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노트 - 딸 하나 인생의 보물 1호가 된, 엄마의 5년 육아일기
이옥선.김하나 지음 / 콜라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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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작가님의 팬이라서 출간되자마자 구입해 두었던 책인데 오랫동안 손이 안 가서 안 읽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에 '일기'에 꽂혀서 일기와 관련된 책들을 읽던 중에 이 책이 육아'일기'라는 것이 생각나서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이 책의 훌륭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왜 이제야 읽었나 싶었다.


일단 이 책은 김하나 작가님의 어머니인 이옥선 작가님이 딸의 출생 이후 5년 간 직접 기록한 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옥선 작가님은 젊은 시절 대학에 다니던 언니의 대학 교지를 즐겨 읽었다. 그때 교지에서 '나의 재산목록 1호는 나의 어머니가 쓰신 육아일기이다'라는 문장을 읽고 나중에 자신이 출산을 한다면 그 아이의 육아일기를 써주기로 결심했다. 몇 년 후 결혼해 아이 둘을 출산한 이옥선 작가님은 실제로 각각 5년 간 육아일기를 썼다. 그렇게 쓴 육아일기는 오랫동안 비밀로 간직하다가 아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선물로 줬다.


김하나 작가님은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이 육아일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 시험에 낙방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에 어머니로부터 이 육아일기를 선물 받고 "갑자기 인생의 제일 첫 5년을 선물받아 그만큼 인생이 늘어난 것 같았다."라고 한다. 이 육아일기는 김하나 작가님이 작가로, 강연자로, 팟캐스트 진행자로 유명해지면서 점점 더 많이 회자되었고, 마침내 <빅토리 노트>라는 제목의 책으로 세상에 출간되었다. <빅토리 노트>는 노트 표지에 인쇄된 노트 브랜드의 이름인데, 일기의 주인공이 나중에 승승장구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릴 것을 예감한 제목 같아 신비롭다.


이 책은 내용 면에서도 흥미롭고 감동적이지만, 일기 또는 기록의 방법과 효용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읽어볼 만하다. 일기의 저자인 이옥선 작가님이 출연한 팟캐스트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Ep. 13 김하나가 평생 가장 많이 읽은 책의 저자가 나타났다' 편에 따르면, 이옥선 작가님이 5년 동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일기를 쓸 수 있었던 비결은 매일 하나도 빠짐없이 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쓸 수 있는 시간에 생각나는 내용만 적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일기 자체가 아니라 일기를 완성해서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므로, 일기 쓰는 일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만다꼬!) 편한 대로 쓰자.


빼어난 문장, 완벽한 글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하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아이가 오늘 이걸 했다', '이런 말을 했다' 같은 객관적인 사실 정보 위주인데, 이렇게 쓰니 기록하는 사람도 편하고 읽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다. 기록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건이나 일화가 지금 보니 엄청난 정치적 격변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해주는 장면들도 흥미로웠다. 형식은 다르지만 한 사람의 일생이 사회 또는 역사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니 에르노의 <세월>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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