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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걱정이 많을까 - 걱정하는 습관을 없애는 유쾌한 심리학 수업
데이비드 카보넬 지음, 유숙열 옮김 / 사우 / 2016년 8월
평점 :
나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가 넘는 걱정을 한다. 출근길에 지하철이 멈추면 어떡하지? 주초부터 지각하면 어떡하지? 새로 꺼내 신은 스타킹의 올이 나가면 어떡하지? 점심 약속에 늦으면 어떡하지? 등등 큰일부터 작은 일까지 온갖 걱정을 사서 한다.
공포증과 불안장애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임상 심리학자 데이비드 카보넬의 책 <나는 왜 걱정이 많을까>에 따르면 '걱정은 단순히 미래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과 상상일 뿐이다'. 걱정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상 내지는 믿음이지, 백 퍼센트 현실화될 가능성도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걱정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걱정에 반응하는 방식이다. 걱정은 내가 걱정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내가 걱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걱정을 어떻게 대하는지, 걱정을 어떻게 처리하고자 하는지, 나의 행동이 걱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걱정은 합리적인 사고와 동떨어진 반직관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직관적인 방법으로 풀기 힘들다. 커다란 파도가 다가올 때 몸을 돌려 해안가를 향해 달리는 것은 직관적인 방법이고 파도를 향해 뛰어드는 것은 반직관적인 방법이다. 파도를 피하기 위해 파도를 등지고 달리는 것은 지극히 이성적인 행동이지만 결과는 파도에 따라잡히고 온몸을 바닷물에 흠뻑 적실뿐이다. 차라리 다가오는 파도를 향해 달리면 파도가 금방 나를 지나칠 뿐 아니라 운이 좋으면 파도 위에 올라탈 수도 있다. 걱정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걱정을 위험으로 받아들이면 싸우거나 도망가거나 얼어붙는다. 걱정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걱정이 저절로 사라지길 기대하는 것이 낫다.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전학간 학교에서 친구를 못 사귀면 어떡하나', '시험을 못 보면 어떡하나', '남자친구가 나 말고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나' 등등 수많은 걱정을 해왔지만 그때마다 걱정이 완벽히 해결된 적은 별로 없고(친구는 억지로 사귄다고 생기지 않고, 시험을 못 본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나 말고 다른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내 쪽에서 사절이다) 시간이 흐르거나 나이가 듦에 따라 저절로 사라졌다. 지금 하는 걱정 또한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걱정이 저절로 사라지길 기대할 여력이 없다면 걱정에 맞장구치는 방법이 있다. '비행기에서 내가 환각 증상을 보여 승무원들이 나를 제지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든다면 '그래, 비행기가 착륙하고 나를 요양소에 데려가기 전에 온 세상에 공개하겠지. 나는 저녁 뉴스에 나올 테고 모든 사람들이 볼 거야.'라는 식으로 걱정을 그대로 인정하고 내용을 보태는 것이다. 이 방법은 걱정을 없애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걱정에 맞장구침으로써 걱정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걱정이 덜 문제 되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이 밖에도 걱정 노래 부르기, 하이쿠 쓰기, 5행시 쓰기, 제2 언어로 걱정하기, 걱정 목록 작성하기, 걱정거리 녹음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핵심은 걱정 그 자체에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걱정을 소리 내어 말하거나 글로 씀으로써 지금 안고 있는 걱정이 얼마나 사소하고 바보 같은 것인지 귀나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걱정에는 뭔가 웃기는 구석이 있다'. '출근길에 지하철이 멈추면 어떡하지?', '새로 꺼내 신은 스타킹의 올이 나가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은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나만이 안고 있는 고민도 아니다. 차라리 걱정할 시간에 지하철 말고 다른 통근수단을 생각해내거나 여분의 스타킹을 준비하는 것이 나을 터. 걱정을 없애지 말고 끌어안으라는 저자의 조언이 탁월하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체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