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미쓰비시 사거리의 거북이 15
안선모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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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은 한반도를 거점으로 세계정복을 꿈꿨다. 그들의 어리석은 꿈에 수많은 조선인들이 희생되었고 여전히 그 끔찍한 시간을 보상받지 못한 채 눈을 감아버린 이들이 있다. 이처럼 일본의 만행의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일본은 여전히 잘못을 시인하지도 사죄하지도 않고 있다. 그랬기에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일 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작가의 어린 시절 나고 자란 '너른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그저 무덤이라는 의미로 알고 있었던 '삼릉'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된 후 자료를 수집한다. 인수라는 아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 시간이 무려 8년이었다니 이 이야기가 굉장히 귀하게 다가온다. 나 역시 미쓰비시의 만행은 언론을 통해 알고 있었으나 삼릉이나 줄집이라는 단어는 처음 접했다. 책을 읽는 동안 또다시 분노하며 마음을 추슬러야 했지만 인수의 영특함과 총명함 덕에 조마조마한 기분도 덜어 낼 수 있었다.





인수는 부모님을 잃고 남의 집에 얹혀살고 있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와 미래에 대한 꿈이 큰 친구다. 일본인 선생님에게 호되게 매를 맞아도 끄떡없고 남의 집 배달일을 하며 눈칫밥을 먹고 지내도 기죽지 않는 친구다.

대체 이 녀석의 당찬 면모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ㅎ

일본의 치졸함은 끝도 없지만 열한 살 인수의 눈에 비친 악랄함이라곤 고작 학교와 배달일을 하면서 겪은 정도일 뿐이니 그들이 검은 속내를 속속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랬기에 인수는 일본이 세운 거대한 군수공장인 조병창에 취직하길 꿈꾼다. 막연히 무기를 만드는 게 멋져 보였던 인수에게 그곳에 다니는 영삼 형과 영순 누나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인수는 배달일을 하고 야학에 다니면서 점점 왜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건지 어른들이 수군거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이다. 게다가 기죽지 않는 당당함이 때론 쓸모없는 행동이 되고 솔직함이 오히려 손해가 될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배달집 아들 갑득이 형과의 친분이 쌓이는 동안 우연히 접한 낯선 풍경도 의문이다. 하지만 인수는 그러한 상황마저도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인수의 간절함이 통한 걸까. 드디어 인수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어느 날 장작 배달을 가게 된 일본인 집에서 한 일본 소녀 아야코를 알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일본인과는 많이 달랐던 아야코에게 호기심이 일 때쯤, 인수는 어느 날 비에 휩쓸린 아야코를 위험에서 구해 주게 된다. 그 대가로 인수는 조병창을 둘러볼 기회를 얻게 되는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수가 꿈꾸고 원하던 그곳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는 것이야 시간문제다. 하지만 인수는 그보다 더 큰 꿈을 품으며 세상에 눈을 떠간다는 결말이 더 의미가 깊어 보였다. 인수의 당찬 면모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인수와 함께하는 동안 전쟁의 소모품으로 살다간 우리 민족의 삶의 가여워 맘이 너무 아팠다. 일본의 뻔뻔함은 언제 막을 내리게 될까.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전쟁은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일본 소녀 아야코가 보여주었던 박애정신이 그들에게 필요할 때다. 그래야 그들이 온전히 미쓰비시와 제대로 안녕을 고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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