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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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밤에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 때문에 아침이 되어서야 계엄 소식을 들었다. 밤사이 큰 충격을 받았을 사람들과 국회로 향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을 안고 그때부터 주말마다 여의도로 갔다. 그 자리에 황정은 작가도 있었다. 


황정은의 산문집 <작은 일기>는 2024년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일부터 2025년 5월 1일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날 저자는 소설을 쓰고 책을 읽으며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평소와 다른 사건이라면 세면대 밸브에서 물에 새는 것을 발견한 정도. 이튿날 기사가 방문해 수리해 주기로 했으나 그 약속은 며칠 후로 미루어졌다. 그날 밤 문제의 계엄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음날 곧장 국회로 간 저자는 그 후 몇 주 그리고 몇 달 동안 집회에 나갔다. 물론 매일 집회에 나간 건 아니지만, 집회에 나가지 않은 날에도 계속해서 뉴스를 보고 유튜브, 팟캐스트로 관련 소식을 접했다. 마감해야 할 원고가 쌓이고 읽어야 할 책이 늘어갔지만, 사태가 정리되기 전에는 어떤 글도 쓰거나 읽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그날들을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사람들 덕분이다. 저자가 집회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좋았던 건 아니다. 집회에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저자와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그런 사람들도 집회에 왔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는 저자가 집회에서 그들을 만난 것처럼, 그들 역시 평소에는 만날 일이 없는 페미니스트, 장애인, 성소수자들을 집회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어떤 가능성, 어떤 희망을 보는 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일까. 


저자와 함께 사는 파트너와 자매들과 조카들 이야기도 좋았다. 가족이 다 함께 집회에 가는 모습이 부러웠고, 모두가 지치고 힘든 상태일 텐데도 서로 음식을 챙겨 먹이고 안부를 걱정하는 모습이 훈훈했다. 집회 사이사이에 저자가 발견한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대목들도 좋았다. 무엇보다 그 시절 거리에서 본 풍경과 그때 느낀 감정을 저자의 언어로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계엄 같은 사건은 앞으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황정은의 <일기>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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