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둑
이토이 시게사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윌북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지그시 눈을 감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평소 내가 알고 있던 나라 요시모토의 약간은 퉁명스런 표정의 아이와는 그 느낌이 조금은 달랐다. 매우 편안해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한 소녀의 얼굴은 나에게 너무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여러 방면으로 능력자인, ‘팔방미인’이라는 단어가 매우 잘 어울리는 작가 ‘이토이 시게사토’의 『양도둑』을 접한 나의 첫소감이 바로 편안함, 그것이었다.

 

먼저 『양도둑』의 하드웨어적인 면을 이야기해보자. 일본판과 똑같은 형식의 판형과 재질이라는 이 책은 외형적인 부분(표지와 재질)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페이퍼북이라기에는 조금 두껍고 양장본이라기에는 조금 얇은 『양도둑』의 판형은 튼튼한 반면에 가볍기까지 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읽는 습관을 갖는 독자에게 상당히 친절하다. 나 역시 이 판형의 장점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다음으로 『양도둑』의 소프트웨어적인 면으로 넘어가보자. 이 작품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작가의 에세이 형식의 작품이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생각들을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짤막한 글과 사진은 읽는 이에게 잠깐의 여유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양도둑』은 짧은 글이라서 금방 읽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은 아니다. 작가의 생각을 곰곰이 되뇌고 싶은 마음에 책장이 쉽사리 넘어가지 않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씩 등장하는 일본 연예인이나 명사들을 알지 못해 작가의 이야기를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할 때도 있다. 다행히 번역자의 각주가 있었지만 각주만으로 인물들을 파악하기란 조금은 어렵지 않았나 싶다.

 

전반적으로 독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양도둑』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작품이다. 요즘처럼 더위에 지칠 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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