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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아름다운 삶을 위한 철학의 기술
빌헬름 슈미트 지음, 장영태 옮김 / 책세상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여러분은 아시지요, 한 작품 안에 얼마나 많은 사상과 자극이 들어가 자리를 잡는지를 말입니다."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미술을 통해 20세기 미국인의 삶의 단면을 포착한 것으로 유명하다. <나이든다는 것과 늙어가는 것>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빌헬름 슈미트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중에서도 1959년작 <철학으로의 소풍>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이 작품은 "사랑 이후의 순간, 성찰이 작동하는 순간, 타자와 고통스러운 거리를 둔 삶, 꺼져버린 욕망이라는 공허함 가운데에서의 사유, 그 원인에 대한 냉혹한 질문을 표현하는 듯하다." 요약하면 철학의 순간 그 자체다.
에드워드 호퍼 <철학으로의 소풍> 이 책은 니체의 <삶의 기술 철학>을 따라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근거로 삼아 '철학으로의 소풍'을 시도한다. 시간, 습관, 쾌락, 고통, 죽음, 분노, 모순 등 일상에 자리하고 삶을 관통하는 주제들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삶은 모순적이다. 충만한 삶을 추구할수록 쾌락과 고통이 동반해서 커지고 그 둘은 분리할 수 없다.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고, 죽음이 없으면 삶이 무가치한 것처럼 말이다. 결국 삶에서 쾌락을 많이 누리고 싶다면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죽음을 인식해야 한다.
쾌락을 누리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방법 중 하나가 습관이다. 습관에는 권력관계 또는 지배관계로부터 별다른 성찰 없이 수용하는 타율적 습관과 주체적인 의지로 습득하는 자율적 습관이 있다. 타율적 습관과 자율적 습관을 각각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느냐, 어떠한 자율적 습관을 채택해 어떻게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과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주어진 삶에 의심이 생길 때에는 자기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다. <수상록>의 저자 몽테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글쓰기는 그 자체로 자기 자신에 대한 실험이며 변화의 계기다. 글쓰기는 또한 삶에서 일어나는 우발적인 사건과 원치 않은 우연들을 스스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힘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 생명의 정원 가꾸기, 가상공간에서의 생활, 건강 관리 등도 삶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주요 분야다. 무분별하고 경쟁적인 소비가 현대인들의 삶을 갉아먹고 철학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