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책 읽기 2 - 뚜루와 함께 고고씽~ 베스트컬렉션 인문.교양.실용편 카페에서 책 읽기 2
뚜루 지음 / 나무발전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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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블로그에 서평을 쓰고 있는 나는 남이 쓴 서평을 읽을 때 마음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나는 왜 이 대목을 놓쳤을까, 더 깊게 생각하지 못했을까, 이 사람처럼 좋은 글을 쓰지 못할까 등등 자꾸만 비교하게 되기 때문이다.


채널예스의 대표 코너, 북 카툰 <뚜루와 함께 고고씽>을 볼 때 특히 그렇다. 몰랐거나 알고도 안 읽은 책을 읽고 싶게끔 소개해 주는 것은 물론, 이미 읽은 책의 미처 발견하지 못한 대목을 짚어내는가 하면, 자신의 일상 또는 경험, 관찰과 엮어내는 솜씨 또한 훌륭하다. 무엇보다도 대단한 점은, 글만 쓰기에도 힘들고 버거운 나와 달리 저자는 그림까지 그린다는 것!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책의 감동을 그림으로 전할 수 있는 저자의 재주가 부럽고 또 부럽다.


"'책 고르기'에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그보다 많은 책이 자신을 거쳐가고 나서야 비로소 서서히 자신감이 생긴다." (p.7)


'요즘 나는 통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저자의 고백이 무색하게, 이 책에 소개된 책만 서른다섯 권이다. 게다가 고른 책들이 어쩌면 이렇게 내 취향과 맞아 떨어지는지. 맨처음 소개된 책은 무려(!!!) 나의 애(愛)작가,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이다(저도 참 좋아하는 책인데요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고 첫눈에 김연수 작가에게 반해버린 나와 달리 오랫동안 작가를 오해하고 있었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김연수를, 그리고 에세이의 매력을 재발견했단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p.21) 오래 전 밑줄을 그었던 문장을 다시 발견하니 어찌나 뭉클하던지. 저자가 읽기에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이어지는 김현진의 <뜨거운 안녕> 편에서는(토이의 노래 제목과 같다!) '막 살았다' 싶을 만큼 뜨거웠던 작가의 생애를 보며 나는 코앞으로 다가온 20대 마지막 해를 어떻게 잘 보낼까를 고민했다. 저자는 어떤 20대를 보냈기에 이 책을 읽으며 '그날의 뜨거웠던 안녕을 기억'한 것일까? 이것 또한 궁금하다. 서경식의 <나의 서양음악 순례> 편에서는 "개개인의 인생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그 운명이 결정돼버리는 게 아닐까. 그 갈림길은 뭐니 해도 먼저 음악이나 미술 등에 대한 기호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p.139) 라는 문장을 읽고, 음악과 미술뿐 아니라 책에 대한 기호 역시 인생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하며 밑줄 쫙. 표지가 깜찍한 아사오 하루밍의 <3시의 나> 편에서는 "책이란 건 좋은 페이지가 한 장이라도 있으면 사야 되는 거예요." (p.212) 이 문장에 크게 감복, 문장을 또 한 번 쫙 그었다.


이외에도 좋다는 평만 듣고 읽지는 못한 최지윤의 <옥수동 타이거스>, 김동영의 <나만 위로할 것>, 이병률의 <끌림>,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폴 스미스 스타일>, <하비비> 같은 책들을 위시리스트에 고이 추가했다. 한 해 동안 저서를 애독한 것은 물론 라디오 상담과 팟캐스트 강연까지 열심히 들은 김현철 선생님의 <울랄라 심리 카페>가 소개된 것을 보고 반가웠고, 역시 올 한 해 열심히 읽은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 중 <교양 노트>가 소개된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 저자의 '강추' 도서들과 함께라면 올 겨울이 결코 춥지도 쓸쓸하지도 않을 것 같다.


"'꾸준히'라는 습관과 관심만 있다면 '독서만큼 값싼 오락'도 없다고 생각해요." (p.9)


독서가 취미가 아닌 '특기'가 되어가는 현실을 개탄하는 저자는 '독서만큼 값싼 오락'도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꾸준히 책을 읽고, 치열하게 글을 쓰고, 정성들여 그림을 그리는 저자같은 애서가에게, 단언컨대 독서는 결코 값싸지도, 오락에 불과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를 (가격만 따지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들을 위해) 값싸다고, (놀거리만 찾는 '호모 루덴스'들을 위해) 오락이라고 말해야 하는 애서가의 현실이 애처롭다. 그러나 독서가 특기인 덕분에 이 알찬 데다가 재미있기까지 한 책을 오롯이 독차지할 수 있는 나는 행복할 따름이다. 책을 사랑하여 행복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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