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이 의문에 답하기 전에 잠시 이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도대체 역자 후기를 왜 쓰는가!

아니다. 이 질문은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질문이 아니다.

도대체 역자 후기를 왜 쓰라고 하는가... 그렇다 나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번역이라는 작업은 참으로 지난하다. 번역은 필사와도 비슷하다. 일단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옮겨 적는다는 점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언어에서 저 언어로 옮기기까지 해야 한다. 그러니 몸만 피곤한 것이 아니라 머리까지 무지막지 피곤하다. 하루 종일 앉아 자판을 두드려도 과연 몇 페이지나 옮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다. 마감날짜는 빛의 속도로 날아오고 내 작업 속도는 마감을 향해 굼벵이처럼 기어간다. 그렇게 어째저째 작업을 마치고 한참 있으면 교정지가 날라온다. 그 교정지를 읽고 수정하고 돌려보내면 비로소 '역자 후기 타임'이 돌아온다.

 

 

 

 

도대체 역자 후기를 왜 쓰라고 하는가. 여기 서재도 그렇고 책 좀 읽으신다는 분들의 블로그를 돌아다니다보면 종종 이런 글을 읽는다. 도대체 역자 후기는 왜 쓰는가. 번역하느라 힘들었다니, 감동적이었다니, 일독을 권한다느니 이런 말을 굳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역자후기라는 코너에서 지리멸렬하게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다!!!

 

 

번역을 끝낸 역자들의 감상은 모르긴 몰라도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내 친구 어머님은 국어 선생님이셨다. 은퇴를 하신 후로도 항상 책을 가까이 하시고 즐기시기에, 졸역이지만 책이 나올 때마다 친구를 통해 보내드리곤 한 적이 있었다. 출판 쪽으로 방향을 튼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으로 소설을 맡았는데, 책이 나오자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선물해드렸다. 나중에 친구가 전해준 말로는.... "걔는 이렇게 지겨운 책을 번역을 하려면 얼마나 힘들었겠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데." 이렇게 내 걱정을 해주셨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 사실 그 책은 읽기 전에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말테다'라는 마음의 준비를 굳게 하지 않으면 좀처럼 재미를 느끼기 힘든 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번역을 하면서 읽고, 번역을 마치고 글을 다듬으면서 최소 세 번은 읽었다. 교정지를 받고 또 읽었다. 대여섯번은 읽었지만, 나는 재미있었다!

 

원래 그런 법이다. 아무리 지겹고 재미가 없어 보여도 역자 입장에서 한 단어 한 단어,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다보면 다 재미있다. (물론 내가 경제학 책이나 어려운 전문서적까지 그렇게 애정하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어차피 내 분야와는 멀리 있으니 상관없으려나.) 그러니 역자 후기에도 이런 말 외에는 별로 쓸 게 없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음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도레미파솔라시도' 한 옥타브를 기본으로 반음을 올리거나 내리고 박자를 달리하고 옥타브를 올리고 내리는 것 외에 차이를 만들어 낼 방법이 없어보이는데,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지금 나오는 음악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음악만 봐도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어떻게 사람들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역자 후기는 전 세계에서 인류가 만들어 낸 음악과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본질적으로 똑같은 일을 하는 것 같다. 글을 쓸 도구는 가나다라마바사....로 한정되어 있고 내용도 정말 재미있어요 꼭 읽어주세요. 우리 이 감동을 함께 해요... 지만 역자들은 지금도 색다른 역자후기를 쓰느라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것이다. (술술 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안 쓸 수는 없는 일. 쓰라고 하니 써야 하는데, 정말 쓸 내용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탐정 매뉴얼>을 작업한 후 나는 이런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말았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갈피를 못 잡고 있으니 편집자분께서 이런저런 내용으로 써보면 어떻겠냐고 도움도 주셨다. 보통은 그런 방향을 정해주면 어떻게든 글을 쥐어짤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보잘 것없는 글재주는 차치하고라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다른 작업을 마감을 하던 때라 되도록이면 그 원고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직전에 읽은 어떤 책의 역자후기가 너무 훌륭해서 야코가 죽었다고 해야 할까.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니 단단히 비교가 되겠구나 싶어 지레 겁을 먹은 탓도 있었다. 바로 이 책이었다.

 

작가의 후기인지, 역자의 후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작품과 혼연일치를 이루었다고 해야 할까... 짧은 글이지만 주인공인 이즈미 로안의 모습과 기담의 분위기까지 제대로 재현을 하면서 수록된 단편에 대한 역자의 감상과 나름의 분석까지 근사하게 전하는 실로 훌륭한 역자후기였다.

 

이런 수준의 역자후기를 쓸 능력이 없다면 적어도 비교가 되는 것만은 피하는 것이 상책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결국 배를 째라며 출렁이는 뱃살을 편집자님에게 들이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탐정 매뉴얼>에는 역자 후기가 없다...가 아니라 후기를 못 넣었다. 정말 재미있어요.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어요.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정말 이 책 재미있습니다. 색다른 탐정의 모습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길지만 순식간에 읽힐 걸요.... 궁서체임.)

 

 

 

물론 나도 뱃살을 들이대며 안면몰수만 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써보려고 애를 쓰기는 했다. 가령 탐정이 나오는 작품이고 제목에도 탐정이 들어가니까 '탐정'이 제목에 나오는 탐정소설들을 묶어서 글을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가령 이런 작품들 말이다.

 

 

 

 

 등등......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 것도 괜찮을 듯 싶었다.

<탐정 매뉴얼>의 주인공인 언윈은 원래부터 탐정이 아니었다. 탐정회사의 직원이지만 탐정이 아니고 탐정이 준 보고서를 정리해서 사건 파일로 만드는 서기이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음모에 휘말려 얼떨결에 서기에서 탐정으로 승진을 한 것이다. 언윈은 어떻게든 서기로 돌아가 전처럼 조용하게 살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런데 시체를 발견하고 살인자로 몰리면서 탐정을 찾아내 얼른 사건을 해결하도록 하는 길만이 자신이 원래의 삶으로 되돌아갈 유일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서기는 그렇게 탐정이 된 것이다. 그러니 탐정이 아니지만 얼떨결에 탐정역할을 하게 된 민간인들이 주인공인 추리소설들을 잔뜩 모아서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그런 작품들은 잔뜩 있으니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그런 민간인의 대표라면 이 분... 이 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미스 마플..... 물론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미스 실버도 있고 미스 브래들리도 있고.. 이런 미스들이 많이 계신다. 하지만 미스 마플만큼 유명하고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리는 캐릭터가 또 있을까. 미스 마플은 그 후로 수없이 많은 '아마추어 (민간인) 여탐정'을 세상에 등장시킨 산파이기도 했다. 이 할머니의 뒤를 이어...

