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는 남자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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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전작인 <홍학의 자리>를 재미있게 읽기도 했지만 <못 먹는 남자>라는 제목이 너무나 강렬하고 흥미로워서 출간되자마자 구입한 책이다. 대체 남자는 왜 못 먹는 걸까. 읽어보니 그 사연이 꽤 기구하다. 주인공 민제영은 작은 규모의 인테리어 회사에 다니는 마른 체격의 남자다. 주변 사람들은 평균 체중보다도 훨씬 마른 그를 걱정하며 잘 먹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하는데, 사실 그는 먹고 싶지 않아서 못 먹는 게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제영은 음식을 먹으려고만 하면 타인의 죽음이 보였다. 처음엔 몽상이나 착각이려니 했는데, 얼굴을 아는 사람이 실제로 죽는 사건이 벌어지자 가볍게 여길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영은 극도의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음식을 입에 넣었다가 평소에 '제발 내 눈 앞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싶었던 사람이 실제로 죽는 이미지를 본다. 하지만 제영의 기대와 예상과는 어긋나는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고, 그런 민제영 앞에 의문의 남자가 나타난다. 


제영이 가진, 음식을 먹으려고만 하면 타인의 죽음이 보이는 능력은 일종의 초능력이다. 소설은 제영의 초능력을 둘러싸고 일군의 사람들이 쫓고 쫓기는 과정을 스릴 넘치게 묘사하는 한편으로 이런 초능력을 가지고 사는 것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제영의 경우 자신의 능력을 저주로 여겼다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생각을 바꾸는데, 이 과정이 상당히 로맨틱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영상화 되면 좋을 것 같고 후속편이 나온다면 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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