 당연히 있었다. 물론 내가 그때 이러한 사실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덜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장담은 못하겠지만 무게감은 덜었을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소극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심리 책보다는 소설책을 찾았고 그냥 무던하게 세월에 견뎌왔었다.  하지만 나도 한때 정말 힘들 때에는 심리치료사를 찾은 적도 있었기에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감정의 지식을 이해한다면 조금은 나의 인생에 빛을 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게도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떠올랐다. 인간의 두뇌 속에 자리 잡은 각각의 감정의 캐릭터인 버럭이, 까칠이, 기쁨이, 소심이, 슬픔이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얽히고 설키어 있는지를 통해 아이들에겐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를 주고 어른들에겐 인생의 철학까지 이야기했다.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은 슬픔이가 의도하지 않게 저지르는 돌발적인 행동에 주목했을 것이다. 기쁜 순간에도 행복한 순간에도 불쑥불쑥 나타났던 슬픔이란 감정은 주인공 여자아이의 내면에 잠재된 슬픈 기억에 인한 것이었고 슬픔의 근원지를 찾고 그 슬픔을 치유함으로써 진정으로 행복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즉 감정이란 각각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상호의존성을 띠며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슬픔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기쁨으로 위장하려는 행위도 위험한 일임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충분히 공감하였듯이 이처럼 인간이 감정에 지배당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불필요한 갈등의 늪에 빠지게 되고 삶의 의미를 느끼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느끼는 감정의 원인과 해결를 통해 더욱 편안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러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면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게 되고 또한 나의 감정에도 솔직하기가 어려워진다. 우선은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과 생각과의 거리를 두어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감정에 지배를 당할 경우 더 많은 분노와 짜증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충동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후회해본들 아무 소용없듯 책에서도 인간의 감정에서 가장 위험한 분노에 대해서 상세히 안내하고 있다. 분노가 발생하는 여러 가지 유형의 형태를 자각하고 그러한 상황별 분노에 지배되지 않기 위해 그 분노를 달랠 수 있는 방법도 알려준다.
반대로 갈등을 회피하거나 슬픔을 감추려는 행동도 차후의 분노를 키우는데 무서운 행동이다. 이미 자신을 어둠 속으로 가두기 시작하고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에 결코 지나쳐서는 안된다. 내가 소중하다면 나의 불편한 감정 상태를 상대방에게 표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슬픔이라는 모호한 감정은 슬픔 자체에 충실하는 편이 더 좋으며 기분이 나아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우울한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강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최근 SNS 사용의 급증은 더욱 그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특히 인생의 경험이 짧은 젊은 세대일수록 질투라는 감정의 강도에 따라 자신의 성격 형성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 여기서 질투를 하는 입장과 반대로 질투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에 대해서 언급한 점도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그러한 쪽으로 집착적 성향을 띤다고 생각하면 애정결핍은 아닌지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행복해야 한다는 막연한 기대를 두는 것도 자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내면의 자존감을 튼튼하게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감정 표현에 서툴 수밖에 없다. 또한 완벽하게 나와 잘 맞는 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그 감정의 기본적인 지식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의 방향으로 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살아가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을 피하지 않고 해결점을 찾다 보면 어느새 내적으로 성장해 있는 내 모습이 보일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지혜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고유한 존재로 만드는 내면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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