 

얼마 전에 17번째 번역작이 나왔고, 이번에는 직접 사람을 죽여버린 한나 스웬스 시리즈! 두둥. (나와 내 지인들은 오래 전부터 한나의 정체를 의심해 왔다. 민간인이 평생 시체를 발견할 일이 도대체 몇 번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뉴욕이나 런던처럼 메트로폴리탄도 아닌 어딘지 지도를 봐도 모를 쬐끄만 도시에서 말이다. 전입인구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다가는 남아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최후에 남는 사람은 한나일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한나의 정체는 실은..... 뭐 이런 농담을 하곤 했었는데, 농담이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외에도...

 

 

 

 

 

등등....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역사적인 인물을 탐정으로 내세운 작품들도 생각났다.

(내가 작업한 책이니 좀 크게..... 전자책으로도 나와 있어요...........)

 

 

 

 

 

 

 

 

 

 

 

어디 그뿐이랴.

 

 

 

 

 

등등

 

 

뭐 이것뿐이랴...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끝도 한도 없다. 나는 탐정이 제목에 등장하는 소설들로 혹은 아마추어 탐정이 활약하는 소설들로, 역사적 인물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소설들로 이런저런 글을 구상해보았다. 그리고 결국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결국 <탐정 매뉴얼>과 나는 역자후기로써의 연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 쏟은 노력과 애정이 결코 역자 후기를 쓴 책에 비해 덜한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훌륭한 작품에 나의 보잘것없는 글이 실려 누가 될까 걱정을 했다면 모를까.

 

정말 대단한 작품을 작업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니 뭐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있지....라며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점점 작업이 진행되어 이야기가 조금씩 풀려갈수록 언윈이 사는 세상에 점점 더 빠져들면서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까지 끝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작업하다니. 이게 뭔 복인가. (지금 작업 중인 작품에도 똑같은 생각과 감탄을 한다. 역자는 그런 법이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역자후기가 없는 이유를 구구절절 쓰고 나니 비로소 <탐정 매뉴얼>의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지은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가벼워졌다. 안녕, 잘 가요, 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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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14-06-29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없는 시간 내서라도 꼭 읽겠습니다. (궁서체)
ㅋㅋㅋㅋㅋ

koshka 2014-06-29 11:16   좋아요 0 | URL
꼭 읽어주세요... 재미는 보장합니다. (꾸벅)ㅋㅋㅋㅋ

웽스북스 2014-06-29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코슈카님의 긴글 : )
저도 꼭!! 사서 읽어보겠습니당!!!

koshka 2014-06-29 15:57   좋아요 0 | URL
역자후기 안 써서 좋았는데 어쩐지 섭섭해서요. 오랜만에 140자 넘게 쓰고 지금 탈진상태가. . . ㅋ

borrower 2014-06-3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오스틴~>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탐정 메뉴얼>도 주문했고요.ㅎ
앞으로도 재미있는 책들, 잘 부탁드립니다.

koshka 2014-06-30 10:23   좋아요 0 | URL
<제인 오스틴~>을 읽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 오래 전에 그 책을 읽고 제가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바라던 시리즈였어요. 제가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번역이 되어서 여러 사람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제가 정말로 작업을 하게 되어서 얼마나 감격했는지 몰라요. 조만간 2편 작업에 들어가니 그 책도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탐정 매뉴얼>도 재미있어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봄밤 2014-06-3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신기해요+_+! 역자 후기에 이런 비화가 있다니. 탐정사전 엄청 궁금해졌어요!

koshka 2014-06-30 11:52   좋아요 0 | URL
역자분들마다, 작업하는 책마다 온갖 비화가 다 있을 거예요..ㅋㅋㅋ 보통은 배를 째지 않지만 <탐정 매뉴얼>은 어쩌다보니 배를 째게 되었는데, 막상 책이 나와도 좀 아쉽더라고요..ㅋㅋㅋ 그리고 <탐정 매뉴얼>입니다. ^^ <탐정사전>이라는 책도 얼마 전에 나왔죠. 그 책도 강추입니다. 추리에 정붙이는데, 도움이 될 필독서죠...

이박사 2014-06-3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유쾌합니다. 잘 나가는 탐정 매뉴얼!

koshka 2014-06-30 15:45   좋아요 0 | URL
유쾌하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털보형 2014-07-0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독서가들이 역자후기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까? 이상하군요. 저는 번역서중 역자후기가 없는 책은 무책임한
번역의 흔적으로 보고 잘 선택하지않습니다. 꼭 읽어야하는 책은 할수 없지만. 다른나라에 역자후기라는 코너가 있는지
없는지 따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번역하는 분들의 노고나 수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는데
저자 후기가 없으면 역자후기는 당연히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설령 저자후기가 있더라도 해당언어를 익힌 독자에게
하는 말이니 번역자는 자신이 번역한 작품에 대한 해제를 반드시 덧붙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적이나
재미있다, 힘들었다 따위는 역자후기가 아닙니다. 번역자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른 번역서를 참고해서 어떤식의
역자후기가 독자에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oshka님은 역자후기를 매우
가볍게 생각하시나본데 독자입장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후기가 필요없는 독자라면 해당분야 박사쯤 되겠지요.
번역만큼 중요한게 역자후기 즉 작품해제라고 생각합니다. 엉터리 번역자를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koshka님과 다른 주장 다른 결론일지도 모르지만 꼭 한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koshka 2014-07-06 07:46   좋아요 0 | URL
역자후기를 쓰지 않는다고 역자가 작업에 대해서 노력을 덜 기울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자후기는 역자가 쓰고 싶다고 쓰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번역서의 경우 대부분 역자후기가 들어가 있죠. 그런데 역자후기가 없는 책은 역자가 쓰지 않겠다고 했다기 보다는 출판사가 써달라고 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것 또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탐정 매뉴얼>의 경우는 제가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못 쓴 것이고, 역자후기보다 더 전문적이고 알찬 내용의 전문가 해설이 붙었습니다. 역자가 자신의 번역한 분야의 전문가일 경우에는 해제 의미까지 담아서 역자후기를 쓸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여러 인문서와 자연과학서, 고전문학의 경우 전공자나 학자들이 번역을 많이 하시는 거겠죠. 역자이기 전에 전문가이니 번역은 물론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으리라 기대를 해서요. 이런 분들이 쓴 역자후기 또한 역자후기라고 말하기가 아까울 정도로 전문적이고 훌륭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 그럴 수는 없지 않을까요? 번역을 업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분야에 따라 박사나 교수 수준의 해제를 다는 건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 역자후기는 그저 소소한 정보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큰 그림을 그려주거나 개인의 감상이 주가 되리라 봅니다. 이런 역자후기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독자분들 가운데에는 그런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역자분들 가운데는 글솜씨가 뛰어나서 역자후기를 맛깔나게 쓰시는 분들도 많아서 역자후기 읽는 재미도 있고요.

