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혁명 1
막스 갈로 지음, 박상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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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난해 말에 개봉되어 올해 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울린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지만, 정작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영화 속에 혁명에 관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다보니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배경인 작품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정확히는 장발장이 19년 간 감옥에서 복역한 후 풀려나는 시점이 1815년 나폴레옹 전쟁 종결 즈음이고, 영화에 나오는 혁명 장면은 1830년 7월 혁명부터 1848년 2월 혁명 사이라고 한다. 이즈음의 프랑스 역사는 상당히 복잡한데,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이 시기로부터 한 세기 전의 상황부터 보는 것이 좋다. 그 때를 그린 소설이 바로 막스 갈로의 신작 <프랑스 대혁명>이다.  

 
저자 막스 갈로는 소설가, 역사가, 교수, 정치인 등 전방위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식인이다. 소설 <나폴레옹>을 통해 나폴레옹의 영웅적 일생을 다룬 바 있는 그는 자신의 100번째 책이기도 한 이번 소설에서 루이 16세의 즉위와 프랑스 대혁명,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치, 나폴레옹의 등장과 황제 즉위 등을 폭넓게 다루었다. 이 책은 1권과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권은 루이 16세의 즉위부터 대혁명 발발 이후까지를, 2권은 루이 16세의 처형부터 나폴레옹의 황제 즉위 이전까지의 시기를 그렸다.


1권은 루이 16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대표적인 인물 하면 마리 앙투아네트가 먼저 떠오르는데, 이 소설은 그녀의 남편인 루이 16세에 주목한 점이 특이했다. 왕인 루이 16세가 주목받는 것이 마땅한데 왜 마리 앙투아네트가 더 유명세를 얻은 것인지가 늘 궁금했는데, 소설에서 보니 루이 16세는 선왕들에 비해 카리스마 내지는 사회적인 입지가 약했던 것 같다. 차기 왕위 계승자였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어린 나이에 왕위를 이은 그는 국내 정치의 혼란과 국제 정치의 압박 속에서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얼마나 유약한 왕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왕비이자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와의 부부생활에 관한 가십들이다. 결혼 초기에 루이 16세는 사냥에 심취했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교 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로 인해 부부 생활은 거의 없었고 불화설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왕의 사생활에 관한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왕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왕정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져 왕 자체를 없애려는 시민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1권의 중심적인 내용은 루이 16세를 비롯한 왕정 지지자와 공화정 지지자 사이의 갈등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양쪽 지지자가 대표하는 사회적 계급 간의 갈등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프랑스 사회는, <레미제라블>에서 그려진 대로, 빈곤층과 지배층 간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가 극심했다. 빈곤층은 빵 한 쪽을 사먹을 돈도 없어서 굶어죽어가는 반면, 지배층은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법을 고치고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1789년에 발표된 인권선언문은 두 계급 간의 갈등을 상징한다. 인권선언문 하면 절대왕정과 봉건적 특권을 타파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 저항권 등을 규정한 문서로 알려져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인권선언문 발표 후 '재산가를 옹호하기 위한 법이다', '신분 귀족이 재산 귀족으로 대체될 뿐이다' 등의 비판도 많았다고 한다. 문서의 내용과 목적의 위대함은 물론 인정하지만, 인권선언문이 인간의 실질적인 자유와 평등에 기여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인권선언문은 그 후에 이어지는 공포 정치를 비롯한 프랑스 사회의 혼란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고, 시민들의 경제적 처우라든가 사회적인 지위를 더 낫게 만들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18,19세기의 자유주의 운동이 낳은 숙제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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