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 저들은 대체 왜 저러는가?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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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의 영화 '투캅스'는 부패 경찰이 경찰대 수석 출신 신입 파트너를 만나면서 이 둘이 상대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입 경찰 박중훈은 순식간에 부패 경찰이 되고, 여기에 질린 선임 안성기가 '남들 20년 걸려 썩은 걸 넌 1년도 안되어서...' 대충 이런 말로 비판한다.

 

지금 그 말이 어울린다. 새누리당이 - 그 전신을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 그 적폐가 쌓이는 데에는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대안세력으로 집권한 민주당은? 똑같이 되는 데 3년도 안 걸렸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되기 위해 집권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진보'를 자처하는 권력의 빠른 부패와, 그럼에도 지지자들이 지지를 거두지 않는 현상을 지적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한국일보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 흥미로운 접근법을 시도한다. 다양한 인문학적 이론이나 현상들을 집권세력의 현실에 대입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월터 옹, 발터 베냐민, 조지 레이코프, 브레히트 등이 언급된다. 그렇기에 설득력이 상당히 높다. 다만, 이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글을 썼는지, 그리고 저자의 인용이 적절했는지는 앞으로 내가 독서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들이다.

 

저자는 한국일보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진보를 비판한 반면, 주간동아에서는 대안으로서의 보수의 전략을 제안하는 연재 칼럼을 썼는데 이것도 단행본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주당이 부패하는 과정을 보면서, 나는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이념'이 아닌 '시스템'이라는 걸 깨달았다.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제대로 된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몰락한 것은 그들이 쌓아온 산업화라는 서사가 수명이 다 된 것이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정통 보수, 애국 보수, 도덕적인 보수, 존경받는 보수가 '육성'되어야 함을 실감한다. 그래야 부패하지 않은 진보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책을 읽는 것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다. 지겹고, 그 시간에 다른 걸 하고도 싶다. 그럼에도 굳이 구입하여 읽은 것은, 그가 지금 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한 표를 행사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들로부터 민·형사 소송을 당하고 있는 그를 후원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그의 마지막 싸움이 되길.

 

(아래에 몇몇 문장 인용)

버티고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눈을 믿지 말고 계기를 믿으라.‘ 인간에게 그 계기는 물론 ‘이성‘이리라. - P29

대중이 매트릭스 안에서 허황하게 평등사회의 꿈을 꿀 때, 그 세계의 아키텍트들은 매트릭스 밖에서 야무지게 "강남에 건물을 소유해 편히 살" 꿈을 꾼다. 대중의 꿈이 관념론적이라면, 아키텍트들의 꿈은 유물론적이다. 이것이 매트릭스의 기능이다. - P38

민주당은 팬덤의 쾌락을 만족시키는 자위 도구가 되었다. 팬덤을 쫓아 그들의 망상 속으로 따라 들어가버렸다. - P71

마케팅 정치는 공적 사안을 사적 용무로 바꾸어놓는다. 공적 활동으로서 정치가 사적 소비행위로 사라질 때 위기에 처하는 것은 공화국의 이념이다. - P79

기억하라. 히틀러는 43.9퍼센트의 지지로 집권했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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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isee 2020-12-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윤석열의 검찰이 편파적이라고 보는데 아닌가요? 이명박의 다스재판도 그 당시에는 무죄라고 했다가 이제와서는 감옥으로 보냈지요. 김학의 사건도 동영상이 있어도 누군지 판단할 수 없다고 무혐의 처리했지요. 또 장모사건을 보면 통장잔고증명은 위조했다. 그러나 고의성은 없었다. 다른 지적은 그런다고 합시다.지금 검찰이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할뿐 아니라, 검찰개혁을 못하게 할려고 발버둥을 치는게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