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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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구매한 마스다 미리 3부작 2탄이 도착했다. 몇 달 전에 출간된 마스다 미리 3부작 1탄(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주말엔 숲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이 만화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2탄이 출시된 모양이다. 이번 예약판매도 시작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구매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잘된 것 같다. (선물로 에코백에 컵받침까지 주니 누가 혹하지 않겠냐마는) 게다가 이번 2탄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과 임경선 작가님이 추천사도 쓰셨다. (김연'수짱'?) 좋아하는 작가들이 내가 좋아하는 만화를 좋아한다고 하니 어찌나 설레던지... 역시 내가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었어...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포함해 만화라는 장르 전반에 대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너무 금방 읽게 된다는 것! 저번에 산 세 권도 앉은 자리에서 10분 만에 다 읽어서 허탈했는데, 이번에 산 세 권도 택배 기사님께 받자마자 동생이랑 다 읽어버렸다. 어찌나 허무하던지... 다음 권을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긴데, 책을 사서 읽는 시간은 너~~~~무 짧다. (내가 살면서 읽은 중에 제일 좋아하는 만화책이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인데 이 책도 다음 권이 너~~~~무 안 나온다. 언제 나오나요? 엉엉ㅠㅠ) 하반기에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한다고 하니 그거라도 기다려야겠다. 시바사키 코우가 연기하는 '수짱'이라... 안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것 같고... 기대된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마스다 미리의 대표작 '수짱 시리즈'의 대망의 첫번째 책이다. 수짱 시리즈를 읽는 순서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인데,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가 국내에서 제일 먼저 출간되었고, 이번에 나머지 책 세 권이 출간되었다.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크게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순서대로 읽는 편이 이야기를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짱은 일본 남단의 가고시마 현 출신으로 20대 시절 도쿄에 상경해 카페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나이는 서른네살. 남자친구는 없다.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아기 엄마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쓸쓸하지만, 결혼을 하고싶다거나 해야겠다는 자각이 높지는 않다. 그보다는 결혼을 왜 해야하는지, 일 잘하는 멋진 여자로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은 무엇인지 등 인생 자체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다. 수짱이라는 캐릭터는 마스다 미리 작가 자신의 경험과 성격이 많이 반영된 인물로 보인다. <엄마라는 여자>라는 책을 보면 지방 출신인 작가는 이십대 초중반까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이십대 후반에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상경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다고 한다. 삼십대 후반인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수짱이 시골에서 상경한 점, 카페에서 일하는 점, 삼십대 중후반까지 미혼인 점은 이러한 작가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수짱 시리즈에서 첫번째 책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주인공이 현재 생활에 문제를 느끼는 최초의 상황을 그렸다. 이후 두번째 책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서는 성인 여성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결혼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루고, 세번째 책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직장 내 인간관계와 직업에 대한 고민, <수짱의 연애>는 연애 문제에 대해 다룬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다른 세 권의 책처럼 구체적인 문제 상황이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 심심한 면이 없지 않은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심심함' 자체가 매우 공감이 되었다. 수짱을 보면, 당장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자친구나 남편이 있어 괴롭히는 것도 아니니 나쁠 게 없고, 일이 썩 재미있고 보람된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보수도 괜찮고 나쁘지 않은 편이다. 수짱의 친구인 마이코를 보면, 유부남이기는 하지만 좋아하는 남자가 있고, 직장은 짜증나지만 결혼하면 그만둘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뭔가 크게 좋은 일도 없지만 나쁜 것도 없는 상태. 그런 상태에서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라고 자문(自問)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일까? 인간의 당연한 심리가 아닐까?



거창한 행복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고, 남자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려고 하는 수짱을 보고 있으면 그저 흐뭇하고, 응원해주고 싶고, 같이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수짱 시리즈를 비롯한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국내에서 유난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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