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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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린 작가 참 잘 쓴다. 소설도 좋아하지만 에세이도 정말 좋다. 저자가 그랬듯 나도 평생 대도시의 아파트에서만 살아서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동네의 생활을 잘 모르는데, 역에서 집까지 가기 위해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하고, 겨울에 눈이 오면 빙판길이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눈을 쓸어줘야 한다는 게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사계절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고 다정한 이웃들도 만날 수 있는 점은 좋아 보였다. 


이 책의 1부가 저자가 사는 '언덕 위의 집'에 관한 이야기라면, 2부는 저자의 반려견 '봉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기일 때부터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 생명의 일생을 전부 지켜보는 일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봉봉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봉봉을 그리워하고, 다른 생명을 대할 때에도 봉봉을 떠올리며 부러 더 다정하게 군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서로 참 많이 사랑하고 사랑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부에는 봉봉이 떠난 후 저자의 일상과 저자가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데버라 리비의 산문집 <살림 비용>에 실린 백수린 작가의 후기가 이 책에도 실려 있는데, 이 글도 참 좋다. 여자 혼자 일하고 요리하고 동물을 돌보며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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