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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이 8
서이레 지음, 나몬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평점 :

합동 공연 <바보와 공주>를 둘러싼 극단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공연은 매란의 단독 공연이 된다. 부담이 더욱 커진 영서는 어머니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 사이에서 번민하다 연습을 망친다. 보다 못한 단원들이 영서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애쓰지만 영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한다. 그러다 영서가 미처 읽지 못한 언니의 편지를 발견하고 읽게 되는데, 이 언니의 편지가 참으로 명문이다. (인정을 바라는 마음은 결국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되는 걸까.)
한편 국극단을 나와 고향에 간 정년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있었으니 한 명은 단장인 소복이고 다른 한 명은 부용이다. 소복이 오랜만에 만난 공선과 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부용과 정년은 바닷가에서 그야말로 몸싸움을 벌인다. 항상 다소곳하고 온화한 태도로 정년을 대했던 부용은 드물게 화를 내며 극작가로 활동 중인 아버지의 비밀을 털어놓고, 목이 상하거나 소리를 못해도 국극을 할 수 있다고 정년을 격려한다. 부용의 말을 듣고 정년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실력을 다져서 다시 한 번 입단 시험을 치르기로 결심한다.
<정년이> 8권은 정년과 영서 각각에게 큰 전환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어머니의 인정을 갈구하고 언니에게 경쟁 의식을 느꼈던 영서는 마침내 둘 다 극복하고 자신만의 국극 연기에 집중한다. 정년 역시 어머니와의 불화를 해소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년 자신이 국극을 하고 싶어서 국극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런 두 사람이 1년 만에 다시 만나 공식 대결을 벌이는 대목이 다음 9권부터 펼쳐진다. 얼른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