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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그림처럼 - 나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일상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도, 그림처럼>의 저자 이주은은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하고 있다. 이전 저작으로는 <그림에, 마음을 놓다>, <엄마의 명화편지>, <빅토리아의 비밀> 등이 있다. 미술사 수업을 듣게 되었으니 이참에 교양을 확실히 쌓아볼까 하는 마음에 찾은 이 책에는 요즘 배우고 있는 고흐, 마네를 비롯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나와있어 좋았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한 딱딱한 해설서는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일상 치유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작품과 화가의 이야기가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찬찬히 사유한다.
이를테면 요새 국내에서 전시중인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에는 덩치가 좋고 뚱뚱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이제까지 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이 화가는 살집있는 사람들을 주로 그렸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저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림 한 점을 물꼬로 신체에 대한 인식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이 쪘다는 이유로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비극이 얼마나 참혹한지, 그리고 실제로 통통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던 화가 프란츠 마르크의 러브 스토리는 어땠는지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쉴새 없이 쏟아냈다. 미술뿐 아니라 영화, 문학, 역사적 사건, 저자 자신이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 등 이야기의 종류도 무궁무진했다. 진작에 이런 관점에서 미술 작품들을 접했다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을텐데...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가벼운 에세이를 읽어보고 싶은 분께 권하고 싶다. 올 가을에는 당신도 나도 그림처럼, 책과 예술에 푹 빠져보는 여유를 즐길 수 있기를...
그림은 삶의 지침서와는 다릅니다. 이것저것 해두라고 등을 떠미는 대신 '자네, 여기 와서 쉬게나' 하고 권합니다.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고 결심하게 하는 대신 '너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 하고 일깨워줍니다. 그림은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구불구불한 길은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야'하고 보여줄 뿐이지요. ... 그렇다고 해서 예술이 염세적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예술가들은 의식했든 아니든 자신이 바라본 세상보다 그림이 더 낫기를 바랐던 사람들이니까요. (p.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