어떤 식이든 어떤 내용이든 역자는 역자후기에 자신이 작업한 책에 대한 애정을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작업한 책이 관심을 못 받고 매대에서 얼른 사라지기를 바라는 역자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역자 입장에서 예쁘게 잘 봐달라고 광고할 수 있는 부분은 역자후기 뿐입니다. 그러니 감동적이다, 재미있었다, 힘들었다 같은 이야기도 역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후기에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것도 후기입니다. 그런 후기를 바라는 분들도 분명히 있고요. 단, 그런 내용일 경우는 굳이 작품에 대한 전문 해제 수준의 후기가 따로 없어도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는 경우일 겁니다.

가령, 우리나라에 초역이 되는 외국 고전이라거나 양자물리학 같은 내용을 다루는 전문서적의 경우에, 역자가 후기에 힘들었다, 재미있었다 같은 이야기만 써서는 안 되겠지요. 반면 소설이나 에세이라면 역자의 감상 위주로 역자후기를 많이 쓰지 않을까 봅니다. 이런 경우에 역자후기가 왜 필요하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분들도 있습니다. 역자의 감상이 들어간 후기는 후기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자후기는 책의 내용에따라 감상 위주일지 정보 위주일지를 잘 구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역자후기를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책에 따라 역자후기보다 전문가의 전문적인 해설이 책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역자후기는 있어야 한다거나 없어야 한다고 딱 못을 박아 생각할 문제도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책을 읽는데, 어떤 쪽이 더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게 아닐까요.

지적해주신 내용을 잘 생각해서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자후기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털보형 2014-07-07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답글 고맙습니다. 서두에 '역자후기를 왜 쓰라고 하는가' 가 강하게 표현되어 이분은 역자후기를 너무 가볍게 여기나보다 생각되어 나름의 후기관을 올렸습니다. 출판사가 부탁하지 않아서 후기가 없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습니다. 역자가 먼저
쓰겠다고 하는게 아닌 모양이죠. 번역의 문제는 결코 간단하지 않거니와 이제는 번역자도 이름을 걸고 작품으로 대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됩니다. 노인과 바다 번역본으로 촉발된 해석의 문제나 번역자로서 누가 더 적격인가, 전공자인가
전문번역가인가 문학자인가 등등 좋은 혹은 더 나은 번역을 찾는 독자들의 관심은 지대합니다. 책속에 번역자의 주가
있는지 없는지도 역자의 정성이나 관심의 표현이라고 할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럴만한 책이 아니거나 간단하고
쉬운 책도 있겠습니다만. 분야는 다르지만 저도 몇편의 단문을 번역한 경험이 있는데 능력부족을 절감하곤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좀 이름있는 어떤 번역자가 쓴 잡문을 보고는 번역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습니다. 번역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우리나라 풍토도 문제있는 것이구요. 그래서 역자와 독자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고 후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행여 역자의 수고로움에 폐를 끼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를 위한 한 과정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koshka 2014-07-07 07:23   좋아요 0 | URL
폐라뇨, 절대 아닙니다. ^^ 오히려 글을 읽어주시고 의견도 말해 주시니 제가 더 고맙습니다. 책을 꼼꼼하게 보시는 독자들을 위해서 더 분발해야 겠다고도 다짐했습니다.

가끔 책은 종이에 글자만 찍으면 다 만들어지는(물론 제가 좀 과장한 것입니다만) 걸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책을 거의 안 읽으시는 분들이 주로 그렇더라고요.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 가운데에도 책이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통해 독자의 손에 전달되는지 다 아는 분들을 별로 없으리라 봅니다.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겠죠. 출판사 직원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다 알겠습니까. 사실 저도 역자로 몇 년 째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관여하는 몇몇 과정을 제외하면 잘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밖에서 보시기에 '이러이러하리라' 생각했던 부분과 현실이 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역자후기가 그런 것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역자후기는 출판사마다 편집자마다 사장님마다 생각이 다 다르신 것 같아요. 기계적으로 후기를 받아가는 곳도 있고요. 후기는 이런이런 식으로 써주세요, 라며 방향을 정해주시는 곳도 있고요. 제가 일을 했던 어느 출판사의 사장님은 '내가 생각하는 수준에 걸맞는 글솜씨가 아니면 역자후기는 부탁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결국 제게는 부탁하지 않으셨습니다. (ㅠ.ㅜ)

역자후기 하나만 해도 역자들끼리, 역자와 편집자끼리, 편집자들끼리 할 말이 잔뜩 있을 겁니다. 여기에 독자분들의 생각까지 더해지면 역자후기 하나만으로도 몇날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책이 더 읽고 싶어진다. 마음이 무너질 때 몇 시간이고 잠으로 도피하는 것처럼 책으로 도피하고 싶은 심정이랄지. 아무튼 요며칠 책이 너무 읽고 싶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라. 책 읽을 시간도 없고 막상 책을 손에 펼쳐들어도 집중도 되지 않는다. 요 며칠 동안 집적거린 책이 다섯권... 별이 다섯 개도 아니고 이거 원.

어제는 어린이날,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날씨는 또 왜 이리 좋은지...

아침에 언딘 소속의 잠수부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누군가의 규제완화, 누군가의 은혜갚기, 누군가의 직무유기, 누군가의 이기심 등.... 이런 것들이 죄다 모여 도대체 몇 명인지도 모를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이 모두 극락왕생하시기를... 남은 가족분들은 슬픔을 잘 이겨내시기를... 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 죗값을 꼭 받기를... 이런 참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부처님 오신 날이라 떠오른 소설들이 있다.

