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보엠은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시간적 제약 때문인지 획기적인 연출을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풍월당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크리스마스 연금 아닌가). 그런데 클라우스 구트의 이 연출은 라 보엠을 스페이스 오페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할 만하다.

 

네 우주인의 이야기라니. 컨셉부터가 흥미진진하다. 보헤미안들이 자유로운 영혼들이라면 이들은 넓고 넓은 우주를 헤매는 영혼들인 것이다. 다만 조금 난해하다. 이런 독특한 연출은 대사와 상황이 딱딱 맞아 떨어져야 제맛인데, 이 연출은 그런 걸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극 초반 네 친구들이 집주인인 베누아(의 시신)을 갖고 대화를 전개하는 장면이 좀처럼 수긍되지 않는다. 몇 번 더 봐야 할 듯. 음악적으로는 다들 괜찮은 편이고, 특히 로돌포 역의 테너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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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품격 - 과학의 의미를 묻는 시민들에게
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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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흔히 보는, 과학이론에 대해서 상세히 기술하는 그런 어려운 책은 아니다. 가볍지만 생각하면서 곱씹을 만한 과학에세이이다. 여기서 과학은 자연과학만을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심리학 등 사회과학까지 포괄한다. 나아가 인문학, 경제학, 미디어까지도 부분부분 건드리고 있어 저자의 폭넓은 오지랖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과학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라는게 책을 들었을 떄 첫 의문이었다. 일단 과학과 평범한 사람의 관계 맺기를 하여 따뜻한 온기와 인간의 숨결로 가득한 과학기술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책을 읽어보니 그 말도 맞지만 나는 좀 다른 생각이 들었다. 과학은, 특히 자연과학은 가치중립적이라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다. 저자는 자신이 소개하는 자연현상에 우리의 삶과 연관지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가 나아가고자 할 제시하거나, 미지의 것이면 4차원적(?) 의문을 던진다. 과학은 가치를 지향하는 인간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이 인류의 종말과 생명의 파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두 함꼐 고민하자는 것, 바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 책은 '지식 큐레이터'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저자 자신이 읽은 책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어 책 큐레이팅의 성격도 지닌다. 대부분의 챕터가 자연-사회 현상을 설명하면서 그에 대한 분석을 담을 책을 함께 소개하는데, 모두 번역이 된 책들이다. 의도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은가. 그 중에는 (돈 없고 시간 없음에도) 읽어보고 싶어지는 게 꽤 있다.

 

현상에 대한 예리한 시선, 기발하게 던지는 질문들, 문득 웃음짓게 하는 유머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좋다.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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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새벽 유투브를 통해 공개된 마드리드 극장 실황공연.

 

코로나19에 따른 극장 폐쇄가 거의 풀린 이후, (다른 공연도 많이 있었겠지만,) 내가 유투브를 통해 본 최신 공연이 공교롭게도 모두 '라 트라비아타'이다. 두 공연 모두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연주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관악기 연주자들은 당연히 아니고...

 

 

 

합창단도 시작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무대는 정사각형의 격자로 되어 있는데, 대략 1m 정도 되어 보인다. 이 격자는 거리두기 간격과 동선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1막에서 주요 인물들은 별도 공간이 있는데, 마치 제 영역인 마냥 저 안에만 움직인다. 뒤의 합창단도 역할이 없을 때에는 뒤돌아 선다. 무대연출을 최소화 한, 거의 콘서트 형식인 것이다. 움직임이 적으니 재미가 덜할 수밖에. 1막 카발레타도 춤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래해야 제 맛인데, 저 정도 수준에서만 움직이니 흥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노래와 표정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접촉해야 하는 장면은 어떻게 처리할까?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에게 동백꽃을 건네는 건? 편지나 장부를 건네는 건? 그랑빌이 진찰하는 건?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안아주는 건? 초현실적으로 무난하게 했다.

 

 

2막 전반부는 합창단이 없으니 비교적 무대를 넓게 쓴다. 그래도, 격자 무늬를 따라 절대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움직인다.

 

 

비올레타가 충격으로 기절해도 보는 둥 마는 둥... 

 

 

죽어가도 절대로 옆으로 가지 않는다. 

 

 

무대인사도 출연진들이 손잡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올레타 역의 마리나 레베카는 꽤 잘 소화했길래 찾아보니 '라 트라비아타' 찾아보니 전문 가수인 것 같다. 제르몽은 좋았으나, 알프레도 역의 마이클 파비오는 약해 보인다. 오케스트라는 힘아리가 없긴 했지만 서정적이었다.

