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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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인십색(十人十色). 생각이나 취향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뜻의 한자성어다. 생각이나 취향이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나이와 국적, 시대를 뛰어넘어 당신이 '언니'로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20명의 여성 창작자가 답했는데, 대상인 언니가 속한 시대와 국적은 물론이고, 편지의 형식과 내용, 편지가 담고 있는 문제 의식과 메시지가 다양하고 다채롭다.


가령 뮤지션이자 영화감독, 소설가인 이랑은 재일조선인 예술가 한동현에게 편지를 쓰면서, '언니' 덕분에 '조선적'이 무엇인지 처음 알게 되었고,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 국적을 바꿔야 하는 삶이 있다는 것과 국적을 바꾸지 않아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은 100여 년 전 <한국의 들꽃과 전설>이라는 책을 쓴 플로렌스 헤들스톤 크레인에게 편지를 쓰면서, 한국의 식물학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한데도 그가 여자라는 이유로 '선생'이 아니라 '여사'라고 불리는 현실을 전한다. 


언니라는 말이 낯간지러우니 '형님'으로 부르겠다는 이반지하, 그동안 수많은 언니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자신이 좋은 언니가 될 차례라고 말하는 오지은, '남자의 적은 남자'인 세상이 지겨우니 '여자의 적이 여자'인 세상을 만들자는 정희진의 글에서도 각각의 캐릭터가 여실히 드러나 재미있었다. 이토록 개성 있고 똑똑하고 재미있는 여성들이 만들어갈 세계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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