 

 장미의 이름이나 다빈치 코드의 한국판이라고 할까. 불교 탱화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인데, 장미의 이름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소설의 내용이 비슷하기라서보다는 탱화를 소재로 절을 배경으로 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책이라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냉큼 사서 읽었기에 솔직히 소소한 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한 편의 영화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는 기억뿐. 그리고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을 마르지 않게 하는 법'이 무척 기억에 남았다.

 

 

 

 

 

 

 

 

책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책장을 마구 뒤지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과거의 흔적을 마구 뒤진 끝에 간신히 찾아냈다. 이렇게 책 제목이며 작가 이름이며 죄다 까먹는데,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은 용케 찾아내는 나님에게 잠시 칭찬을...

이 책은 정말 불교소설이다. 추리의 요소가 들어 있지만 그것보다 그냥 불교소설로 읽혔다. 그렇다고 절에 나와서 시주 많이 하라는 내용은 절대 아니고^^. 석가와 관음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인 듯한 기억이. 이 책도 읽은지 오래라 내용이 가물가물한데, 그 주제에 이런 글은 왜 쓰고 있는지 나도 참...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분을 잠시 떠올려본다면, 꽤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한편의 판타지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서 한달음에 읽었는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알쏭달쏭하면서 어쩐지 근사하다고 느꼈던 기억이 난다. <한 방울의 물을 마르지 않게 하는 법>의 작가님도 그렇고 이 책의 작가님도 그렇고 후속작이 없는 듯한데, 불교와 관련한 추리소설을 더 써주시면 어떨까 싶다.

 

 

 

 

 

이 책은 사놓고 아직 읽지 않았다.  제목이 너무 무섭잖아. 지옥이라고 하니 단테도 생각나고..  스님이 자꾸 죽어나가고 비밀이 있고 사건이 있고 그렇다고 해서 냉큼 샀는데, 평도 없고 정말 궁금하다. 급한 불 끄면 이 책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주인공은 제일 끝에 온다고 했던가. 이 책은 엄지 척을 몇 번이라도 해주고 싶다. 이 책을 내가 소개해서 읽은 분들 가운데 같은 감상을 전해주신 분들은 아직 없지만(이심전심, 염화시중.. 말 안 해도 내가 알리라 생각해서 일 거라고 내맘대로 단정) 정말 재미있게 읽으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조선의 국보인 쌍룡불화를 일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고군분투는 이럴 때 쓰는 단어라는 말씀을 한마디 드리며.....) 사로와 나의 이야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갈등이 풀리며 찾아오는 클라이막스. 클라이막스라는 표현이 절대 아쉽지 않을 클라이막스 중의 클라이막스였다. 사로 시리즈를 내 주시면 참 감사하겠는데,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소설의 작가님들은 데뷔작 이후 절필하시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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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파다보면 '삼중당 미스테리명작'과 자유시대사에서 나오는 '자유추리문고'의 명성을 피해갈 수 없다. 이 시리즈에 실렸던 작품들은 지금 많이 복간이 되어서 굳이 중고시장에서 '과한' 돈을 주고 살 필요는 없어졌지만, 콜렉터라면 복간 여부를 떠나 일단 모으기 시작한 시리즈는 끝장을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나도 한때는 두 시리즈를 지구 끝까지 찾아다니겠다는 의지를 잠시 불태워보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포기했다. 장르소설이라면 뭐든 좋아하는 건 아닌 편협한 취향이라 스파이물이나 하드보일드 탐정이 나오는 작품은 흥미가 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갖고 싶은 작품들을 얼추 다 모았기 때문에 삼중당과 자유추리는 이만 졸업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아이들은 내 최고의 보물이다. 물론 표지나 번역이나 책의 상태도 좋지 않고 삼중당의 경우 세로쓰기이기도 하지만 나름 운치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삼중당문고로 나왔으나 아직 복간되지 않은 명작 중의 명작이 이번에 나왔다. 이름하여 <파계재판>! 제목에 들어간 '파계'라는 단어 때문에 재판이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닌가.. 스님께옵서(?) 파계되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인가...라며 집어든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어엿한 법정소설이었다. 누군가 살인죄로 기소가 되고 검사는 철벽같은 증거를 제시한다. 이대로라면 사형! 이에 맞서 전도유망한 변호사가 틈이 보이지 않는 철벽 알리바이를 깨려고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인데(오래 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처음부터 끝까지 법정을 거의 떠나지 않고 등장인물도 극히 제한적이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이런 클리셰는 쓰고 싶지 않지만) 책장을 덮을 수가 없다. 이런 작품이 다시 나오다니, 햄볶하다.

 

저자인 다카기 아키미스의 작품으로는 얼마 전에 나온 아래 왼쪽 책과 아마도 한국 출판계의 괴랄 표지로 기리 남을(개인적으로 이 표지를 뛰어넘을 괴랄은 없을 것 같다.) 아래 오른쪽 책이 있다. 물론 헌책방에 가면 무슨 검사 시리즈(일본 사람들 이름은 정말 모르겠다.ㅠ.ㅜ)도 아직은 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세 권만 읽어도 다카기 아키미스라는 작가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지 않을까.

 

 

 

 

 

 

 

 

 

 

 

나만의 감상이지만 <문신살인사건>의 표지에 나오는 아저씨를 보면 일본 배우인 나카이 키이치 아저씨가 떠오르는데... (아저씨,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 단정한 포마드 바른 듯한 0:10 가르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화배우 나카이 키이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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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트위터 세계를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신간이 나왔다는 멘션을 우연히 보았는데, 그 멘션에 첨부된 이미지가 바로 이 책이었다. 작가는 마야 유타카. 읭? 마야 유타카... 그럼 한 번 읽어보고 싶군.. 그런데 서점에 서지정보조차 올라가지 않은 따끈따끈한 정도가 아니라 막 핫핫 신간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멘션을 올린 분에게(편집자이신듯하여) 초면에 염치불구하고 책이 언제쯤 서점에 나오는지 문의를 날렸다. 하지만 묵묵부답... 답을 주지 않으셨다.... 아니 독자가 책 사겠다는데, 그냥 달라는 것도 아닌데, 사고 싶으니 서점에 언제 나오는지 알려달라는 건데 그것도 못하나.. 책 팔기 싫은가봐... 내가 일본어 배워서 원서로 읽어주마..... 이러고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계정이 플텍 계정.. 음허허허허헣허헣허헣허허허허허허허허허 답을 주시고 싶어도 주시지 못하셨을 듯...ㅠ.ㅜ 잠시나마 소소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이렇게 서점에 금세 풀릴 걸 고새를 못 참고 쪼르르 달려가 일면식도 없는 분에게 들이대었으니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한국에 출간되지 않았다면 어떻게든 일본어 사전을 뒤져가면서라도 읽고 싶은 작품이다. 포와로와 엘러리 퀸과 매그레와 아케치 코고로가 한 자리에 모여서 그 유명한 '3억엔 강탈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다가 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데,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니시무라 교타로 선생님이 이런 작품도 쓰셨다니 ...  이렇게 독특한 설정에 세계 명탐정을 다 모아놓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지 정말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3억엔 사건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그 사건이 소재라는 건 조금 마이너스기는 하다. (나는 그렇다는 이야기.)

