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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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로런스 블록은 어느 날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사랑하는 작가들을 모아서 호퍼의 그림에 관한 단편 하나씩을 쓰게 하면 어떨까?' 블록은 곧바로 친분 있는 작가들에게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고, 거의 모두가 기꺼이 블록의 제안에 응했다. 블록의 제안에 응한 작가들의 목록에는 스티븐 킹, 조이스 캐럴 오츠, 마이클 코널리 등이 포함되었다.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호퍼의 작품이 가진 매력 덕분이다. 블록이 쓴 서문에 따르면 호퍼는 작가들 사이에서 유독 사랑받는 화가다. 호퍼의 작품에는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있다. 호퍼가 -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친숙한 - 어떤 풍경을 제시하면, 작가는 그것을 보고 그것의 과거와 미래를 추측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발전시킨다. 


이 책은 정확히 그와 같은 방식으로 쓰였다. 이 책에 참여한 17인의 작가들은 각자 애정하는 호퍼의 작품 한 점을 고르고, 그 작품의 앞 또는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상상해 짧은 소설 한 편씩을 완성했다. (딱 하나, 표제화인 <케이프 코드의 아침>에만 해당하는 소설이 없는데 이는 독자들의 몫이다.) 


스티븐 킹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이 책에 참여했다. 킹은 호퍼의 <뉴욕의 방> 복제품을 자택에 걸어놓고 항상 그걸 보면서 작품 구상을 할 만큼 호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이 책에 실린 킹의 단편 <음악의 방>은 호퍼의 <뉴욕의 방>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양복 차림으로 신문을 보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등진 채 피아노 건반을 만지작거리는 여자의 모습이 어딘가 위태롭다. 킹은 이 장면만 봐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 지극히 스티븐 킹 다운 -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이클 코널리는 대표작 '해리 보슈 시리즈' 첫 편을 집필하던 중 시카고 미술관에서 호퍼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소설 말미에 해리 보슈가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는 장면을 수록한 바 있다. 이 책에 실린 코널리의 <밤을 새우는 사람들>은 바로 그 장면이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커플, 그리고 카운터 뒤에서 일하는 남자. 저 중 누가 당신인가요?" 해리 보슈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호퍼 연구의 권위자로 불리는 게일 레빈은 호퍼의 초기 작품들을 무단으로 소장해 막대한 돈을 챙긴 목사의 이야기를 <목사의 소장품>이라는 소설로 각색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세이어 R. 샌번 주니어 목사는 실제로 에드워드 호퍼의 누나 매리언 루이즈 호퍼의 이웃에 살았다. 샌번 목사가 호퍼의 초기작 몇 점을 소장하게 된 경위를 둘러싸고 여전히 많은 의혹이 남아있다. 


최근에는 호퍼와 아내 조세핀 니비슨의 관계가 재조명되었다. '조'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니비슨은 호퍼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들 대부분의 모델이 될 만큼 남편에게 헌신했다. 반면 호퍼는 미술학교 동기이자 동료 화가인 아내의 작품 활동을 방해했고, 아내를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아내가 운전을 하거나 자유롭게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때로는 구타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화가라는 사실이 호퍼의 '빛'이라면, 유작 처리와 사생활을 둘러싼 논란은 호퍼의 '그림자'다. 이 책에는 '인간 에드워드 호퍼'가 지닌 어둠에 관해서는 나오지 않지만, 이 책에 실린 17편의 소설이 저마다 다른 작가가 다른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어딘가 짙게 그늘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원작자인 '인간 에드워드 호퍼'가 미처 다 숨길 수 없었던 어두운 면이 배어 나온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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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 - 페미니스트가 말하는 남성, 남성성, 그리고 사랑
벨 훅스 지음, 이순영 옮김, 김고연주 / 책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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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남성뿐 아니라 여성 안의 남성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구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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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치앙마이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카메라 없는 핸드메이드 여행일기 내 손으로 시리즈
이다 지음 / 시공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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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길었던 연휴의 끝이 보인다. 아쉬움을 달래며 어젯밤에는 이다 님의 신작 <내 손으로, 치앙마이>를 읽었다.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에 이은 내 손으로 여행기 시리즈 제3탄이다. <내 손으로, 발리>가 여행 일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핸드메이드 여행 일기'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내 손으로, 교토+오사카>가 꾸밈없고 숨김없는 생활밀착형 여행기를 선보였다면, <내 손으로, 치앙마이>는 형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이전 두 책보다 훨씬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이번 치앙마이 여행 기간은 무려 두 달. 이전까지 2주 이상 해외에 체류해본 적 없었던 저자로선 크나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태국 2달 살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친구 둘을 포섭했다. 이다와 깅, 모. 이들 셋의 공통점은 비정규직 예술노동자이며, 82년생 동갑이고, 비혼 마이웨이 인생을 살고, (가장 중요한) '젝키팬'이라는 것 ㅋㅋ 


