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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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소설이나 인문서, 사회과학서를 읽기 힘들 때, 나는 주로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읽는다. 최근에는 아포리즘 중심의 책도 종종 읽는데, 이 책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이 바로 그런 책이다. 한국 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를 지냈으며 베스트셀러 <라틴어 수업>, <로마법 수업> 등의 저자인 한동일의 신작인 이 책은 저자가 마음을 기대고 살았던 라틴어 문장들과 그에 관한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교황청 변호사로, 명문대 교수로,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을 것 같은 저자인데 의외로 고통과 방황, 좌절의 연속인 인생을 보냈다고 해서 놀랐다. 학창 시절에는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모범생이었지만, 마음속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고통스럽고, 힘든 시험을 치르고 나면 또 다른 시험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 때문에 좌절하고 싶은 적도 많았다. 가난한 집안의 상처받은 아이라는 콤플렉스는 어른이 되어서도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인간 관계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다. 저자는 거의 20년 넘게 남성만이 있는 집단에서 아침, 점심, 저녁을 꼬박 함께하는 초밀착형 기숙 생활을 했다. '딱 저 사람만 없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어디에나 있었고, 종교를 가진 사람이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에 자책하는 시간도 길었다. 최근에는 사제직을 내려놓고 홀로서기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고백도 나온다. 이런 식으로 저자가 겪은 인생의 고비들과 그 때마다 힘이 된 문장들이 함께 제시되어 위로와 용기를 준다.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문장들은 운명, 희망, 꿈, 변화, 공부, 치유, 인간다움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De studio adulti(어른의 공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 나오는 "저는 어른의 공부란, 살아가는 동안 자아와 경험이 굳은살처럼 박여 단단히 고착화된 통념을 깨는 과정이라 말합니다."(223쪽)이다. 공부는 통념을 깨는 과정이므로, 입시와 취업을 마친 후에도 공부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18세기 인권의 발전은 당대 사람들이 남의 글을 읽음으로써 타인의 생각을 통해 그의 기쁨과 고통 속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중략) 이를 촉진한 대표적인 문학 장르가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은 독자를 타인과 동일시하게 하고 공감하게 만들어준 훌륭한 매개였습니다. 소설은 인식하지 못하던 계층의 괴로움과 고통을 광범위한 독자들이 공감하게 함으로써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불러왔습니다."(175쪽) 


소설 읽기의 효용에 대해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소설 읽기를 통해 타인의 마음과 영혼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타인의 어려운 환경을 바꿔내고자 하는 개인적 차원의 혁명이 자선이다. 자선이 타인을 돕는 개인적 차원의 혁명이라면, 정치는 타인을 돕는 사회적 차원의 혁명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읽고 타인의 마음과 영혼을 이해하여 개인적으로는 자선을 실천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치에 더 활발히 참여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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