그리고 책의 말미에 있는 '대담 명탐정, 트릭, 그리고 본격 미스터리 ―니시무라 교타로, 아야쓰지 유키토', 이거! 이거! 정말 궁금하다. 명탐정과 트릭과 본격에 대해 두 대가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설명절에 책 붙잡고 있을 여유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주문해도 어차피 배송이 늦어질 것 같아 설 끝나면 주문하려고 고이 아껴놓은 작품인데, 오늘 그냥 주문하면 되겠구나...

 

 

사막화된 본격미스터리에 단비처럼 내린 지(知)의 오아시스!

무려 노리즈키 린타로가 무려 이런 추천사를 써주었는데, 본격 팬으로써 어떻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다이쇼 시대에 지은 유서깊은 서양식 저택에서 발생한 밀실살인사건!  설정 자체가 '안 읽으면 너만 손해'라고 말하는 듯하다... 올해는 연초부터 흥미진진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올 한 해 얼마나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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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어가 내린 코지 미스터리의 정의는 대충 이런 내용이다. '범죄소설의 하위 장르로,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요소가 별로 없고 있다 하더라도 유머러스하게 다룬다. 사건과 수사는 작고 사회적으로 친밀한 공동체에서 일어난다. 이 용어는 20세기 후반에 등장했는데, 골든에이지 시대를 재현하려는 여러 작가들이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렇다면 골든 에이지는 또 뭐냐. 또 위키피디어의 정의를 빌리자면, 1920년대와 1930년대 추리소설의 황금기이다. 이 시기에 활약한 작가들을 읊어대자면 한도 끝도.... 있긴 하지만 아무튼 숨이 찬다. 간단하게 동서추리문고의 작가들을 살펴보면 된다. 앨릭시르에서 나오는 미스터리 책장의 라인업도 황금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작품들이다. 소위 '고전'이라고 불리는 황금기 작품들의 특징이 바로 요즘의 코지 미스터리이다. 사전에서 코지(cozy)의 뜻을 찾아보면 '아늑한', '친밀한' 정도이다. 이것만 봐도 유혈이 낭자하거나 '핫'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막 죽어나갈 때도 있지만 그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주지도 않고 자르고 베고 찌르고 지지는 고문 장면도 없다. 범인으로 사이코패스가 등장해 연쇄살인을 하는 설정도 보기 힘들다. 나처럼 하드보일드 소설에 별로 관심이 없고 요즘 많이 나오는 스릴러물에도 흥미가 없고 그저 고전과 본격 추리물을 열심히 파는 사람에게 '코지미스터리'는 구세주와 같은 장르이다.

 

우리나라에도 뒤져보면 꽤 많은 시리즈가 출간이 되었으나 워낙 인기가 없어서......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헣허허허

 

최근에 해문출판사에서 한나 스웬슨 시리즈를 무려 16권.... 16권! 16권이나 주욱 내줬는데, 이건 정말 기적적인 일 아닌가 싶다. 영미권 작가들은 가래떡 뽑듯이 시리즈를 좍좍 뽑아내다보니 시리즈 하나가 10권이 넘어가는 건 부지기수인데, 우리나라에서 번역출간될 경우 시리즈가 2권을 넘어가기 힘들다. 이유는 뻔하지 않을까. 안 팔리니까. 팔려야 책을 내지. 한편으로는 초기에 좀 안 팔려도 계속 내주면 점점 팬들이 늘어날 텐데, 간보듯 한, 두 권 달랑 내고 (거기에 딱히 홍보도 안 하고) 반응 없으면 슬그머니 접어버리니 팬들이 늘어날 리 만무하고.. 뭐 이런 악순환의 연속이 아닌가 싶다.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안 나와요. 안 나와.

 

어쨌든 뚝심 있게 계속 내주는 건 좋은데, 한편으로는 코지미스터리의 이미지가 한나 스웬슨 시리즈와 비슷한 것들로만 굳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사건은 소도시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고 쿠키를 굽거나 홍차를 팔거나 케이크를 만드는 아마추어 탐정이 어리버리 경찰들의 '방해'를 받아가며 결국에는 진범을 잡아내는 패턴 말이다. 물론 이런 패턴만으로도 영미권에 나와 있는 작품들을 다 모으면 작은 도서관 하나는 채울 수 있을 듯하다. 먹거리로 보자면 쿠키, 커피, 차, 케이크, 도너츠, 치즈, 계란요리 기타 등등. 직업별로 보자면 도서관 사서, 서점 주인, 대학 교수, 백악관 전속 요리사, 퀼트 가게 주인, 뜨개질 가게 주인, 단추 가게 주인, 빈티지 옷가게 주인, 여행 기념품점 주인, 치즈 가게 주인, 호텔 주인, 민박집 주인, 공예점 주인 헉헉헉... 취미생활을 보자면 테디베어 모으기, 뜨개질, 자수, 퀼트, 각종 공예품 만들기 등등 여기에 마법이나 오컬트 요소를 집어 넣어서 귀신들린 집, 귀신들린 서점, 귀신들린 그림, 귀신들린 가게... 여기에 뱀파이어도 나오고...  이런 식으로 가지를 치다보면 정말 한도 끝도 없다. 이런 시리즈를 작가들이 한 번 시작하면 10권을 기본으로 뽑아내니 도서관 서가 하나가 아니라 도서관의 방 하나를 다 채우는 건 식은 죽 먹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렇게 아마추어가 아니라 사립탐정이나 경찰이 주인공이어도 '코지미스터리'가 될 수 있다. 피니스아프리카에에서 '나오는' 가마슈 경감 시리즈도 코지미스터리이다. 가마슈가 경찰이고 예쁜 언니도 아니지만. 이 시리즈도 달랑 두 권만 나왔지만 계속 나오리라 '믿는다.' 꼭 나오리라 믿는다.

