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녀들 - 수상한 남자의 인도차이나 표류기
서영진 지음, 변영근 그림 / 소모(SOMO)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날씨가 지독히 추운 요즘,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곳에는 작열하는 태양이 있고, 시원스레 뻗은 나무가 있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탁 트이는 해변이 있고, 다부진 근육을 자랑하는 미남들이 있겠지? (흐흐) 남쪽 나라 여행지로 인도차이나는 어떨까? 생활을 여행처럼, 여행을 생활처럼 여기는 여행생활자 서진영의 인도차이나 여행기 <그리고 그녀들>이 훌륭한 가이드북이 되줄 성싶다. 


과연 그리워 눈물 나는 대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더불어 쉬이 재회하기 어려운 상대를 품고 있다는 것은 복인가, 화인가? (p.15)


인도는 다녀왔고 차이나도 다녀왔기 때문에 '인도차이나'를 여행지로 택했다는 저자는 태국을 시작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를 찍고 다시 태국으로 돌아오는 루트로 여행을 했다. 숙소든 음식이든 물가가 싸기로 유명한 나라에서도 최저가만을 고를 수 밖에 없는 가난한 신세. 비록 값싼 도미토리를 전전해야 했지만 어떤 곳들은 그에게 서글픈 현실이 아닌 선물같은 축복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미녀들과 한방을 쓸 수 있는 절호의 찬스, 그 이름도 찬란한 남녀 혼용, 믹스드 룸(mixed room)이 있었던 것이다!


미녀들과 밤낮 없이 마주치고 운좋으면 말도 트고 잠까지 같이 잘 수 있는 그곳은 그에게 천국이었다. 게다가 그는 미녀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에다, 예쁘다, 사랑한다 같은 낯뜨거운 말을 잘도 날리는 현대판 카사노바. 도미토리 안팎에서 인종, 국적 불문하고, 심지어는 평양랭면관에서 일하는 북한 미녀들에게까지 구애하는 그는 진정 인도차이나의 태양보다 뜨거웠다.


글은 또 어찌나 맛난지. 여행지에서 만난 그녀들과의 추억을 중심으로 각 나라의 유적지, 관광지, 역사, 문화 등이 적절히 뒤섞여 나오는 데다가, 저자 자신의 농밀한 고백까지 배어 있어 여행기로서도, 에세이로서도 훌륭했다. 여행을 마치고 방구석에 쳐박혀 있자니 온몸이 근질근질해 다시 한번 긴 여로에 오른다는 그의 다음 이야기가, 더 깊어지고 담백해질 문장이 궁금하다.


알고도 모르는 척, 냉가슴으로 살기엔 내 뼈마디는 지나치게 실하다. 이쯤이면 애써 삭히며 다독이고 살아온 암묵적인 생에 대한 화려한 반란과 찬란한 복수를 꿈꿔도 좋을 타이밍, 나는 즐기겠다. (p.119)
 

여성들에게 한정되다시피 한, 이 못 말리는 휴머니스트의 로맨틱한 여행기를 읽는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지극히 남성 위주인 점은 아쉽지만, 뭐 여자라고 작가처럼 '사심 가득한' 여행을 못 할 이유가 무엇인가. 부럽다면, 이 책을 철저히 마스터해서 실전 경험(?)을 쌓은 뒤 귀국해 <그리고 그들>을 쓰는 정도의 센스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적어도 나는 언젠가 한번 도전해 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