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겹치면 처음핀드 4
신연선 지음 / 핀드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힘들었다, 괴로웠다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올라온다.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고 남은 것들 중에는 좋았던 일들도 있다. 그것들은 원하던 성적을 달성했다거나 큰 상을 받았다거나 하는 개인적인 성취가 아니라,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하고 어제 본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이야기를 했던 추억들. 그 시절 함께 추억을 만들었던 친구들은 이제 다 흩어져서 만날 수 없지만, 그들 덕분에 무사히 그 시절을 넘겼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꿈을 품게 만든 건 분명하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캘리'로 이름을 알린 작가 신연선의 첫 장편 소설 <구름의 겹치면>을 읽으면서 그 시절 그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 고등학생 '서인'은 남들 눈에는 완벽한 모범생으로 보이지만 사실 집에서는 엄마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린다. 서인은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어깨 근처에 둘러져 있는 기운을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그런 서인의 기운을 감지하는 건 절친인 '바인'이 유일하다. 한편  바인의 사촌 언니 '지윤'은 대학에서 불법 촬영 피해자가 되는 바람에 원치 않게 휴학을 한다. 가족 모임에서 지윤의 이상을 감지한 바인은 자신이라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게 해달라고 하고, 바인이 내민 손을 지윤이 잡으면서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인 세 사람 - 서인, 바인, 지윤 - 은 소위 말하는 강자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다. 셋 다 여성이고 나이는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 직업은커녕 가진 돈도 없고, 주변에 의지할 만한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런 세 사람이 서로의 고통을 보여주고(감지하고) 연결되자 '기적'이 일어난다. 서인에게는 가출했을 때 잠자리를 내어줄 사촌 언니가 없지만, 바인에게는 있다. 바인에게는 가출한 친구를 머물게 할 집이 없지만, 지윤에게는 있다. 지윤에게는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상대하고 일을 할 용기가 없지만, 서인에게는 있다. 각자에게 없는 것들이 서로에게 있는 것들로 채워지면서, 세 사람의 생활이 바뀌고 삶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이러한 연결, 연대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힘) 있는 사람, (돈) 가진 사람들만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도 모이면 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 가지지 못한 것은 남에게 나누어 받으면 된다. 그러니 기꺼이 모이자고, 구름처럼 겹치자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소설로 읽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