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 - 너무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할 사랑의 진실 42
고든 리빙스턴 지음, 공경희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고든 리빙스턴의 책을 연이어 읽고 있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가인 그는 주로 삶의 의미라든가 인생의 교훈에 대해 주로 글을 써왔는데, 이 책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은 특별하게도 연애와 결혼 등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책이다. 이런 주제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지만, 고든 리빙스턴이 쓴 연애 바이블, 결혼 바이블이라면 뭔가 다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그랬다.



저자는 남녀 간의 관계에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생 함께할 사람을 선택하고, 그 관계를 성숙하게 지속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법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중략) 하지만 이는 수학이나 과학,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입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동반자가 되어 삶을 함께 걸어가느냐 하는 것은 우리 삶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p.43) 그러나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연애를 금지한다. 부모님의 반대 때문에 학교 밖에서도 연애를 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만화, 게임 등에서 본 환상에 가까운 연애, 왜곡된 이성관이 주입될 수 밖에 없고, 현실의 남성, 현실의 여성, 현실의 연애로부터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상황이 확 바뀐다. 20대가 되자마자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은 연애하라, 결혼하라고 독촉한다. 어른들의 간섭 없이 연애를 할 수 있게 된지 이제 겨우 몇 년 된 '사랑 초보자'들한테 연애와 결혼을 종용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연인 간에 친밀한 교류 없이, 진지한 탐색 없이 섣부른 결정을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과연 이것이 옳은 것일까? 결국 공부도, 일도 '사랑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차라리 일찍부터, 사랑하는 방법부터 배우면 안될까?



그렇다면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먼저 피해야 할 타입부터 제시한다. 정신과 의사답게 상세하게도 설명해 두었다. 일단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안된다. 이런 사람을 가려내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경청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도덕이나 양심이 없는 사람도 안된다. "자리를 양보할 줄 모르거나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열어두고 기다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략) 이것은 배려심의 작은 시작이고 출발입니다. 문제는 그들이 단지 친절하지 않을 뿐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동정심, 이타심 등의 미덕도 갖추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결혼은 불같은 사랑의 끝이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시작입니다." (p.162) 완벽주의적이거나 불안해하고 우울해하는 사람도 안된다. 너무 소신이 강한 사람도 위험하다. 최대한 많은 상황에 부딪쳐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많은 질문을 함으로써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으로부터 덜 데인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외모, 옷차림, 취향, 취미생활 같은 것들에 대해서 따져보게 됩니다. (중략) 그러나 이런 것들은 그리 중요한 것들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어떤 신문을 구독하는지, 사회문제가 생겼을 때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 사람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p.126)



그러나 이게 책에 나온 대로 잘 되는 것이라면 이 세상에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연애 감정에 빠지면 시쳇말로 '콩깍지가 씌어서' 상대의 단점은 잘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가 보기에는 나 또한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할까? 저자는 여기에 대해서도 몇 가지 조언을 던진다. 그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결혼은 사랑의 끝, 일상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연애가 산뜻하고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결혼은 막장이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연속극이다. 막장인데도, 욕이 나와도 연속극을 계속 보는 이유는 그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오래 하고 싶다면 상대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자. 또 하나는 '완벽한 사람은 있다'고 믿으라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현실과 타협을 한다면 이상형을 만나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완벽한 사람은 존재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은 객관적인 기준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완벽하면(또는 상대가 나와 함께 완벽해질 수 있으면) 됩니다. 내가 안정감이 없으면 그가 토닥여주고, 내가 조급한 기색을 보이면 상대가 참아주는 겁니다. 상대가 겁을 낼 때는 내가 용기를 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계가 되면 흠잡기나 갈등, 주도권 다툼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pp.236-7) 즉,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또는 내 기분에 모두 맞춰주는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나의 장점을 나눠줄 수 있는 상대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포기하면 사랑도 끝이다. 계속 찾으라. 그리고 일단 찾으면 내가 그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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