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마음산책 짧은 소설
박서련 지음, 최산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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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데뷔작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강렬하고 묵직한 소설이었다. 이 작품으로 박서련 작가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후에 출간된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읽고 놀랐을지도 모르겠다. (<마르타의 일>은 다소 무거운 내용이지만) <더 셜리 클럽>과 그 밖의 단편들은 대체로 분위기가 가볍고, 장르도 SF, 호러, 코미디, 드라마 등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마음산책 짧은소설 시리즈로 출간된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도 마찬가지다. 24시간 지하 만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뜻밖의 재난을 겪는 이야기(<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배우 지망생에게 어느 날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나타나 장국영과 영화를 찍게 될 거라고 말하는 이야기(<거의 영원에 가까운 장국영의 전성시대>) 등 <체공녀 강주룡>과는 장르도 주제도 다른 소설들을 읽다 보면, 박서련 작가의 관심사와 재주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그의 작품을 따라 읽는 재미가 엄청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체공녀 강주룡>과 <마르타의 일>을 연상케 하는, 여성과 노동, 참여와 연대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물론 있다. 출산 휴가 중인 여성 대리를 대신하기 위해 고용된 여성 인턴의 이야기(<제자리>), 군대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친구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아이디는 러버슈>) 등이 그렇다.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머리카락을 잃고 수제 가발을 사려고 하는 영지와 그런 영지를 돕는 사촌동생 수영의 이야기를 그린 <추석 목전>도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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