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세트] 전생에 효녀 (총22화/완결)
야상 / 투비닷(TOBE.dot) / 2025년 1월
평점 :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래 동화가 있다. 흥부 놀부, 콩쥐 팥쥐, 금도끼 은도끼 같은 것들이다. 효녀 심청도 빼놓을 수 없다. 효녀 심청은 눈이 안 보이는 아버지 심봉사를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금의환향한 심청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효(孝)라는 사실에 대해 의심해 본 적 없었다. 야상 작가의 <전생에 효녀>를 읽기 전까지는.
<전생에 효녀>는 토론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토론의 주제는 '심청이는 과연 효녀인가'. 주인공 은박하는 다른 학생들이 "맹인 아버지를 두고 물에 빠지면 아버지는 홀로 어떻게 하나", "당시 유교 사상적으로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을 함부로 바다에 내던지는 건 불효로 느껴지고" 같은 말을 하는 걸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분노를 조절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졸지에 '과몰입녀'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하는 흑역사를 안은 채 중학교를 졸업하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박하의 흑역사를 아는 이옹주가 나타나 인사를 건넨다.
이 만화는 효녀 심청과 바리데기 공주 설화를 축으로 진행된다. 둘 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효녀 이야기이고, 어려서 이 이야기들을 읽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이번에 이 만화를 보면서 효녀 심청과 바리데기 공주 설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니 의문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젖동냥에 응해준 이웃들이 사실은 심봉사와 심청 부녀를 마을의 골칫거리로 여기지는 않았을까.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약을 구해 병든 아버지를 살린 바리데기에게 정녕 부모를 원망하는 마음이 없었을까. 자식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는 부모들의 이기심을 효로 포장하는 것이 온당할까.
외전에는 콩쥐 팥쥐 이야기도 나오는데, 콩쥐는 착하고 팥쥐 모녀는 나쁘다는 생각이 정말 옳은가, 내가 직접 책을 읽고 한 생각이 아니라 주변 어른들에 의해 주입된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어려서부터 익히 듣거나 읽은 이야기들의 숨은 의미, 진짜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