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라스의 말 - 중단된 열정,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르그리트 뒤라스 외 지음, 장소미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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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 나에게는 <연인>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그 책을 읽고 나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후에 다른 작가, 다른 독자들로부터 뒤라스에 대한 찬사를 많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연인>을 오독했거나, 남들이 아는 뒤라스의 매력을 나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일 터. 그래서 이 책을 구입했다. <연인>을 다시 읽기 위해. 뒤라스를 더 잘 알고 싶어서.


이 책은 뒤라스(1914-1996)의 말년인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진행된 인터뷰를 토대로 한다. 뒤라스는 1914년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에서 2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큰아들만 예뻐했다. 가난과 차별을 겪으며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뒤라스는 대학 진학을 계기로 프랑스로 귀국한 뒤 다시는 베트남을 찾지 않았다. 1943년 소설가로 데뷔했고, 1984년에 발표한 <연인>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뒤라스의 작품들은 대체로 자전적이다. 이에 대해 뒤라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작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자기 자신에 관해 써요. 그들 인생의 핵심 사건인 그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작가가 언뜻 그에게 낯선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그건 늘 그의 자아, 그의 강박과 연관돼 있죠." "사람들은 쓰지 않을 때 대체 무얼 할까? 난 쓰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은밀한 경외감을 느껴요.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모르겠거든요." (95쪽)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은 무엇이든 쓰는 작가라는 인상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등장 인물들의 침묵과 부재에 담겨 있다고 뒤라스는 말한다. 오히려 서사를 이끌어가는 대화나 말은 인물들의 본심 혹은 진의를 감추거나 위장하는 효과를 지닌다. '말해진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에 주목하라는 저자의 말을 힌트 삼아, <연인>을 비롯한 뒤라스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무엇이 보일까 혹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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