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이야기 5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이렇게 좋은 만화책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타니카와 후미코의 단편집 <솔로 이야기>를 몇 장 읽기도 전에 푹 빠져버렸다. 등장인물들은 열심히 일하고 연애하는 평범한 여성들. 늦잠 자서 전철을 놓치고, 지각해서 상사에게 야단맞고, 실수해서 고객에게 혼나는 것이 일상인 사회인이자, 나이를 먹을수록 결혼과 출산 압박에 시달리고 애인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풀리지 않아서 걱정인, 나와 똑닮은 여성들이다. 


이들의 고민도 나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에선 나름 열심히 일하지만 보람을 찾을 수 없고, 애인과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고 점점 삐걱거릴 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도 없다. 내가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내 인생 망했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나와 똑닮은 이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28세 솔로 직장인 모리야마 리카는 어린 시절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를 읽는다. 모처럼 휴가를 받아 고향집에 내려갔는데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압박을 주고 어릴 때 쓰던 방까지 비우라고 해서 마음이 복잡하던 리카는 친구의 편지를 읽고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32세 은행원 오가와 마사키는 고성(古城)을 보러 간다. 남자친구와 냉전 중인 마사키는 큰맘 먹고 3시간 거리에 있는 고성에 가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밤늦은 시간이고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어 공포에 사로잡힌다. 마사키는 아침이 밝는 대로 남자친구에게 먼저 사과하기로 마음먹지만, 아침이 되고 뜻밖의 사건을 겪으며 마음을 바꾼다. 외롭다는 이유로 함께 있는 건 그만두기로, 아무리 외로워도 혼자서 설 수 있는 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28세 직장인 호리노우치 아야는 '원래의 나'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아야는 배려심 있고 상냥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아야에게 벽을 느끼고 아야를 멀리한다. 아야는 평소 싫어하던 회사 선배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전혀 이상할 거 없다고 생각하는데, 근데 그거 효과 있었어?"라는 충고를 듣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선배가 가르쳐준다는 '효과적인 자기 연출법'이란 대체 뭘까? 나도 알고 싶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나이듦 앞에서 무력해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보다 재미있고 진솔하게 담아낸 만화가 또 있을까? 여성이 겪는 문제를 연애나 결혼, 출산으로 한정하지 않고, 여성 스스로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그린 점도 마음에 쏙 든다. 시리즈 1권부터 찬찬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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