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의 말 - 수도생활 50년, 좋은 삶과 관계를 위한 통찰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이해인 지음, 안희경 인터뷰어 / 마음산책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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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존함은 자주 들었지만, 실제로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이 직접 '쓰신' 책은 아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총 10회에 걸쳐 이해인 수녀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인물의 생전 발언이나 인터뷰 중 일부를 갈무리해 소개하는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는 형식이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했다. <말>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생존해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므로 새롭게 인터뷰를 진행해 수록하는 편이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는 며칠에 한 번꼴로 이해인 수녀님이 머무는 해인 글방에서 진행되었다.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 여름에 진행된 인터뷰라서, 인터뷰이가 직접 수녀님을 뵙지 못하고 화상 인터뷰로 갈음했다. 인터뷰 때마다 수녀님이 인터뷰이를 위해 꽃이나 열매 등을 가져와 보여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동백, 꽈리, 백일홍, 석류, 태산목 등등.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생명들을 보면서 함께 경탄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비(非) 가톨릭 신자인 인터뷰이를 배려해 최대한 종교색이 드러나지 않는 대화,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를 가지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를 나눈 점도 좋았다. 


인터뷰 내용은 지난해 수도 생활 50주년을 맞은 이해인 수녀님의 생애와 가까운 사람들 이야기, 수도 생활 이야기, 남기고 싶은 메시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 시기에 필요한 마음가짐과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태도 등에 관한 조언도 담겨 있다. 여러 번 읽고 마음에 새기고 싶어서 따로 메모한 구절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구절은 "이기적인 예민함에서 이타적인 예민함으로 건너가는 사랑을 배우자"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필요한 사랑은 "최우선으로 약한 사람을 선택하는 사랑"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안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이웃을 자세히 보게 한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치우치지 않는,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간관계가 힘든 건 수도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를 오해하거나 시기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반대로 나를 좋아하고 도와주는 사람 또한 어디에나 있으니 그 사람들을 잘 챙기라는 말씀도 마음에 새겨야지. "일부러 명랑하게 살지 않으면 남에게 부담을 준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라는 시구도 좋았다. 고통을 피할 순 없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힘든 일이 있다고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고 성숙의 기회로 삼는 것. 쉽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마음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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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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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워 하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이유는 뭘까. 범인을 잡고 싶은 욕망과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해리 홀레의 모습이 이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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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름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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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이야기를 가급적이면 보고 싶지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읽게 된다. <목마름>은 젊은 여성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뱀파이어 살인마'가 나오는 소설이라 읽는 내내 괴로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읽은 건 대체 무슨 심리일까. 결국에는 해리 홀레가 살인마를 잡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 결국 이건 픽션이니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 


지금까지 11권이 발표된 <해리 홀레> 시리즈는 크게 해리 홀레라는 남자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욕망과 형사에게 요구되는 책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을 그린다. 해리 홀레는 평범한 남자로서 가정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뛰어난 살인사건 수사관으로서 하루빨리 범죄자를 잡아 선량한 시민들을 보호하고 싶다. 


항상 한쪽을 택한 후 다른 한쪽을 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괴로워하던 해리는, 지난 11권에서 마침내 라켈과 결혼하고 형사를 그만두고 경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삶을 살기로 마음을 정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번 <목마름>에서 해리는 다시 경찰로 돌아가고, 라켈과 올레그가 해리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한다. 해리는 자신이 범죄에 이끌리는 까닭이 형사로서의 의무가 아니라 범죄에 이끌리는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해리는 자신의 욕망이 , 피를 갈망하는 범인의 갈망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악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은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해리가 스스로를 탓하며 괴로워하는 이유는 알 것 같다. 범인과 마찬가지로 - 뭔가에 너무 깊이 몰두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서 몰두하는 대상 외의 것은 보이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다른 소중한 가치들을 경시하거나 희생하게 되는 일이 왕왕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진득하게 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고...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균형감 있게 산다는 것,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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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피플 공명 1
오가와 료 지음, 요츠바 유토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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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공명 그 안의 무브'를 외쳤는데 정말 그런(?) 내용일 줄이야... ㅋㅋ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주인공 공명(제갈량)은 오장원 전투에서 최후를 맞이한 후 현대 일본에 환생한다. 하필이면 그 장소는 도쿄에서도 가장 번화한 중심가인 시부야! 시부야의 파티피플에게 이끌려 클럽으로 들어간 공명은, 그곳에서 생전 처음 들은 클럽 댄스 뮤직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며 가수를 꿈꾸는 츠키미 에이코와 만나게 되는데... 


이후 전개는 공명이 가수 지망생인 츠키미 에이코를 인기 가수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량에 불과했던 유비를, 천하를 놓고 싸우는 실력자로 키운 공명의 매니지먼트 스킬이 여기서도 발휘될 것인가! 삼국지에 관한 지식과 클럽 음악에 관한 지식이 둘 다 필요한 만화인데, 나는 삼국지도 잘 모르고 클럽 음악은 더더욱 몰라서 만화의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할 순 없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믹+개그라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설정이 워낙 기발해서,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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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2
아카사카 아카 지음, 요코야리 멘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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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최애 아이돌의 자식으로 태어난 남자의 복수를 그린 만화 <최애의 아이> 2권을 읽었다. 지난 1권에서 주인공 고로는 지방 도시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근무하다 우연히 최애 아이돌 호시노 아이를 만나게 된다. 당시 호시노 아이는 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고로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순산을 기원하며 전력으로 아이의 분만을 돕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예기지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얼마 후 전생의 기억을 가진 채 아이의 쌍둥이 남매 중 아들로 태어난다. 심지어 쌍둥이 여동생은 고로와 마찬가지로 아이의 팬이었던 환자 사리나다. 


이제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천재 아이돌의 숨겨진 아들 '아쿠아마린(통칭 아쿠아)'으로 살게 된 고로. 하지만 아이와 함께 보낸 달콤한 유년기는 길지 않다. 인기 아이돌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엄마를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아쿠아는 전생의 최애이자 현생의 어머니인 아이를 살해한 범인을 스스로 찾아내겠노라고 다짐한다. 범인을 찾을 단서를 얻기 위해 영화감독의 조수로 들어가 일하며 업계 일을 배우지만 쉽지 않다.


2권에서 아쿠아는 동생 루비 때문에 고민한다. 전생에 이어 현생에도 아이를 무척 동경하는 루비는, 인기 아이돌이었던 엄마의 뒤를 이어 자신도 아이돌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예쁘장한 외모와 당찬 성격 덕분에 오디션도 척척 붙고 길거리에서 스카우트 당하는 일도 종종 있지만, 어쩐지 아쿠아는 루비가 아이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루비를 지키기 위해 - 높은 학업 성적에도 불구하고(전생에 의사였다) - 편차치가 낮은 루비네 학교에 진학할 정도다. 


한편 아쿠아는 오래전 잠깐 아역 배우로 활동했을 때 만난 천재 아역 배우 아리마 카나와 재회한다. 아쿠아는 카나를 이용해 아이를 죽인 범인을 찾을 생각뿐인데, 카나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쿠아에게 특별한 설렘을 느끼는 듯 보인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지만, 둘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연예계 비화도 흥미롭다. 인기 만화를 영화 또는 드라마로 제작할 때 퀄리티가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아마도 작가의 추측이 사실이지 않을까. 화려한 작화와 드라마틱한 전개를 즐기는 동시에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의 실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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