 

코지 미스터리라는 단어가 많이 알려지기 전에도 (이제는 많이 알려졌겠지?) 코지 미스터리는 출간이 되었는데, 지금은 헌책방에서나 살 수 있는 바로 이 책.

 요리사인 주인공이 나오고 어쩌다가 영업 정지를 당해 텔레비전 요리쇼를 진행한다. 그러던 중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반인이 왜 때문에?ㅋㅋㅋ) 종횡무진 동분서주하다가 마침내 사건을 해결한다....는 전형적인 스토리이다. 미국에서는 무척 장수하는 시리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달랑 한 권이 나왔다.

 

 

 

 

터프쿠키와 비슷한 설정으로 나온 코지미스터리가 있는데, 요리사인 여주인공이 텔레비전 요리쇼를 맡으면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재미있게 읽었기에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식이 없다. 왜일까?

여기에는 주인공 아줌마와 삼각관계를 이룰 것처럼 보이는 꽃중년이 두 사람 나와서 앞으로 살인사건도 해결하고 로맨스도 이어나가고 뭐 이럴 거라고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다음 작품이 나오지 않아 알 수가 없다.

 

 

 

 

살인사건 해결만 아니라 주인공의 연애사도 자못 궁금한 시리즈가 또 있으니 바로 이 책...

 까칠하며 사사건건 여주를 방해하는 남주로 잘 생긴 보안관이 나와서 다음 작품에는 이 두 사람의 알콩달콩 밀당이 좀 더 심화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지만 역시나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서....

이 작품의 표지는 한 마디로 망작. 도대체 저 여자 뭥미? 심지어 작품에서 죽은 사람은 여자도 아니다! 표지에는 무슨 스릴러가 어쩌고저쩌고 했던데, 스릴러는 무슨...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이 저런 괴랄 표지로 묻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 스도쿠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수묵화도 아닌데 흑백과 여백의 미를 살린 표지도 있다.

요리사 겸 파티플래너인 여주가 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 재미있지만 시리즈가 더 나오지는 않아 아쉽다. (재미있다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기준이므로 다른 사람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다.ㅠ.ㅜ) 아마 할로윈 파티를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꼭 그럴 것까지야..ㅠ.ㅜ

 

 

 

 

이 책을 보면 생각나는 시리즈가 있으니 바로 미식탐정이 등장하는 미식가 시리즈.

칼라가 조금 들어간 걸 빼면 기본적으로 수묵화다. 이 시리즈는 서양요리나 스파이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서양요리나 스파이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가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감상이 그렇다는...

 

같은 출판사에서 코지미스터리 시리즈가 또 나왔는데, 그 표지는.......... 뭐라고 해야 할까.

          

그 유명한 찻집 미스터리 시리즈!!!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지인의 제보에 따르면 저 표지는 일본 표지를 가져온 것이라고 하는데, 출판사에는 죄송하지만 일서의 표지일 때는 예쁘고 깜직한데, 우리나라는 어쩐지 그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특히나 일서에서는 바탕색이 흰 색이 아니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크기나 종이의 재질, 색 같은 요소들이 미묘하게 결과를 좌우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계속 내주시면 참 좋았을 텐데, 두 권으로 끝! 이 시리즈를 한국어로 읽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원서 표지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는 많은데, 아무래도 느낌이 확 달라진다. 좋아지는 경우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이 표지, 미묘하다.... 원서로 봤을 때는 예뻤는데, 해문판은 예뻐 보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내 컨디션에 좌우되는 건가?

그래도 나는 이 시리즈가 좋다. 달랑 한 권만 내실 거라면 '불라불라 미스터리 1' 이런 문구는 표지에서 빼주시면 좋겠다. 1이 나왔으니 2도 나오겠거니 생각하고 기다리는 독자가 불쌍하지도 않느냔 말이다.

 

 

진짜 제인 오스틴이 등장하는 시리즈도 있다.

 

 

 

 

 

 

 

원서 표지이지만 이 표지는 마음에 들었다. 그 유명한 클레오 코일의 커피하우스 시리즈!

 1권의 경우 제목을 저렇게 넣어서 아쉽지만 2권의 경우는 마음에 든다. 원서와 색감은 미묘하게 다르지만....  커피도 많이 마시는 나라에서 왜 이 시리즈는 두 권 밖에 출간이 안 된 걸까... 커피를 마시며 커피하우스 미스터리를 읽을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커피 파는 북카페에서는 이 시리즈를 꼭 구비해 주시면 좋겠다.

 

 

 

 

 원서 표지를 가져왔지만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내용도 재미있고.

출간속도가 속 터지게 느려서 그렇지 꼭 다 내주시리라 믿고 보는 플라비아 들루스 시리즈. (망할 기집애, 나는 플라비아가 정말 싫다. 욕 하면서 보는 시리즈. 다음 권은 언제 또 나오려나......)

 

 

 

대저택에 살지만 돈이 없어 고생하는 플라비아 들루스처럼 영국을 배경으로 몰락한 귀족이 나오는 시리즈.

사실 별로 좋아하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라이스 보웬 아닌가... 좀 더 내주면 안 되나? 앞에서도 말했지만 '어쩌고저쩌고 시리즈1'이라는 문구를 표지에 넣으려거든 2권도 좀 내주시면 참 좋겠다. 2권도 안 나오는데 '아무개 어쩌고 저쩌고 1'이 다 무슨 소용인가.......  번역서 표지도 예쁘지만 원서 표지도 예쁘다.

     

 

 

 

 

 

 

 

그러고보니 몰락은 커녕 승승장구하는 귀족 탐정도 있다.

 

 

이 세 권으로 끝인 건가... 그런 건가....  동서미스터리로도 나와 있긴 하지만 3권이나 내 준 곳에서 계속 나오면 더 좋지 않을까......

 

 

 

 

 

이 책을 보니 같은 분이 번역하신 이 시리즈가.......... 드라마로도 애정하는 이 시리즈...... 달랑 한권 나오고 출판사마저 문을 닫아버린 비운의 시리즈........

