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지음 / 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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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실례>에 이어서 읽은 양다솔 작가의 책이다. 작가의 첫 책인데 파괴력이 엄청나다. 제목만 보고 (재정적으로) 가난한 청년의 (마음은) 풍족한 일상 이야기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딥한 가족사가 나와서 읽는 동안 여러 번 울컥했다. 양다솔 작가님의 매력에 빠진 계기가 된 팟빵 매거진 <조용한 생활> '농담하는 입장'에서 작가님이 워낙 유쾌하게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하셔서(특히 아버지가 출가해서 스님이 되신 부분) 나도 유쾌하게 받아들였는데, 이 책을 보니 작가님도 작가님 어머님도 아버지(남편)의 선택을 받아들이기까지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셨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작가님 글에 묘사된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분이라서 부럽기도 했다. 매일 아침 최선을 다해 딸의 잠을 깨우고, 온갖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버지라면 빈 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질 만도 하다. 어머니의 독설에 여전히 상처 받으면서도 그런 어머니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애틋했다. 아픈 엄마를 데리고 수영장에 다니고, 몸집이 큰 엄마를 위해 발품을 팔아 수영복을 구하는 그런 딸. 적어도 나는 못 된다. 그런 어머니와 오순도순 재미있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면서 재미난 글 많이 써주셨으면.


외모 때문에 심한 놀림을 당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과 메이크업에 전력을 다한 이야기, 그 덕분에 어딜 가나 패셔니스타 소리를 듣고 친구들에게 유료로 메이크업 강좌까지 해준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딱히 놀림을 받은 적도 없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뭔가를 열심히 해본 적도 없는 나에 비하면, 훨씬 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자세인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드랙 아티스트들이 나오는 TV 쇼를 보고 자신의 꾸밈에 대해 돌아본 과정을 풀어쓴 글도 좋았다. 


집의 크기에 비해 너무 거대하지만 앞에 앉기만 해도 글이 술술 써질 것 같은 테이블을 구입해 정말 글을 술술 썼다는 이야기도 좋았다. 집의 크기에 가구를 맞추는, 그래서 영원히 좋아하는 가구를 사지 못하는, 좋게 말해 실용적이고 나쁘게 말해 소심한 나의 소비 태도와는 전혀 달라서 부럽다. 이 밖에도 저자는 요리도 잘 하고 보이차도 잘 끓이고 여행도 잘 다니고 좋은 영향 주는 친구들도 많고 부러운 것 투성이다. 부러운 점 많은 작가를 알게 되어 내 마음도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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