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
전영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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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의 이름을 들어봤거나 제품을 구입해봤을 것이다. 이케아는 내구성은 약하지만 저렴하고 디자인이 세련되어 실용성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하는 2,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케아 세대란 무엇일까? 이케아 세대는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제학부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일본학과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전영수 교수가 새롭게 만든 조어로, 고학력에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유학을 경험해 해외 문화에 익숙하고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으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세련됐지만 내구성 약한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로 절충해 2년마다 거처를 옮기며 살아가는, 주로 1978년 전후에 태어난 35세 가량의 사람들을 일컫는다. 처음엔 이케아 세대라고 해서 멋지고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멋은 있으나 몸값은 낮은 속성을 따온 것이라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케아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이전 세대에 비해 독신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양극화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이들은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가 고용마저 불안해 결혼, 출산, 양육, 내집마련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히 해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불안하고 고달프게 사느니 비자발적 미혼이 아닌 자발적 비혼을 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좋아서 독신으로 지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스스로 남성성을 포기하는 '초식남', 여성성을 버리고 동성, 중성화의 길을 걷는 '건어물녀' 열풍이 불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들은 가족을 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는 대신 연애, 결혼 본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경제학적으로는 연애와 결혼이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찌됐든 현 2,30대에게 연애와 결혼이 더 이상 필수도, 매력적인 선택지도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경제학 전문가 데이비드 콜먼은 "한국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p.114)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 앞으로는 젊은층 대상보다 노년층 대상 업종이 유망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촌 압구정동만 해도 10대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나 짜장면 집이 줄어들고 노인층 대상의 보석가게와 의류수선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젊은층의 매물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젊은층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로는 큰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자 대신 소비 줄이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가구는 이케아, 옷은 유니클로, 화장품은 미샤나 이니스프리 같은 로드숍 제품을 애용할 것인데, '절약의 역설'로 인해 경기는 점점 악화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후 몇십 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는 거대 집단인 베이비부머의 생애주기에 발맞춰 사회 자본과 정부의 정책이 호응하는 형태로 실현되어 왔는데,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고 노년층으로 편입될 경우 이들이 이익집단화됨으로써 '노인정치'가 시작될 우려가 높다. 반대로 노인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청년 세대의 불만을 반영하는 정치집단이 승기를 잡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몇 년 전 일본 민주당은 노년층의 관심사인 고령화에서 청년층의 관심사인 저출산으로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청년=진보"의 공식을 깬 청년 우경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나이만 봤을 때 나는 이케아 세대보다 11살 정도 어리지만, 학력과 취업 환경, 연애와 결혼, 출산, 양육에 대한 태도, 라이프 스타일, 소비 습관 등 대부분의 특징과 성향이 일치하여 읽는 내내 무척 공감이 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닌 이후 세대의 특징과 경향을 연구, 예측할 뿐 아니라, 문화, 경제적 영향 외에도 정치적 영향까지 다각도로 분석한 점이 좋았으며,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있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도모한 점도 좋았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은퇴하고 이케아 세대가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잡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할까?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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