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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찬와이 지음, 문현선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평점 :

어떤 분이 자신에게 동생이 있어서 그런지 이 책이 참 좋았다고 말해서 읽게 된 책이다. 나한테도 동생이 있고, 동생이 나에게는 다른 가족이나 어쩌면 연인이나 친구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누나 '커이'가 남동생 '커러'에게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다. 커러가 태어나기 전까지 커이는 삶의 낙이랄 게 없었다. 아빠는 집에 잘 안 들어오고 엄마는 맨날 우울하고, 커이가 좋아하는 남자애는 커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랬던 커이가 열두 살이 된 1997년의 어느 날 동생 커러가 태어난다.
여전히 아빠는 집에 잘 안 들어오고 엄마는 우울하고 연애는 잘 안 풀렸지만, 커이는 동생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강해진 것 같고 동생을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커이는 동생이 어릴 때는 미혼모냐는 소리를 듣고 동생이 다 커서는 젊은 애인이냐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동생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동생이 2014년 우산 혁명에 참가했을 때에는 자신도 함께 거리로 나가고, 2019년 민주화 운동에 나섰을 때에도 시위에 동참한다. 마음 같아선 계속해서 위험한 일에 뛰어드는 동생을 말리고 싶고, 머리로는 이러다가는 직장도 잃고 애인도 떠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아니지만, 자신에게 동생보다 중요한 건 없기에 동생이 원하는 걸 해주기로 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동생에게 집착 아닌 집착을 보이는 누나의 광증을 그린 소설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누나가 동생 곁을 자꾸만 맴도는 건 서로에게 달리 의지할 가족이 없고, 동생이 가려고 하는 길이 결국 맞는 길이라는 데 누나도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부모는 돈 버는 일에만 관심이 있고 자식들에 관해서는 좋은 대학 가고 취업 잘 하고 얼른 결혼해서 손주 안겨주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한국 부모들과 똑같다). 그래서 주권이든 인권이든 알 바 아니고, 그저 자기들 돈 벌게 해주는 쪽에 달라붙는 일에만 전념한다. 그 결과가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홍콩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고 현재 홍콩의 상황이라는 것이 작가의 인식인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2019년 민주화 운동 이후 홍콩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절망에 빠진 동생은 우울증을 겪다가 급기야 삶에 대한 의지를 잃는다. 누나는 걱정하지만 내 생각에 동생은 계속 살 것 같은데,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아마도 오래전 누나가 동생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동생도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남매의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고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