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으로 만나는 위풍당당 영국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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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창 모 영국 배우에게 빠져 팬질을 하다가 구입하게 된 책이다.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현대 영국이 아닌 과거의 영국이 배경인 작품을 몇 개인가 보게 되었고, 덕분에 내가 영국사에 얼마나 무지한 지 알게 되었다. 역사 교양서나 역사 만화에 단골로 나오는 헨리 8세 이야기나 영국의 최전성기 시절인 빅토리아 시대 이야기를 제외하면 영국사를 세계사 혹은 유럽사와 별도로 접해본 적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이 책을 만나 늦게라도 영국의 역사를 쉽게 그리고 즐겁게 정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쓴 이케가미 슌이치는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교수이자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숲에서 만나는 울울창창 독일 역사> 등 대중을 위한 역사 교양서를 다수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프랑스 유학파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 프랑스 또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사를 이해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BBC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들에 빠지면서(역시 팬질이 공부의 왕도다) 영국과 영국사에 흥미가 생겼고, 영국과 영국사를 열심히 공부한 결과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


이 책은 영국의 정치사와 제도사의 흐름을 '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영국은 근대 의회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나라이면서 아직까지도 왕이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다. 이러한 모순에 대해 저자는 "지극히 영국적"이라고 평한다. 예부터 영국의 왕은 프랑스나 독일의 왕과 달랐다. 영국의 왕은 프랑스의 왕처럼 절대적인 권력을 누린 적도 없고 국민들에게 신처럼 떠받들어진 적도 없다. 약한 왕권을 보완하기 위해 영국의 왕은 다양한 수단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예가 의회이고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와 왕정이 동시에 유지된다는 게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영국의 역사를 알면 이해가 된다.


영국 역사를 배운 적이 거의 없어 걱정했는데 의외로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 로마 제국 지배, 바이킹 침공, 노르만 정복, 십자군 전쟁, 백년 전쟁 같은 키워드들은 유럽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둠즈데이북, 마그나카르타, 아서왕 전설, 로빈 후드 전설 등도 익숙할 듯. 책에는 영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홍차, 정원, 신사, 술, 스포츠, 추리소설, 퍼블릭스쿨 같은 영국 특유의 문화와 전통에 관한 설명도 나온다. 영국 역사에 관한 설명이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이 부분부터 읽는 것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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