 

(다만, 비올레타의 아줌마 머리는 참 맘에 안들었음. 50 다 된 줄 알았는데 나랑 동년배란다. 헐;;;)

 

 

재미있는 사실은 비올레타의 병명이 '결핵'이라는 점이다(「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시공사, 2007). 결핵균과 바이러스는 분명 다르지만, 비말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간 공연에서의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진한 로맨스 씬들은 상당히 비위생적이고 전염 위험이 매우 높았던 셈. 이에 반해 루치아노 파바로티 극장 공연과 이 공연은 '의학에 기반한 매우 사실적'인 프로덕션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앞으로 '방역'이라는 한계 내에서 제작자들이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어떤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유혹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마르* 쿠** 처럼 더듬는 거 좋아하는 연출가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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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블루레이] 모차르트 : 돈 조반니 [한글자막]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외 / C Major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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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칸젤로가 돈 조반니를 연기한 첫 영상물이란다. 그간 레포렐로 역을 맡았는데, 레포렐로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

 

무대연출은 최대한 간소화되어 있고, 침대 하나 달랑 놓여 있는 장면이 많다. 마을잔치를 난교파티로 둔갑시키는 등 에로틱한 연출을 했고, 그래서 그런지 소프라노들은 비주얼 보고 캐스팅 한 듯하다. 정열의 다르칸젤로를 비롯해서 노래는 다 좋은데, 다만 엘비라 역의 목소리가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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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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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의 영화 '투캅스'는 부패 경찰이 경찰대 수석 출신 신입 파트너를 만나면서 이 둘이 상대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입 경찰 박중훈은 순식간에 부패 경찰이 되고, 여기에 질린 선임 안성기가 '남들 20년 걸려 썩은 걸 넌 1년도 안되어서...' 대충 이런 말로 비판한다.

 

지금 그 말이 어울린다. 새누리당이 - 그 전신을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 그 적폐가 쌓이는 데에는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대안세력으로 집권한 민주당은? 똑같이 되는 데 3년도 안 걸렸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되기 위해 집권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진보'를 자처하는 권력의 빠른 부패와,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지지를 거두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한국일보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 흥미로운 접근법을 시도한다. 다양한 인문학적 이론이나 현상들을 집권세력의 현실에 대입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월터 옹, 발터 베냐민, 조지 레이코프, 브레히트 등이 언급된다. 그렇기에 설득력이 상당히 높다. 다만, 이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글을 썼는지, 그리고 저자의 인용이 적절했는지는 앞으로 내가 독서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다.

 

저자는 한국일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진보를 비판한 반면, 주간동아에서는 대안으로서의 보수의 전략을 제안하는 연재 칼럼을 썼는데 이것도 단행본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주당이 부패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이념'이 아닌 '시스템'이라는 걸 깨달았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제대로 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몰락한 것은 그들이 쌓아온 산업화라는 서사가 수명이 다 된 것이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통 보수, 애국 보수, 도덕적인 보수, 존경받는 보수가 '육성'되어야 함을 실감한다. 그래야 부패하지 않은 진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는 것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지겹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고도 싶다. 그럼에도 굳이 구입하여 읽은 것은, 그가 지금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한 표를 행사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들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하고 있는 그를 후원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싸움이 되길.

 

(아래에 몇몇 문장 인용)

버티고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눈을 믿지 말고 계기를 믿으라.‘ 인간에게 그 계기는 물론 ‘이성‘이리라. - P29

대중이 매트릭스 안에서 허황하게 평등사회의 꿈을 꿀 때, 그 세계의 아키텍트들은 매트릭스 밖에서 야무지게 "강남에 건물을 소유해 편히 살" 꿈을 꾼다. 대중의 꿈이 관념론적이라면, 아키텍트들의 꿈은 유물론적이다. 이것이 매트릭스의 기능이다. - P38

민주당은 팬덤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자위 도구가 되었다. 팬덤을 쫓아 그들의 망상 속으로 따라 들어가버렸다. - P71

마케팅 정치는 공적 사안을 사적 용무로 바꾸어놓는다. 공적 활동으로서 정치가 사적 소비행위로 사라질 때 위기에 처하는 것은 공화국의 이념이다. - P79

기억하라. 히틀러는 43.9퍼센트의 지지로 집권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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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isee 2020-12-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윤석열의 검찰이 편파적이라고 보는데 아닌가요? 이명박의 다스재판도 그 당시에는 무죄라고 했다가 이제와서는 감옥으로 보냈지요. 김학의 사건도 동영상이 있어도 누군지 판단할 수 없다고 무혐의 처리했지요. 또 장모사건을 보면 통장잔고증명은 위조했다. 그러나 고의성은 없었다. 다른 지적은 그런다고 합시다.지금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할뿐 아니라, 검찰개혁을 못하게 할려고 발버둥을 치는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