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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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고 하지만, 인간이 태어나면 죽는다는 사실만은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죽음 직전에 각자가 보게 될 것은 무엇일까. 2023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데뷔 40주년을 맞은 해인 2023년에 발표한 소설 <샤이닝>을 읽으며, 어쩌면 이 소설에 그려진 상황이나 풍경이 우리가 죽음 직전에 겪거나 보게 될 것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한 남자가 운전을 하다가 아무것도 없는 숲 앞에서 차를 세우며 시작된다. 차를 돌려서 돌아가려고 하지만 바퀴가 길바닥에 처박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도움을 청하고 싶지만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전화를 걸 만한 집도 안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눈까지 내리자 남자는 눈이라도 피하려고 숲속으로 들어간다. 숲에서 그는 실제인지 허구인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구분하기 힘든 존재들과 마주치고, 그 결과 도달하게 된 어떤 경지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 책에는 2023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도 실려 있다. 어릴 때 큰소리로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욘 포세는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보다 쓰는 것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을 쓰면 다른 감정들이 생겨나 두려움을 몰아낸다. 그래서 그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글을 썼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은 오직 글로 쓸 수 있다"라는 믿음을 자신의 작가 인생을 통해 관철했다.


그동안 욘 포세의 작품들 - <3부작>, <아침 그리고 저녁>, <멜랑콜리아 I-II> - 을 읽으며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꼈는데, 작가 자신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글로 써왔다고 하니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게 당연하구나 싶다. 삶의 끝 또는 죽음의 시작을 경험하는 인간의 심리를 상상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아침 그리고 저녁>의 2부와 유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대표작 <7부작>의 내용을 압축한 것 같다는데, 분량이 무려 1200쪽에 달한다는 그 책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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