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토끼입니까? 4
Koi 글.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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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은 토끼입니까?>는 일본의 만화잡지 '망가타임 키라라 맥스'에 연재 중인 4컷 만화가 원작이다. 애니메이션은 2기까지 제작, 방영되었다. 나는 이 작품을 <논논비요리>를 보고 나서 봤다. 똑같이 미소녀들이 나오는 힐링 치유물이지만, <주문은 토끼입니까?>가 등장인물의 연령대도 높고 이야기도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논논비요리>를 더 좋아하지만 작화는 <주문은 토끼입니까?>가 더 좋다. 


코코아는 고등학교 진학을 계기로 새로운 도시에 이사를 오게 된다.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들른 찻집 '래빗하우스'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되고, 일을 하면서 '래빗하우스'의 마스터의 손녀 치노를 비롯해 여러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최근 한국에 정식 발행된 4권에서 소녀들은 보물 찾기를 하고, 티타임을 가지고, 발레 연습을 하고, 캠핑을 즐긴다. 코코아의 언니 모카가 래빗하우스에 찾아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문은 토끼입니까?>에 나오는 소녀들은 중고등학생이지만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미래에 대한 걱정 따위 보이지 않는다. 있어도 긴 그림자를 드리우진 않는다. 현실의 소녀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불쾌하진 않다. 현실이 팍팍한데 만화에서조차 힘든 현실을 볼 필요가 있을까? 만화를 볼 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다. 미소년, 미소녀가 잔뜩 나오는 밝고 아름다운 만화라면 더 좋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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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고양이 1
네코마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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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만화로 유명한 부부 일러스트레이터 유닛 '네코마키'의 신작 <동물원 고양이>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배경은 도쿠가와 히가시 동물원. 어느 날 아침 동물원에 버려져 있던 고양이 두 마리를 동물원 사람들이 거두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재 같은 딱한 풍모 때문에 원장, 부원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고양이들은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을 찾아가 장난치고 싸우고 뛰놀면서 동물원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구가 된다. 


네코마키의 이전 작품으로는 <고양이와 할아버지>를 읽었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가 고양이와 단둘이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따스한 만화였다. <동물원 고양이>는 알파카, 카피바라, 코끼리 등 나오는 동물도 많고 배경도 한적한 어촌이 아닌 도시라서 <고양이와 할아버지>보다 활기차고 유쾌하다. 어릴 적에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자, 탈출을 꿈꾸는 원숭이 등 나름의 애환을 가진 동물들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기도 한다. 


만화를 보는 내내 지난여름 도쿄 키치조지에서 들렀던 동물원이 생각났다. 에노카시라 공원 안에 있는 동물원이었는데, 그곳도 만화에 나오는 동물원처럼 규모가 크지 않고 도심 속에서 오직 그곳만 시간이 느긋하게 흐르는 듯했다. 그곳에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그곳을 다시 찾는 날까지 <고양이 동물원>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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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유성 11
야마모리 미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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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도쿄로 전학 온 스즈메는 상경 첫날 미아가 되었다가 시시오라는 남자의 도움을 받는다. 알고 보니 시시오는 스즈메가 전학 간 학급의 담임 선생님. 스즈메는 시시오를 좋아하게 되고 고백도 하지만 두 번이나 차인다. 실연의 상처를 겨우 회복한 스즈메는 동급생 마무라의 고백을 받고 사귀게 되지만, 운동회 전날 시시오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동요한다. 


여기까지가 10권의 이야기이고, 얼마 전 한국에서 정식 발행된 11권은 운동회 당일에 벌어진 일을 그린다. 스즈메는 시시오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당황하지만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이내 평정심을 찾는다. 그러나 운동회 당일, 하이라이트인 릴레이 경주에서 마무라와 시시오가 양 팀의 마지막 주자가 되면서 스즈메는 둘 중 한 사람은 승부에 지기를 바라야 하는 얄궂은 상황에 처한다. 과연 스즈메는 마무라와 시시오 중 누구를 응원할까. 


