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플롯 - 문학에서 발견하는 무한한 좌표들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6
황모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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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인 나현은 이혼 후 혼자서 아들을 키우는 언니 미현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반년 간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현은 언니와 조카의 행동에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언니가 나현만 보면 나가서 돈 벌라고 타박하고, 조카한테 장난을 치면 낄낄대며 웃어주는 건 예전과 똑같은데, 왠지 모르게 다들 예전보다 감정이 메마른 듯하다. 결국 나현은 '김듀라 샐비지 클리닉'이라는 곳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감각 과잉 감정 과발산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나현이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감각 상실 감정 무발산증' 같은데 자신이 문제라니. 그런 나현의 눈앞에 더욱 이상한 문장이 뜬다. '제87차 서브플롯'은 실패했으니 다시 '메인플롯'으로 돌아간다고.


황모과의 소설 <서브플롯>은 첫 번째 장(章)만 보면 백수인 여동생과 현실적인 언니, 귀여운 조카, 이렇게 세 사람이 나오는 가족 드라마처럼 보인다. 하지만 첫 번째 장의 끝에서 이 이야기는 '메인플롯' 즉 실제의 나현이 경험한 '서브플롯' 중 하나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대체 나현의 실제 인생(메인플롯)은 무엇인지, 살면서 어떤 일을 겪었기에 그것을 소화하기 위해 이토록 많고 다양한 서브플롯을 필요로 하게 되었는지를 궁금해 하게 만든다. 나현은 처음엔 메인플롯의 원인 또는 결과를 바꾸기 위한 용도로 서브플롯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서브플롯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완벽한 서사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최종적으로 나현은 자신이 경험한 메인플롯과 수많은 서브플롯을 통해 얻은 교훈 및 아이디어를 조합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인간이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유, 인간에게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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