물가 비싸고 인심 각박한 한국 생활에 지쳐있던 이들에게 '태국 2달 살기 프로젝트'는 단순한 관광이나 여행이 아니라,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상대에게 너그러운 문화를 지닌 태국에서 향후 장기적으로 머물러도 괜찮을지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종의 실험과도 같았다(여행작가 김남희의 책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에도 같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생활과 결합된 장기 여행이다 보니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먹고, 자고,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의 비중이 높다. 숙소 생활의 고충이라든가, 장기 여행자의 짐인 빨래 문제라든가,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벌레 문제라든가, 매끼를 해결할 저렴하고 맛 좋은 식당 찾는 문제라든가, 작업하기에 편안한 환경을 지닌 카페를 찾는 문제라든가. 


외국에서 오랫동안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정신적인 번민이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할 때 부딪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저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자와 친구들은 각자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 서로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관계인 듯하다. 가기 싫은 곳엔 안 가고. 먹기 싫은 건 안 먹고. 이렇게 솔직할 수 있고 터치하지 않는 친구 사이. 참 부럽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동남아시아 여행에 1도 관심이 없었다. 같은 돈이면 일본이나 중국에 가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는 몰라도 태국에는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장 끌리는 건 음식이다. 이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엄청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고 심지어 한국에서 먹는 태국 음식보다 맛도 좋다니. 심지어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한국보다 맛있다는 말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한국 서브웨이도 맛있는데 태국 서브웨이가 더 맛있으면 대체 얼마나 맛있는 걸까ㅠㅠ).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자기 눈을 믿을 수 없다는 태국의 유적들도 궁금하다. 밤마다 또는 주말마다 열리는 행사도 궁금하고,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태국 사람들의 인심도 궁금하다. 살짝 무서운 건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모기와 바퀴벌레, 그리고 낮에는 축 처져 있다가 밤이 되면 돌변한다는 개들... 이 밖에 태국 여행할 때 유용한 애플리케이션도 소개되어 있고, 우버 택시를 이용하는 법도 나와 있고, 현지에서 투어 가이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법도 나와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이야기는 뭐니 뭐니 해도 '할머니 식당'이다. 저자가 두 달 동안 태국에 머물면서 할머니 식당보다 저렴하고 음식 맛 좋고 인심까지 푸근한 곳은 없었다고.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을 만났을 때 느낀 복잡한 마음이나, 한국에 돌아와서 다시 느낀 태국의 장점들도 인상적이었다. 벌써부터 이다 님의 다음 여행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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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1
에토 히로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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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는 그야말로 '전설'처럼 기억되는 만화다. <슬램덩크>, <세일러문> 등 지금도 일본 만화계에서 다시 나오기 힘든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줄줄이 나오는 가운데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가 발했던 존재감이란. 아무리 봐도 용사와 마법 소녀라기보다는, 같은 반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같은 '니케'와 '코코리'가 딱히 목적도 없고 의욕도 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모험을 즐기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바로 그 만화가 올해 7월 애니메이션 <마법진 구루구루>로 리메이크되었고, 그에 맞춰 <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1권과 2권이 국내에 정식 출간되었다. 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과 원작을 거의 그대로 재현한 애장판은 번역상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일단 제목이 다르다. 한국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제목은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인데 원작과 애장판의 제목은 <마법진 구루구루>다. 여자 주인공 이름은 '코코리'가 아니라 '쿠쿠리'다. 니케는 '용사'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난 것이 아니라 '용자'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이 밖에도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찾아보면서 읽으면 재밌겠다.





<마법진 구루구루>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데, 니케는 뺀질뺀질 하게 굴고 허풍 떨 때가 가장 니케답고 귀엽다. 용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니케는 뺀질뺀질한 녀석이었다. 젊은 시절 용자가 되고 싶었던 니케 아버지는 니케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길 바랐고, 그리하여 니케가 딱히 원하지 않는데도 용자가 되기 위한 여행을 보낸다. 아버지가 젊을 때 썼던 낡은 투구를 선물로 주자 이런 게 내 스타일이라며 폼 잡는 니케. 그런 니케를 꼴 뵈기 싫어하며 날려 버리는 니케 아버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





니케가 뺀질뺀질 하지만 귀염성이 있는 딱 그 나이대의 남자아이라면, 쿠쿠리는 그동안 어떤 사연 때문에 그 나이대로 살 수 없었던, 조금은 불쌍한 여자아이다. 쿠쿠리는 '미구미구족'이 발견해 자기들만이 써온 마술인 '구루구루'를 펼칠 수 있는 미구미구족 최후의 생존자다. 13년 전 미구미구족의 생존자라는 남자가 찾아와 구구루루 교전(敎典)과 쿠쿠리를 노파에게 맡겼고, 노파는 남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쿠쿠리를 집 안에 가둬놓고 키웠다. 


