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만든 감옥 - 두려움과 죄책감으로부터 탈출하기
맨리 P. 홀 지음, 윤민.남기종 옮김 / 마름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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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형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지배하는지 느낀다. 평소 원서로 책을 접해서일까 읽는 속도는 빨랐으나 감동이 덜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이고, 나쁘지 않았으나 원서로 읽었으면 더 감동이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12월 들어 몸과 마음이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일이 많으니 신경이 곤두서고 몸이 지친 상태로 연말을 맞으며 마음까지 공허함을 크게 느껴 위안을 얻고자 도서관에서 고른 책이다. 원제목은 “Escape from the Tyranny Our Own Thought”이다. 자신의 생각의 독재에서 탈출하는 법이다.

우리는 많은 장애물 앞에서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살지만 그것을 정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 장애물과의 슬기로운 공존을 통해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갈수록 정신적 임계점이 낮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것!

그 두려움을 대처하는 방법이나 자세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불가피한 것(죽음)에 대해서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고 종교나 철학이라는 교정장치로 가치관의 재정립을 할 수 있으나 이것도 궁극적인 치료책이 되기는 힘들 수 있다.

결국은 내가 관점과 시야를 바꿈으로써 신체에 영양을 공급하듯이 정신적으로 지속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며 정신적 식단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며 정신건강의 법칙을 따를 의무가 있다고 했다. 나의 마음을 병들고 아프게 하는 영양가치가 없고 열량만 높은 정크푸드만 넣어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라 한다.

난 ’죄책감에서 깨달음’으로 부분이 많이 와 닿았다. 평소에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지만 한쪽 구석에 늘 죄책감이 있었기에. 한 방향으로 열정을 쏟는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희생시킴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어 거기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그리고 완벽하게 뭔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저지른 실수, 부족한 모습,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끼친 상처 등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실수 안에 이미 형벌이 들어 있으며 죄책감을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면 이미 대가를 치른 것이라는 위안을 주었다. 과거의 일로 고통을 받았는지 얼나나 성장했는지 깊게 사색하고 의도와 동기가 순수했음을 확인했다면 마음의 빚을 상환하고 채무관계의 군형을 회복하라고...

결론으로 두려움과 생각의 감옥을 탈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 도움이 있을 수 있으나, 관점을 바꾸며 좋은 면을 보기시작함이 첫걸음이다라고 한다. 좋은 면을 본다는 것은, 내가 삶에서 겪은 모든 경험은 소중하고, 그 경험을 통하여 성장해야 하며, 나에게 닥친 불행은 형벌이 아니라 하나의 도전과제임을 깨닫는 것!!!

생각을 줄이고 뭔가 유의미한 일이 아니더라도 내 정신을 가쁘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 뭔가를 시작하며 2020을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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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to Strangers : What We Should Know about the People We Don't Know (Paperback) - '타인의 해석' 원서
말콤 글래드웰 / Little, Brown and Company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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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Outliers도 좋았는데 이번 책도 매우 신선하고 흥미진진했다. 낯선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그를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그로 인해 많은 오해와 편견을 낳고 심지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실제로 내가 나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데 짧은 시간에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럼에도 우리는 속단을 많이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여기서는 일반인이 아니고 FBI, CIA, 경찰관, 재판관 등등의 사람들도 스파이, 범인, 성범죄자 등을 심문하거나 가려내는데 있어 실수했던 사례를 들어 낯선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Strangers are not easy. (p.50)

난 그 이유가 매우 재미있었다.
Defaulting to truth is a problem.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선하고 진실하며 정직할거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설마 몇년을 같은 사무실에서 저렇게 친절한 모드로 일한 사람이 스파이일까 그럴리 없어라든가, 딸의 코치가 설마 부모가 있는 방안에서 딸을 성추행할리가 그럴리 없어라고 믿는 것! 심증이나 증거가 있어도 충분한 증거(enough evidence)가 안되고, 인간의 선과 진실에 대한 내재된 믿음으로 몇 십년 동안 고소당하지 않고 성추행을 저질러 온 사례는 무섭기까지 하다.

