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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 관계 맺기 심리학
옌스 코르센.크리스티아네 트라미츠 지음, 이지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십 대 때만 해도 한 동네에 살거나 같은 학교에 다니면 누구와도 금방 친해졌지만, 이십 대를 지나 삼십 대가 된 지금은 그런 이유로 친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알고 지내는 사람의 수는 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친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이는 한 줌도 안 된다. 어릴 때는 사람 사귀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인간은 원래 서로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관계를 위한 지침서나 규정, 심지어 십계명도 사실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관계 맺는 법을 본능적으로 아는데도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은밀한 동반자' 탓이다. 은밀한 동반자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의인화한 표현이다.
은밀한 동반자는 시각, 청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직관, 감정, 사고, 뉴런의 그물망으로 존재하기도 하며,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아드레날린 등 다양한 체내 물질로 존재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은밀한 동반자를 각각 평가자, 경고자, 신호전달자, 연결자, 공감자, 비교자, 보호자, 자극자, 의지관철자, 권력자, 통제자 등으로 구분해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면 은밀한 동반자 중에서도 경고자의 힘이 센 것이다. 경고자는 우리가 창피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여겨질 때 경고음을 울린다. 문제는 파티에 참석한 경우처럼 낯선 사람에게 꼭 다가가야 할 때에도 경고음을 울린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경고음을 억지로 통제하려 들지 말고 인정한다. '나는 왜 이리 수줍음을 많이 탈까?' 같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나는 당분간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을 것이다.' 라고 결심함으로써 내면을 다스린다. 단, 침묵하는 대신 주위 사람들을 면밀히 관찰한다. 때로는 말보다 눈빛이 사람을 움직이는 법. 사람들을 관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말을 걸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힘들고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면 독서를 추천한다. 전문서적보다는 소설 읽기가 감정이입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소설을 읽으면 모든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사람 사귀기가 어렵고 힘에 부칠 때마다 책을 찾고 소설을 읽게 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소설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읽는 수밖에 없는 걸까. 저자의 답변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