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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평점 :

시국이 어수선하다는 핑계로 연말연시 동안 독서를 게을리 했다. 오랜만에 다시 책을 읽으려고 하니 어색해서,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만화나 에세이를 주로 읽고 있다. 그렇게 읽은 책 중 하나가 마스다 미리의 산문집 <귀여움 견문록>이다. 이 책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인 마스다 미리가 일상에서 발견한 귀여움 30가지에 관한 추억 또는 생각이 작가 특유의 소박한 일러스트와 에세이로 표현되어 있다.
저자가 발견한 귀여움 중에는 어린이, 눈사람, 주먹밥, 메론빵, 고양이 꼬리 등 귀여움의 대명사 같은 것들이 있는가 하면, 노란 고무줄, 샤프심, 재첩, 보풀, 보온병 등 언뜻 봐서는 귀여움이 연상 되지 않지만 저자의 설명으로 수긍하게 되는 것들도 있다. 귀여움을 느낀 대상의 어원이나 역사 등도 함께 소개해 줘서 일본어, 일본 문화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눈사람은 언제부터 만들었는지, 붕어빵은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등 한국인 독자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한 내용도 많다.
'귀엽다(可愛い)'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고찰하는 마지막 글도 흥미롭다. 저자가 인용한 <어원사전-형용사편>에 따르면 '귀엽다'는 '아름다움, 아이스러움 등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이나 살아 있는 작은 것, 약한 것에 갖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한다. 우리말 '귀엽다'의 뜻풀이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으니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라고 나온다. 예쁘고 고운 것뿐 아니라 작고 약한 것에도 애정을 느끼는 일본어 '귀엽다(可愛い)' 쪽이 훨씬 너그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