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새벽 유투브를 통해 공개된 마드리드 극장 실황공연.

 

코로나19에 따른 극장 폐쇄가 거의 풀린 이후, (다른 공연도 많이 있었겠지만,) 내가 유투브를 통해 본 최신 공연이 공교롭게도 모두 '라 트라비아타'이다. 두 공연 모두 방역 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연주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관악기 연주자들은 당연히 아니고...

 

 

 

합창단도 시작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무대는 정사각형의 격자로 되어 있는데, 대략 1m 정도 되어 보인다. 이 격자는 거리두기 간격과 동선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1막에서 주요 인물들은 별도 공간이 있는데, 마치 제 영역인 마냥 저 안에만 움직인다. 뒤의 합창단도 역할이 없을 때에는 뒤돌아 선다. 무대연출을 최소화 한, 거의 콘서트 형식인 것이다. 움직임이 적으니 재미가 덜할 수밖에. 1막 카발레타도 춤추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래해야 제 맛인데, 저 정도 수준에서만 움직이니 흥이 나지 않는다. 오로지 노래와 표정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것.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접촉해야 하는 장면은 어떻게 처리할까?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에게 동백꽃을 건네는 건? 편지나 장부를 건네는 건? 그랑빌이 진찰하는 건? 제르몽이 비올레타를 안아주는 건? 초현실적으로 무난하게 했다.

 

 

2막 전반부는 합창단이 없으니 비교적 무대를 넓게 쓴다. 그래도, 격자 무늬를 따라 절대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움직인다.

 

 

비올레타가 충격으로 기절해도 보는 둥 마는 둥... 

 

 

죽어가도 절대로 옆으로 가지 않는다. 

 

 

무대인사도 출연진들이 손잡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올레타 역의 마리나 레베카는 꽤 잘 소화했길래 찾아보니 '라 트라비아타' 찾아보니 전문 가수인 것 같다. 제르몽은 좋았으나, 알프레도 역의 마이클 파비오는 약해 보인다. 오케스트라는 힘아리가 없긴 했지만 서정적이었다.

 

(다만, 비올레타의 아줌마 머리는 참 맘에 안들었음. 50 다 된 줄 알았는데 나랑 동년배란다. 헐;;;)

 

 

재미있는 사실은 비올레타의 병명이 '결핵'이라는 점이다(「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 시공사, 2007). 결핵균과 바이러스는 분명 다르지만, 비말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간 공연에서의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진한 로맨스 씬들은 상당히 비위생적이고 전염 위험이 매우 높았던 셈. 이에 반해 루치아노 파바로티 극장 공연과 이 공연은 '의학에 기반한 매우 사실적'인 프로덕션이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앞으로 '방역'이라는 한계 내에서 제작자들이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 어떤 아이디어로 관객들을 유혹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마르* 쿠** 처럼 더듬는 거 좋아하는 연출가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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