 

빅토리아 시대 토론토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과학수사의 첨병에 선 머독 형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개인적으로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을 다 좋아하는데, 우리나라는 통 번역되는 작품이 없어 아쉽다. 머독 시리즈도 이렇게 달랑 한 권 나오고 끝이니.........

 

 

 

그나저나 영국하니 생각났다. 추리소설의 여왕.. 우리 여사님. 아가사 크리스티는 골든 에이지는 물론이고 추리소설 역사를 대표할 뿐 아니라 미스 마플과 에르퀼 포와로라는 역사에 길이 남을 두 탐정을 창조했다. 아가사 여사님의 소설들이야말로 코지코지 미스터리. 여사님의 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크리스티타운'을 배경으로 미스 마플 역의 배우가 죽으면서 주인공인 씨씨 카루소가 사건에 휘말리는 시리즈.

언뜻 보면 요령부득의 표지지만.... 읽고 나면 한편으로 수긍이 가는... 어쨌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한 권만 내주고 뒷 시리즈가 나오지 않아 더 내 속을 태우는 시리즈이다. (솔직히 어느 시리즈나 한, 두 권이 기본이라 늘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안 나오면 속상한다... 좀 더 내주면 좋을 텐데....)

 

 

 

 

씨씨하니 디디도 생각난다.

 헤밍웨이의 미발표 원고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을 다룬 소설인데, 읽다 보면 여주인공 디디의 전 남친의 죽음이 밑도 끝도 없이 나온다. 그걸 보면 아마 이 소설이 시리즈의 1편이 아니라 2편 정도 되는 것 같다. 아마존에 찾아보면 확실히 알겠지만 귀찮아서 패스... 아마도 추리를 해보자면... 이 책이 출간된 해가 2012년... 2012년은 헤밍웨이와 관련해서 뭔가 중요한 해였기 때문에 (무슨 해였는지 기억이...) 헤밍웨이의 미출간 원고를 둘러싼 사건을 다루는 이 작품을 낸 게 아닐까.... 그렇다면 1권도 함께 내줬으면 밑도 끝도 없이  전 남친의 죽음에 대한 언급이 살짝살짝 나올 때마다 '이게 뭥미' 하지는 않았을 텐데... 뭐 그렇다고...

 

조사원이라고 하니 조사원은 아니지만 조사를 하고 다니는 여주인공이 나오는 시리즈도 생각난다. 돈이 몹시 궁한 현상금 사냥꾼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얼마 전에는 영화도 나왔지만, 울 나라는 소설도 영화도 별반 인기가 없어 무척 슬펐던 시리즈.

 

  <그래, 난 돈을 위해 산다>가 예전에 나왔다가 개정판으로 <원 포 더 머니>로 나왔고 후속작으로 <사라진 24개의 관>이 나왔다. 제목을 보면 숫자가 모티브가 되어 있는데, 1편과 2편을 보면 3편의 제목에는 아마도 3이 들어가지 않을까 짐작할 수 있을 것. 3편의 제목은 <Three to Get Deadly>. <Top Secret Twenty-One>... 21번째 작품인가봉가.... 이 작품이 내년에 나온다고 ...

 

 

젊고 예쁜 아가씨가 주인공인 시리즈를 봤으니 쭈그렁방탱이 할머니들이 활약하는 시리즈도 보자.

 

이 시리즈가 4권이나 나오다니.  좀 더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4권도 장하다... 정말로...

 

 

 

 

 

 

계속 여자가 주인공이었으니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을 찾아보자. 위에서 본 작품들에 비해 '코지'한 분위기는 별로 없지만 이 작품도 분명 코지미스터리의 범주에 든다고 본다... 나는... (아님말고....)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악마 같은 편집자의 죽음을 다루고 도서박람회가 배경이고 출판인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편집자가 죽어서 재밌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절대 아니다. 이 니콜라스 발로우 시리즈로는 딱 두 권이 있는데, 아마 미국에서도 별 인기가 없었던듯..ㅠ.ㅜ 출판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나는 무척 재미있었는데. 아마 편집자를 죽이니까 편집자가 비위가 상했나봉가...

 

 

남자가 주인공인 코지미스터리라면 발표하는 작품마다 영미권에서 유명한 추리문학상을 휩쓸고 있는 루이즈 페니 여사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딴길로 새자면 아가사 레이즌 시리즈로 유명한 M.C.비튼 여사의 <Hamish Macbeth 시리즈>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표지에 대해 말이 많았지만 솔직히 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캐나다 배경이니까 단풍잎, 겨울이니까 스노우볼...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까... 시리즈를 애정하니 표지가 좀 껄적지근해도 예쁘게 보인다. (아님 말고.)

 

 

 

경감하니 또 이 분을 빼놓을 수가 없네.... 마성의 싸나이.... 인스펙터 모스!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너무너무 아쉽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늙수그레 아저씨지만 수사 과정에서 마주치는 여자들마다 그의 매력에 막 빠져들어 허우적대는 마성의 아저씨... 꽃은 아니고 그냥 중년인데, 막 꽃중년처럼 보이는 아저씨. 그래도 무려 4권. 4권이나 나왔다. 동서에서 나온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도 있고. 헌책방을 뒤지면 <붉은 언더라인>도 있다.

 

이렇게 늙수그레한 아저씨와 젊은 형사가 콤비를 이루어 해결하는 시리즈로는 'k가 두 개인 드콕 형사'도 있다.  내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러거나 말거나 재미있다는...

 

 오래 전에 이미 절판이고 이제 도서관에 가도 일반 서가가 아니라 서고에 들어가 있는 책이라 그런지 이미지가 안 뜬다. 슬프다... <드콕형사와 침울한 누드>. 제목이 침울해서 판매량도 침울했던 걸까.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인데, 네덜란드에서는 인기가 상당해서 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화끈한 액션도 없고 기민한 추리도 없고 그저 '형사의 감'과 성실함으로 승부하는 시리즈.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게 재미 아닌가... (아님 말고.)

