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7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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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같지 않지만 모두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고전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집 <백야>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책에는 도스토옙스키가 1848년부터 1877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 아홉 편이 실려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70년 전에 쓰인, 한국이 아닌 러시아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가정하고 쓴 이야기인데, 한 편 한 편이 마치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첫 번째 단편인 <약한 마음>에는 좋아하는 여자와의 약혼을 앞두고 밀린 서류 작업 때문에 괴로워 하는 친구를 도와주는 남자가 나온다. 두 번째 단편 <정직한 도둑>는 도와준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도 끝까지 그를 연민하는 남자가 나온다. 표제작인 세 번째 단편 <백야>에는 다리 위에서 우는 여자를 보고 불쌍해 결혼을 약속했지만, 여자와 약혼한 남자가 뒤늦게 나타나는 바람에 배신을 당하는 남자가 나온다.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이타적이지만, 바로 그 성격 때문에 원치 않은 고난을 당한다. 평론가들은 이를 사회주의와 연결해 분석하지만, 타인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독교적으로도 읽힌다.


아홉 편의 단편 중에서 지금의 현실과 가장 닮아 있다고 느낀 작품은 네 번째로 실린 단편 <악어>이다. 이 소설에는 장안의 화제인 악어를 구경하러 갔다가 악어에게 잡아 먹힌 남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남자가 악어 뱃속에 살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남자를 구하기 위해 악어 배를 가르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자를 구하지 않는다. 인간의 목숨보다 돈을 중시하는 요즘의 풍조와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이어지는 단편들도 인간들의 선한 면, 추한 면 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고전이지만(심지어 어렵기로 소문난 러시아 소설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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