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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 도둑을 찾아라! ㅣ 숨 쉬는 역사 13
고수산나 지음, 김준영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10월
평점 :
언제였더라.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영재를 소개하는 프로였었고, 똘망똘망하게 빛나던 한 남자아이의 자신감도 떠오른다. 그 아이가 유독 관심을 보였던 분야는 외국으로 흩어져 있던 우리의 문화재였다. 잃어버린 혹은 빼앗긴 문화유산에 관한 책이 남긴 감정이 안타까움과 분노였다면 그 아이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희망과 안도감이었다. 역사를 향한 열의와 흩어진 우리의 유산을 꼭 찾겠다던 당찬 포부에 절로 미래가 든든해졌었다.
이 책은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이야기의 틀을 짰다. 주변국과 강대국의 침략이 잦았던 우리는 꽤나 많은 유산을 빼앗겼었고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유산의 수도 상당하다. 지금도 문화재 찾기 운동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그랬기에 그러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어린이문고는 역사를 이해하는데 훌륭한 참고서가 된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느꼈던 감정의 경로를 아이들도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인지를 고심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일제강점기 만큼 아픈 역사는 없다. 일본은 조선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악랄하게 들쑤셨다. 그 시절 아무런 힘도 없었던 조선은 그저 당하고 또 당하는 수모를 참고 견뎌야 했다. 때는 온통 일본인들로 득실거리던 일제강점기 경주로 향한다. 100년 전, 그곳에는 그 시절을 힘겹게 버텨내고 있던 사람들이 있었다. 주막집을 하던 순금이네, 순사보 아버지를 둔 정수네, 집안일을 책임지고 있던 기복이네. 어느 누구도 시절의 칼바람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작가는 세 아이를 중심으로 그 시절의 서러움과 분노를 잘 드러내고 있다.
경주는 문화유산의 보고다. 그만큼 묻혀 있는 유산도 상당했다. 주막집을 하던 순금이네는 집을 더 늘리려고 공사를 하던 중 유물이 출토된다. 아이들의 흙장난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 낸 무덤 속 유물들에 갑자기 공사는 중단되고 일본의 간섭으로 살던 집마저 옮겨야 했다. 문화재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것이기에 일본 역시 우리의 유산을 탐냈다. 경주에 조선 총독부 박물관 분관까지 둔 것은 나름 계산된 행동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손을 통해 드러난 유물을 전시실에서 바라보며 그 생김새에 놀라며 화려했던 신라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금관고에 보관해 둔 금관총 유물들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유물은 여기저기서 거래되고 있었다.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일부 무지한 사람들은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유물을 팔아넘기기도 했다. 기복이는 기복이 형이 절터에서 주운 유물을 판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되려 친구들의 질타를 받게 된다. 어떻게 문화재를 하다가도 결국은 기복이 형이 소작료를 내지 못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사연에 그 어쩔 수 없음을 헤아리게 된다.
일본인의 소행이든 돈에 눈이 먼 조선인의 소행이든 유물의 행방은 묘연하다. 경찰서장은 마을을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하는 데 범인을 잡겠다는 사명의 그늘에는 유물에 대한 소중함보다 자신의 출세욕이 앞서 있었다. 그 와중에 이집 저집 뒤집던 아베 순사는 기복이네에서 엄마의 유품인 경대를 발견하고 탐을 낸다. 이미 순사의 눈앞에 드러난 물건이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결국 이런저런 핑계를 갖다 붙여 경대를 빼앗아간 순사에 기복은 분노가 인다. 어떻게든 엄마의 유물을 찾고자 하는 의지에서 순사를 미행했으나 우연히 기복은 사라진 유물의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기복은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전하게 되고 세 아이는 나름의 작전을 세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향해 줄 것인가. 세 아이들의 용감한 활약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청어람 주니어에서는 독후 활동지가 제공된다. 이번에는 마스킹 테이프도 사은품으로 왔다. 독후 활동지는 정말 정말 강추! 특히 낱말퍼즐은 어려운 단어를 짚고 나갈 수 있어 좋았다. 나도 막히는 단어가 있다. 책에서도 낯선 단어에 주석이 달려 있지만 금방 잊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라 함께 맞추어보면서 머릿속에 콕 넣어두면 좋겠다. 코스모스가 옛말로 살살이꽃이라는 건 나도 처음 알았다. 어감이 너무 예쁘지 아니한가.
독후 활동지를 하면서 정수 할머니의 말을 통해 본 우리 민족의 감정이나 교장의 말을 통해 본 일본인의 두 얼굴에 대해 생각하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유물을 되찾기까지 어떤 자세가 필요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뜻깊은 시간이 되겠다.
오늘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75년째 되는 날이다. 주시경 선생이 '한글'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한 해는 1912년이고 이야기의 시대상과 멀지 않다. 이야기 속에서 기복이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 글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유물의 단서를 발견했던 순간 글을 읽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며 한글 공부에 의지를 불태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런 의지라면 기복이는 누구보다 빨리 한글을 습득하지 않을까.^^ 오늘만큼은 우리말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한번쯤 돌아보며 하루를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