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웰스
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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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할머니, 개, 그리고 죽도록 쓰기>를 읽고 앤 패칫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렇게 좋은 작가를 왜 이제야 알게 되었냐는 한탄 섞인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부지런히 작품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앤 패칫의 소설과 산문집을 구해지는 대로 읽고 있는데, 그의 소설로는 처음 읽은 <커먼웰스>가 역시나 너무 좋았다. <커먼웰스>는 2016년에 출간된 자전 소설인데, 먼저 읽은 작가의 산문집 두 권(다른 하나는 <진실과 아름다움>)을 통해 작가의 개인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물론 소설은 소설일 뿐 실제 사연과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겠지만.


소설은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무대로 시작된다. 지방검사보인 앨버트 커즌스는 일 때문에 알고 지내는 지방경찰청 형사 픽스 키팅의 둘째딸의 세례 파티에 초대된다.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건너뛸 생각이었지만, 주말에 집에서 아내와 아이 넷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더 커져서 충동적으로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앨버트는 자신의 인생을 뒤흔들 여자를 만나는데 바로 픽스의 아내 베벌리이다. 둘은 그 자리에서 사랑에 빠졌고 몇 년 후 각자의 배우자와 이혼한다. 앨버트는 베벌리와 재혼하면서 베벌리의 두 딸 캐롤라인과 프랜시스를 맡는다. 정작 자신의 혈육인 네 아이(캘, 홀리, 저넷, 앨)는 양육권이 아내한테 넘어가 1년에 4주만 만날 수 있게 된다.


작가의 '자전' 소설인 이 소설에서 작가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는 다름 아닌 세례 파티의 주인공, 픽스와 베벌리의 둘째딸 프랜시스이다. 나라면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고 새아빠와 재혼했다면, 새아빠의 아이 넷과 여름을 보내야 한다면, 좋은 감정보다 싫은 감정이 더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프랜시스는 그렇지 않다. 앨버트의 첫 번째 부인이나 친자식들한테 앨버트는 결코 좋은 남편, 아빠가 아니었지만 프랜시스에게는 새아빠로서 부족함이 없었고 어떤 면에선 친아빠보다 나았다. 엄마의 재혼으로 만나게 된 형제 자매들 역시 어릴 때는 친구처럼 편하고 나이가 들어서는 피가 섞인 가족만큼(때로는 더) 의지가 되었다. (물론 이는 프랜시스만의 생각이고 언니인 캐롤라인은 달랐다는 점에서(새아빠 싫어함) 개인차는 있다.)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가족 소설인 동시에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한 소녀가 한 명의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프랜시스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가 뜻하지 않은 일들을 겪는다. 글을 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작가가 되는 건 한정된 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기에 그 무게와 책임감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프랜시스는 힘들게 배운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작가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일을 경험했거나 비슷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장면들을 넣은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자신의 개인사, 그것도 결코 좋게만은 볼 수 없는 (친모와 의부의 불륜) 이야기를 꺼낸 작가의 심경을 더욱 정확히 받아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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