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시절 J. M. 쿳시 자전소설 3부작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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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남아공 출신의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J. M. 쿳시의 소설을 야금야금 읽고 있다(<추락>, <폴란드인>).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생애를 직접 쓴 일종의 자전소설로, <청년 시절>, <서머타임>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1권이다. 이 책이 재미있었기 때문에 다른 두 권도 곧 읽어볼 예정이다. 이 책에 그려진 작가의 '소년 시절'은 다른 백인 남성 작가들의 그것과 비슷한 듯 다르다. 그건 아마도 작가가 일반적인 미국이나 유럽 출신이 아니라 남아공 출신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같은 남아공 출신 작가인 데버라 리비나 태어난 나라는 이란이지만 남아공에서 유년기를 보낸 도리스 레싱과 겹쳐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저자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약자성, 소수자성을 강하게 인식했던 것 같다. 가난한 부모는 케이프타운에서 자리를 잡는 데 실패하고 시골로 이사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여성인 어머니를 틈만 나면 비하하고 조롱했고, 지금으로 치면 남편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던 어머니는 장남인 저자에게 과보호라는 이름의 의존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 시행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학교는 학생들을 통합해서 교육하지 않고 인종별로 교육했으며, 백인 학생들 안에서도 종교별, 출신지별로 차별을 일삼았다. 차별을 당연시하는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자연히 폭력적인 성향을 띠었고, 내성적이고 온순한 성격이었던 저자는 그들의 괴롭힘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았다.


이런 와중에도 건강하고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사랑해주는 어머니와, (내성적이고 온순한 성격의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친구 대신 탐닉했던 영화, 라디오, 책 덕분이다. 종교나 인종의 구분을 넘어 우정을 나누었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떤 형태의 우정이나 사랑을 금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금지된 우정이나 사랑을 기어코 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나는 늘 놀랍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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