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성공 스토리 - 다양성과 스피드로 세계를 제패한
코바돈가 오셔 지음, 공민희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현재 전 세계 최신 대중 패션을 주도하는 업체 중 브랜드가치 1위인 기업은 어디일까? 갭? H&M? 정답은 '자라(ZARA)'다. 자라는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어느 도시에서든 브랜드 매장을 찾아볼 수 있으며 남녀노소, 계층을 불문하고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자라의 브랜드 파워에 비해 자라가 어떤 회사인지, 창업주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등 기업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이는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기피하는 자라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방침 때문이기도 한데, 얼마전 드물게 그의 허락을 받고 다수의 사진과 사적인 대화가 공개된 책이 출시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 책이 바로 신간 <자라 성공 스토리>다.

 
저자 코바돈가 오셔는 27년 동안 여성지 <텔바>의 편집국장직을 역임했으며, 2001년부터는 ISEM 패션 비즈니스 스쿨의 교장으로서 유럽과 미국의 패션산업 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는 작가이다. 그녀는 1990년에 당시 섬유 디자인 업체 인디텍스 사의 회장이었으며 훗날 자라의 회장이 되는 오르테가를 취재차 처음 만났다. 공장 직원으로 착각할 만큼 소탈하고 편안한 오르테가의 인품에 반한 그녀는 그후로 오랫동안 그와 개인적으로 친밀하게 지냈고, 자라가 세계적인 기업이 된 후에 그를 설득해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오르테가의 성공 비결과 자라의 경영 방식, 특장점 등을 조사하고 분석한 책이다. 오르테가는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다. 그의 조국 스페인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처럼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는 나라라기보다는 섬유를 제조하고 옷을 만드는 기술이 뛰어난 나라다. 그 역시 젊은 시절에 섬유 회상, 의류 판매점 등에서 일을 했고, 성실하고 근면한 태도로 금방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인정받는 직원으로 남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비록 학위도 없고 전문기관에서 패션을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지만,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습득한 섬유에 대한 지식과 의류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중에게 좋은 옷을 싸게 공급하는 패션 소매업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꿈은 결국 이루어졌고, 2013년 현재 그는 세계 최고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자수성가형 기업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가 세운 기업 자라의 경영 방식상 특징과 장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특징은 유행을 기업이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을 빠르게 캐치하여 짧은 텀으로 출시하는 데 있다. 뉴욕이나 파리 등 세계적인 패션 도시에서 유명 디자이너들이 시즌마다 소개하는 옷들은, 보기에는 아름답고 참신하지만, 실생활에서 입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반면 자라의 옷들은 유행에 너무 뒤처지지도, 너무 앞서가지도 않고, 실생활에서 입기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기업과 디자이너가 아니라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이 자라의 성공을 만든 셈이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패션은 항상 가을-겨울, 혹은 봄-여름 주기로 순환했고 유행을 타지 않는 실용적인 의상을 최고로 여겼다. (중략) 그렇다고 해도 1890년대에 폴 푸아레가 "의류 산업의 존재 이유는 참신함에 있다"고 주장한 것은 또 다른 혁명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 이 주장은 멀리 내다보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주요 철학이 되어 어지러운 패션 흐름을 '정시' 이론에 맞춰 안전한 속도로 전달할 수 있는 참신함으로 이끌었다." (pp.20-1) 이러한 방식은 일과 가사, 육아 등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현대 여성들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켰고, 유행을 발빠르게 반영하며 그녀들의 다양하고 세련된 취향도 확실히 사로잡았다.


사실 패스트 패션 하면 가격이 저렴해서 인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디자인도 훌륭하고 유행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고, 무엇보다도 그것 자체가 경영 철학이라는 사실 때문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이 광고나 매체를 통해 말로는 '사회 공헌을 한다', '소비자를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자를 희생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자라의 경우 소비자를 위하는 마인드와 이윤 추구라는 현실적인 목적을 현명하게 연결했고, 그것이 곧 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공이 명문 MBA와 패션스쿨 출신의 엘리트들이 고용된 뉴욕이나 파리의 패션 업체에서가 아니라 패션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스페인의 작은 도시에서, 그것도 무학이나 마찬가지인 자수성가형 기업가의 머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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