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서툴지만 괜찮은 - 불안하지만 설레는 순간
한혜진 외 지음 / 엘도라도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나이를 의식하면서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스물아홉, 서른 같은 말이 들어간 책이 있으면 덮어놓고 읽게 된다. <스물아홉, 서툴지만 괜찮은>이라는 책도 지금 내 나이인 '스물아홉'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어서 고른 책인데 의외로 괜찮았다. 마이크로임팩트에서 기획, 진행한 <원더우먼 30>, <원더우먼 페스티벌>의 강연 내용을 묶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배우 한혜진, 홍석천, 작가 남인숙, 아나운서 윤영미, 언론인 윤경혜,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승원 등 화려하다. 직업, 직군 또한 교육 컨설턴트, 출판인, 언론인부터 배우, 아나운서, 작가, 생활예술가 등 다양한 편. 강연 내용을 긴 글 그대로 싣지 않고 따로 표제를 정해 파트를 나누거나 감각적인 이미지와 함께 편집한 점도 좋았다. 표지만 좀 더 예뻤으면 백 점이었을 듯.

 

 

좋은 구절이 많지만 특히 나는 생활예술가 이미영 님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공대를 나와 IT 기업에 다니며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던 그녀는 '이렇게 그냥 늙어가는 게 아닌가?', '이렇게 돈만 벌다가 죽는 게 아닐까?', '뭔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변화를 택했다. 그 결과 공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사회학 대학원에 진학해 시민운동을 했으며, 여행을 했고, 현재는 독립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 가슴 떨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내 자신에게 미안할 거다'라는 그녀의 말이 어찌나 가슴에 사무치던지. 이제껏 부모님이나 가족, 친척, 학교 선생님들한테 미안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진 애를 썼지만, 정작 내 자신에게 미안한 삶을 사는 데에는 한 점의 죄책감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 결과 이 나이 먹도록 열흘 이상 해외여행을 해본 적도 없고, 꼭 가지고 싶은 물건을 사본 적도 없고, 휴일이 기다려지지 않는 일에 종사해본 적도 없고, 조건이 좋은 사람과 그럭저럭 연애는 해도 영혼까지 뒤흔들 만한 사랑은 해본 적이 없었다. 왜 나는 나한테 미안한 짓을 자꾸 되풀이 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이십 대가 너무나 부끄럽고 안타까웠다. 이십대는 연습이었다. 삼십대에는 잘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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