또한,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는 두번째 문제로 transparency를 들고 있다. 상대방의 말과 표정만으로 분명히 명백하게 이해했다고 단정하여 저질러진 범죄의 사례도 있었다. 난 상대가 명백하게 의사 표현했다고 단정했으나, 상대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지나치게 믿어 사기, 속임수, 성범죄를 당하는 default to truth 와 반대로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즉 지나치게 의심하고 상대의 태도로 보아 범죄 가능성이 높음이 명백하다고 단정한 경찰관이 여성을 구금하게까지 이르러 결국 억울한 그 여성은 교도소에서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타인과 부딪칠 때, 스스로에게 where and when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매뉴얼이나 나의 직관을 맹목적으로 적용하면 위험하다는 것. 어쩌면 내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교만을 버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The right way to talk to strangers is with caution and humility.(p. 261)
What is required of us is restraint and humility.(p.343)

역시나, 이 책에도 겸손(humility)을 두 번이나 강조하고 있다. 결국 타인을 이해하는 최선의 방법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이해했다는 자신감으로 평가하려 들어서는 안되고 내 판단과 직감이 옳은지 항상 겸손하게 점검하라는 경종이 울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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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e is tied to very specific places and contexts.
When you confront the stranger, you have to ask yourself where and when you‘re confronting the stranger – because those two things powerfully influence your interpretation of who the stranger is.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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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default to truth-even when that decision carries terrible risks –because we have no choice. Society cannot function otherwise. And in those rare instances where trust ends in betrayal, those victimized by default to truth deserve oursympathy, not our censure. (p.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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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ing for Godot: A Tragicomedy in Two Acts (Paperback)
Beckett, Samuel / Grove Pr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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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늘 내게 산같은 존재였다. 두명의 주인공에 3명의 보조인물이 등장하는 2막으로 된 짧은 분량의 부조리극이지만 마치 엉클어진 내 삶을 보는 것 같아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자극적인 이야기도 클라이맥스도 없는 고전이라 감각적인 스토리에 길들여진 독자나 청중에게는 큰 감동이 없을 수도 있다. 물론 알고 있는 내용인데, 재미있는 연극 대본이라서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싶어 읽었다.

작가가 겪은 이차세계대전으로 인해 20세기에 팽배했던 실존주의와 허무주의를 배경 철학으로 하고 있어서 이야기는 무겁고 침침하며 연극 대본이라 매우 짧은 대사로 구성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 굵직한 보석이 숨겨져 있다.

The tears of the world are a constant quantity. (p. 24)
세상의 눈물의 양은 일정하다고 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누군가는 멈춘다고. 웃음(laugh)도 마찬가지라고.

It’s not every day that we are needed. To all mankind they were addressed, those cries for help still ringing in our ears! But at this place, at this moment of time, all mankind is us, whether we like it or not. Let us make the most of it, before it is too late! (p. 70)
나무 옆에서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밖에 할일 없는 그들이, 50년간 오지 않을 무엇을 기다리는 그들이, 자살하고 싶어도 줄이 없어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그들이, 내일은 줄을 가져 오자 약속하지만 가지고 올 용기조차 없는 그들도, 장님이 되어 넘어져 도움의 소리를 외치는 Pozzo를 도와 주어야 한다는 철학적 메세지를 주는 Vladimir의 대사이다.

Godot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작가도 모른다고 했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늘 고도를 기다려 왔다. 그런데 그것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으면 나도 대답을 못할 것 같지만 오랜 시간 기다렸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걸 직감했다. 글 속의 주인공들이 2번 등장한 소년의 말을 통해 오늘은 오지 못할 것이며 내일은 꼭 Godot가 올 것이라 말하지만 주인공들은 알것이다 결국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고도의 도착으로 그들이 구원받고 의미없던 기다림의 끝을 맛보아야 하지만, 본문 속 대사처럼 고도가 온다해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고(I would’n know him if I saw him. p. 15)오랜 기다림의 보상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두 주인공에게 고도에 대한 평생의 기다림이 있어, 오지 않을걸 알면서 같은 장소에 매번 와서 자살조차 못하고 기다리듯이 기다림 자체가 하루 하루를 살아가게 했던 끈이었는지도.

나에게 Godot가 무엇인지 분명한 때가 있었으나 지쳐서 내려 놓고 오지 않는다 낙담하여 기다리는 소망을 내려 놓아서 무미건조하게 살던 때가 있었다. 물론 열렬하게 기다리던 때였기에 좌절은 매우 컸다. 지금은 나의 Godot가 무엇인지 애매하다.

온다는 확신이 적더라도 기다림이 있던 때가 행복했던 것일까? 다시 Godot를 기다릴 용기가 내게 있을까? 기다림도 상처받을 용기를 전제로 하는구나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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