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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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또 들어도 질리지 않았는데, 요즘은 곡 하나를 끝까지 듣는 경우가 거의 없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볼 때 정도만 음악을 끝까지 듣는데, 그마저도 정신은 무대에 가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음악을 '들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고 평소에 아무 음악도 안 듣고 사는 건 아니다. 내가 음악을 듣는 경우는 주로 글을 쓸 때인데(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주로 팟캐스트를 듣는다), 이 때 듣는 음악은 보사노바나 클래식 곡이 대부분이다. 이 때도 아이돌 그룹의 무대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정신은 모니터 화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음악을 '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뜬금없이 음악에 대해 생각한 건,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에서 작년에 출간한 앤솔러지 북 <음악소설집>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등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다섯 명이 각각 음악을 주제로 쓴 소설이 담겨 있다. 다섯 편의 소설이 고르게 다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은희경 작가의 <웨더링>이다. 이 소설은 우연히 기차의 4인석에 앉게 된 네 명의 인물이 서로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곡 하나에 대해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구성이 마치 네 명의 연주자가 각자 다른 악기로 다른 곡조를 연주해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콰르텟 연주 같다고 느꼈다.


편혜영 작가의 단편 <초록 스웨터>도 좋았다. 편혜영 작가의 소설 <재와 빨강>, 소설집 <아오이 가든>을 읽으며 편혜영 작가는 불안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의 소설을 주로 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초록 스웨터>는 편혜영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 다르게(!) 다정함을 넘어 애틋하기까지 한 분위기라서 신선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이런 기획 덕분에 작가로서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동료 작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작가님들이 하나같이 말씀하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독자로서도 반가운 기획이고, 장르를 좁혀서 클래식, 가요, 록, 힙합 등을 주제로 앤솔로지를 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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