어쩌다 보니 11권부터 읽었지만 앞의 내용을 몰라도 재미있었다. 고백을 두 번이나 할 만큼 좋아했던 시시오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자기를 좋아해 준 마무라. 두 사람 모두 스즈메를 좋아한다고 밝힌 상황에서 내가 스즈메라면 누구를 택할까. 이보다 가슴 설레면서도 마음 아픈 선택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 싱글로서(ㅠㅠ)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행복한 고민을 하는 스즈메가 미워 보일 만도 한데 전혀 밉지 않고 오히려 사랑스럽다. 이렇게 헷갈리는 상황에서도 가볍게 움직이지 않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소중히 여기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빵 먹기 경주^^)은 제대로 해내는 모습이 멋지고 든든하다. 씩씩하고 먹기 좋아하는 캐릭터가 1권에서부터 그야말로 작렬했다는데 과연 어땠을지 궁금하다. 일본에서는 실사 영화가 2017년 3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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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 하루 1
후지사와 시즈키 지음, 서수진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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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여자를 바꾸며 데이트하는 인기남 이치노세 카이. 전교에서 카이에게 반하지 않은 여학생은 타카나시 리코뿐이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사이(주로 리코가 우위다). 여자 대표 학급 위원이 된 리코가 남자 대표로 카이를 추천하고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카이의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리코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리코도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부임한 스와. 리코와 스와는 오래전부터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가깝게 지냈고, 아버지가 안 계신 리코는 다정한 스와에게 의지하면서 이웃집 오빠 동생 사이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되었다. 리코의 비밀을 알게 된 카이는 리코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해야 할지, 리코를 위해 리코의 사랑을 응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후지사와 시즈키의 다른 작품 <그녀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화자가 남성이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기획 단계에선 리코가 화자였는데 편집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카이를 화자로 설정했고 두 주인공의 캐릭터도 바꿨다고 한다. 덕분에 얌전하고 소심한 여학생이 밝고 활기찬 꽃미남을 좋아하는 평범한 이야기에서 사랑을 모르고 가볍게 살던 꽃미남이 뜻밖의 상대에게 반해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화자를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미진진하다니. 생각해보면 화자가 여성인 순정만화를 볼 때도 가끔 남성의 시점이 나올 때 더욱 설렜던 것 같다. <꽃보다 남자>에서 츠쿠시의 시점이 내내 나오다가 도묘지의 시점이 가끔 나오면 마음이 더 짠하고 아팠던 것처럼 말이다. 리코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한참을 애태운 카이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과연 리코는 카이의 마음을 받아줄까. 어서 다음 2권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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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1
후지사와 시즈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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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님이 일하는 대저택에서 얹혀살고 있다. 저택에는 명문가의 외동딸이자 소라타와는 한 살 차이라서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자란 안나가 있다. 세월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소라타는 안나를 여자로 의식하기 시작하지만 두 사람은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다. 명문가의 외동딸인 안나는 가문에서 정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고, 하인의 손자이자 더부살이 신세인 소라타는 결코 안나를 넘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소라타는 안나를 여자로 보면 안 된다고 명령하는 이성과 안나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은 감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이때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자 안나의 약혼자 후보인 타츠야가 나타난다. 소라타는 타츠야가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라서 불편하고, 안나도 타츠야를 꺼리지 않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사랑'이라는 감옥에 갇힌 소라타와 '집'이라는 감옥에 갇힌 안나. 두 사람은 과연 서로의 진심을 깨닫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까. 


순정만화의 화자는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이 만화의 화자는 남성이다. 화자가 여성이면 (주로 여성인) 독자가 주인공 여성에게 감정을 이입해 주인공 남성과 '대리 연애'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만화는 화자가 남성이다 보니 독자가 주인공 남성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동시에 그에게 애정을 느끼는 독특한 체험을 선사한다. 실제 남성이 이 만화에 얼마나 공감하고 몰입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소라타가 안나를 보면서 느끼는 욕망과 벽을 간접적으로나마 절절하게 느꼈다. 


후지사와 시즈키의 다른 작품 <하츠 하루>도 화자가 남성인데 이 작품도 매우 재미있다. 화자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만화의 재미가 달라지다니. 화자가 남성인 순정 만화를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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