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조우리 지음, 이영채 그림 / 마음산책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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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면 단편보다 장편을 선호하지만, 내 인생은 장편 소설보다 단편 소설 같기를 바란다. 긴 고통을 감내한 끝에 남에게 감동을 주는 삶보다는 잔잔한 슬픔과 잔잔한 기쁨이 도처에 널려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소설가 조우리가 2024년에 발표한 소설집 <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를 읽으며 꼭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서로 다른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이야기만 하지 않기로 한 커플(<이 책을 펼치면>), 미용실에서 샴푸를 받으며 친구가 주장한 만인 초능력자설을 떠올리는 여자(<샴푸의 요정>), 애인이 원하는 케이크를 사려고 잠수 이별한 전 애인이 운영하는 케이크 가게에 들르게 된 여자(<빅토리아 케이크>), 친구의 주선으로 취향이 아닌 상대와 소개팅을 하게 된 두 여자(<디카페인 커피와 무알코올 맥주>), 퇴사한 선배의 후임으로 별자리 운세 코너를 맡게 된 여자(<마담 G의 별자리 운세>), 회사는 싫지만 구내식당 밥 먹는 재미로 사는 여자(<점심 시간의 혁명>) 등 누구 하나 마냥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불행하지도 않다. 딱 이 정도가 '사건'인 삶을 살고 싶다. (아니라서 문제다...)


같은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는 학생과 함께 시위 현장에 갔다가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절친과 재회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밀크드림>은 여자 아이돌과 팬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작가의 전작인 <라스트 러브>를 떠올리게 한다. 양심적인 진료로 정평이 나 있는 치과 의원의 마스코트 양 인형의 시점으로 쓴 <양 치과의원의 비밀>, 고양이의 시점으로 반려 인간에 관해 쓴 <타로의 지혜> 등도 발상이 기발하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생긴 흙더미와 주민들의 일화를 그린 <사랑의 탄생>도 좋았다. 소설 속 주민들처럼 인간은 어디서든, 무엇에서든 사랑을 발견하는 존재라고 믿는 작가라서 이렇게 밝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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