노파로서는 쿠쿠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지만, 쿠쿠리로서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이 혼자서 생활하는 것이 답답했고, 미구미구족 최후의 생존자로서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마법 공부만 하는 것이 지겨웠다. 그러던 차에 스스로를 용자라고 일컫는 니케가 나타나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하니 반가울 수밖에. 어려서부터 힘든 나날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고 씩씩한 쿠쿠리가 나는 참 좋다.





<마법진 구루구루> 전체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니케와 쿠쿠리가 모험을 떠나기 직전에 시장에서 모험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대목이다. 생애 처음으로 시장에 가본 쿠쿠리는 예쁜 옷도 사고 싶고 액세서리도 사고 싶다. 하지만 알고 보니 쿠쿠리가 입고 있는 칙칙한 망토가 방어력이 가장 높은 데다가 충동구매를 하면 안 된다고 니케가 말려서 쿠쿠리는 마음을 접는다. 그런데 저 멀리서 달려온 니케가 쿠쿠리에게 뭔가를 건네준다. 그것은 니케가 자신에게 필요한 철검을 사고 남은 돈으로 산 꽃장식 머리핀 ^^ 평소에는 뺀질뺀질하고 허세가 가득해도 쿠쿠리 마음은 기가 막히게 아는 니케가 귀엽다 ^^





<마법진 구루구루>의 인기 캐릭터 '북북춤 할아버지'도 오랜만에 보니 참 반가웠다. 북북춤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순간 북북춤 할아버지 전용 배경 음악(띠라디라디라 띠라디리라~)이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 건 내 착각일까 ^^ 이제 보니 북북춤 할아버지가 일본 배우 타케나카 나오토를 닮은 듯하다 ^^





<마법진 구루구루>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 깁플도 나온다(깁플 오랜만이야 ㅠㅠ). 난 이렇게 얼굴이 몽실몽실하고 표정이 묘한 캐릭터가 좋다 ^^ 이제 보니 깁플이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어피치를 닮은 듯하다(아니, 어피치가 깁플을 닮았다고 해야 하는지도) ^^





<마법진 구루구루 애장판> 1권에는 초판 한정 부록인 아크릴 스탠드가 포함되어 있다.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를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년이 흘러 애장판을 소장하게 될 줄이야. 이 스탠드를 볼 때마다 마음이 뭉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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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홍현진.강민수 지음 / 오마이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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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를 위한 마을은 없나요?" 오마이뉴스 기자 홍현진과 뉴스타파 기자 강민수가 공저한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1인 가구를 위한 공동체를 찾는 사람에게 권하고픈 마을공동체 안내서다. 


마을공동체라고 해서 반상회나 어머니회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이 책에 소개된 1인 가구 마을 공동체는 주제와 형태가 훨씬 다양하다. 주거비 부담을 덜기 위해 공동주거 플랫폼을 만든 '우리동네사람들',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그리다협동조합', 도시 한복판에서 에코 라이프를 외치는 '이웃랄랄라', 신용 대신 신뢰를 주고받는 청년연대은행 '토닥' 등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혜택이나 기업이 선보이는 서비스 대상에서 소외되기 쉬운 1인 가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공동체가 대부분이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살림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1인 가구에는 살림이 생략된 것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1인 가구라고 하면 집안에 온통 라면과 일회용품이 가득하거나 그게 아니면 정반대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골드미스이거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여주는 1인 가구에 대한 양극단의 이미지가 있다. 사실 대부분의 1인 가구는 양극단이기보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데... (73쪽)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1인 가구 공동체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이다. "토닥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단순하다. 만 15~39세, 매달 5000원 이상의 출자금과 10000원 이상의 조합비를 내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가입 후 바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30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서는 '출자 1개월 이상 또는 토닥 씨앗 다섯 톨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토닥 씨앗은 토닥 조합원 교육, 소모임 등의 활동에 참여할 때마다 쌓이는 활동 지수다." (122쪽) 일종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인데, 같은 아이디어를 대학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단체에서 시행해봐도 좋을 것 같다. 


도시의 일부를 농지로 전환하는 전환마을 프로젝트도 인상적이었다. 서울 은평의 갈현 텃밭 프로젝트에 참여한 소란은 한 달 벌이가 100만 원가량이지만, 직접 키운 야채를 먹고 술도 담가 먹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셰어 하우스에서 지내서 한 달 지출이 통신요금 등을 합해 50만 원쯤 된다. 1시간 일해서 시급 얼마를 버는 것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게 더 생산적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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