 

네덜란드에서 조금 내려와 이번에는 프랑스. 꽃중년 아저씨가 다양한 부하들을 이끌고 사건을 해결하는 시리즈. 이것도 코지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코지라고 봅니다,라고 대답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프랑스에서는 프레드 바르가스의 추리소설을 롱폴(rompol)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부르기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영화로도 제작되었고 예전에 K본부에서 일요일 밤에 방영을 해준 적도 있다. 나는 봤다.. (덩실덩실) 아담스베르그가 주인공인 이 세 작품과 달리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루저스러운 네 남자가 주인공인 사랑스러운 '복음서 저자 시리즈'. 복음서 저자들로 불리는 역사학자 청년들과 은퇴한 경찰이 주인공인데, 왜 더 내주지 않는 걸까.... 이렇게 재미있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프랑스의 추리소설에서 이 사람을 빼놓으면 안 되겠지. 얼마 전에 모 출판사가 75권을 다 내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17권을 끝으로 더 이상 소식이 없는.... (내가 그 출판사 관계자는 아니지만 볼이 화끈거린다... 호언장담 해놓고..ㅠ.ㅜ 안 팔리니까 더 이상 못 내주는 거겠지... 안타깝다.)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경감 시리즈.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재미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재미있다...

표지도 참 근사했는데...  표지 안에 다음 작품의 모티브가 들어가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디어가 정말 좋았다. 이런 시리즈로 75권이 다 나와 죽 전시해 놓으면 얼마나 근사하고 멋졌을까...

 

프랑스에서 조금 내려가 이태리에는 오페라와 와인을 좋아하는 귀도 브루네티가 있다.

무슨 경찰이 수사는 안 하고 오페라 보고 와인만 마시냐고 하는 분도 있던데...... 여기는 베니스 아닌가... 헐리우드 영화판이나 런어웨이를 활보할 듯한 미남이 배 저어 주고 막 이러는 베니스...  베니스 경찰이 눈에 핏발을 세운 채 후줄근하게 땀내 쉰내 풍기며 범인만 잡으러 다니는 건 모냥 빠진다는 건 순전히 내 생각이고... 그냥 좀 귀엽게 봐주면 안 되나..경찰도 사람인데...... 

 

 

 

같은 이태리를 배경으로 장수하는 시리즈지만 브루네티 시리즈처럼 달랑 두 권 나오고 끝난 시리즈가 또 있다. 이 시리즈를 코지에 넣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코지건 아니건 재미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안드레아 카밀레리 몬탈바노 경위 시리즈.

 

추리소설은 커녕 소설도 잘 안 나오는 출판사에서 어떻게 이 작품을 내셨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감사하다... 달랑 두 권 나와 안타깝지만. 작년인가 노벨 문학상 베팅 사이트에 안드레아 카밀레리가 있어서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보고 뽑으라고 하면 당연히 이 분을 뽑았겠지만... 

 

 

 

그러고보니 마이클 딥딘의 아우렐리오 젠 시리즈도 이태리를 배경으로 하는구나.

 

이 작품은 내가 생각하는 코지 범주에는 안 들어간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나른한 경찰 아우렐리오 젠의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토마토가 들어간 스파게티를 싫어하는 젠. 나도 토마토가 들어간 스파게티가 싫다.  영국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었다.

그러고보니 드라마로 나온 시리즈가 얼마 전에 또 나왔다. <성스러운 살인>의 린리 시리즈. 설정은 미남인데 배우가 그닥 미남이 아니어서 많이 실망했다.

 

 

경찰하니 이분도 생각난다. 바로 피터 러브시.

 

 

우직한 형사 다이아몬드가 등장하는 이 시리즈, 더 나오기는 힘들듯.. 애석하다. 

 다이아몬드가 나오지는 않지만 코지코지한 작품 <가짜 경감 듀>.

 

 

 

 

 

피터 러브시 옹의 작품으로는 개인적으로 예전에 딱 한 권 나온 이 작품.... 크리브 형사 시리즈가 다시 나오면 좋겠다. <Waxwork>는 <밀랍인형>으로도 나와 있고 <마담 타소가 기다리다 지쳐>라는 재미있는 제목으로도 번역이 되었다. 새 번역으로 이 시리즈를 모두 읽을 수 있는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왔으면 한다.

 

 

 

 

 

 

 

이렇게 꼽다보면 리스트가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태리까지 왔으니 아프리카는 한 번 돌아봐야지.

말이 필요없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수록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듯하고... 애초에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추리 요소도 점점 희박해지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음마 라모츠웨와 비서 마쿠치 양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추리 그 까짓거... 잊을 만하면 한 권씩 나오는데, 7권이나 나왔으니 앞으로 또 잊을 만하면 한 권씩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나와야 한다.

 

계속 나오는 시리즈 하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도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가 이렇게나 많이 나와 있어서 샬레인 해리스라고 하면 이 시리즈부터 먼저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미드로 제작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샬레인 해리스는 수키 라인 외에도 시리즈를 몇 개 더 쓰고 있다. 어떻게 한 작가가 이렇게 많은 작품을 쓸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에는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외에 하퍼 코넬리 시리즈가 나와 있다.

 

벼락을 맞은 후 시체의 위치와 죽기 직전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묘한 능력의 소유자... 좀 음침하기는 해도 재미있었는데. 솔직히 저런 표지로 승부하기는 좀 힘들듯..ㅠ.ㅜ

 

 

 

 

 

 

시체하니 떠오르는 나이오 마시의 이 작품.

 

나이오 마시는 로더릭 앨린 시리즈를 무척 많이 썼는데 우리는 이 한 권으로 만족해야 하는가....

 

 

 

 

 

영국하니 떠오르는 조세핀 테이.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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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3-12-20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그레가 프랑스를 비롯하여 저쪽 세계에선 지명도가 높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뭐랄까요, 70년대에도 <사나이의 목>이나 <누런 개> 가 번역된 정도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번역되려고 하니 젊은 독자들은 이미 더 자극적인 일본과 미국 스릴러물에 맛을 들인 상태죠.
실제로 추리물 감상문이 많은 블로그를 봐도 70년대 작품들까지 고색창연한 느낌이 난다는 독자들에게 황금시대 작품은 생소하고 낡은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안타깝지만...

koshka 2013-12-20 14:34   좋아요 0 | URL
네.. 그래서 아쉬워요. 고색창연한 추리를 읽는 독자들도 있고 요즘 유행하는 화끈하고 속도감 넘치는 작품도 있고 그래서 다양하게 작품이 나오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열린책들에서 내 준 메그레도 작품별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고요. <갈레 씨 홀로 죽다> 같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지루하다는 감상을 많이 들었어요... 전 그 지루함이 매력이라고 침을 튀기며 칭찬을 하지만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