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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삼국지 - 군웅할거에서 통일전쟁까지 184~280
최진열 지음 / 미지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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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부터 소설 삼국지를 열독했고, 결국 그것이 전공이 되고 직업이 된, 성덕을 이룬 사람이 풀어쓴 삼국시대 역사 이야기이다. '풀어썼다'고는 하지만 그건 내용이 재미있어서 그런 것이고, 실제로는 꽤 분석적이고 통계적이며, 그래서 학문적이다. 본인이 심심풀이로 직접 그렸다고 하는 지도도 그렇거니와 삼국시대 당대 호구와 인구 수, 행정제도, 전술, 그리고 각 군벌들의 승률까지 계산한 것을 보면 단순한 다이제스트는 아니다. 무엇보다 페이직 수가 1천쪽이 넘는 대작이다.


역사학자로서, 저자는 진수의『삼국지』와 배송지주, 『후한서』와 『자치통감』을 중심으로, 각종 역사서들의 기록과 중국 논문을 소개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설과 다른 점들을 많이 부각시키고 있다.


저자는 진수의 『삼국지』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진수는 관리였고, 전통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서는 정치서적에 가까웠다. 출세가 필요했던 그는 사마의 부자, 그리고 그 선대왕조인 조조의 영웅적 행적들을 부각하고 공격받을 만한 점은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덮었다. 결과적으로 당대에는 잘 쓴 역사서라고 호평을 받은 듯하지만, 저자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삼국지』가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추기 위한 책'이라고 비평한다. 이와 비슷한 표현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단순히 소설 삼국지의 허구나 오류만을 지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학자의 저서답게 여러 학설을 소개하거나 본인의 독자적 가설도 제시하고 있다. 오장원의 위치에 대해, 지금 중국에서는 두 개 성(城)에서 오장원 관광지를 조성해서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역사서의 기사들과 직접 답사한 결과 지형도를 비교하면 전투에 부적합하고 실제로는 '무공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랫동안 동맹관계였던 촉과 오가, 가상으로 위 영토를 분할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 흥미로운 대목이다. 


무엇보다 유비의 한중 정복과 관우의 북진을 '병진 정책'으로 보고 나란히 설명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유비는 익주에서 장안을, 관우가 강릉성에서 낙양을 취하는 것이 제갈량의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비가 한중만을 취하고 회군하면서 관우는 고립되어 패배하고 사망하고 유비는 형주를 영원히 잃게 된다. 그 이후 천하통일의 기회도.


삼국지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어릴적 그 DNA가 새겨진 사람으로서, 인물들에 대한 비평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사마천의 열전처럼) 소설에서 덜 부각되거나 실제 역사에서 잊혀진 인물들도 많이 소개하고 있다.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에 대한 평가가 흥미로운데, 저자의 기울어진 애정이 엿보인다. 일단 도원결의에 대해, 당시에는 의형제라는 게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이들이 형제처럼 지내기는 했다. 유비 집단은 동고동락의 임협집단 또는 건달 패거리여서 끝까지 우정을 나눈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도대체 왜 유비가 말도 안 되게 동오를 침공했을까, 정치적으로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의문이었는데, 저자는 별다른 이유는 없으며 단순히 의리, 복수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관우에 대해서는, 관우가 신격화되어가는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실제로 소설이든 정사이든 관우의 전투에 기록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유비 집단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잘 지내지 못하는 타입이었다고 보면서, 보다 인간적인 관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억울한 건 장비. 소설의 영향으로 장비가 허구헌날 술 처먹고, 사람 치고, 사고를 친다는 이미지를 갖지만, 그가 한 실수들이 '술' 때문이라는 기사는 없다고 한다. 오히려 그가 유비와 겹사돈을 맺은 점, (젊어서 병사해 벼슬을 알 수 없는 장포는 제외하고) 그의 자손들이 문관이었다는 점을 들어, 그도 어느 정도 지략이 있는 사람이었을 거라 본다.


제갈량에 대해서는, '관리로서는 일급이었지만, 군사로서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진수 등의 평가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을 제시한다. 북벌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전투에서 승률은 높았고, 심지어 사마의와의 대결에서도 패배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유비의 죽음 후의 삼국지 이야기가 루스해졌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제갈량의 5차례에 걸친 북벌 정도만 상세하게 분석하고 그 후는 빨리 전개한다. 정치사는 크게 다루지 않는데, 특히 오의 정치사는 아오안이 된다. 양호와 육항의 '미담 전투'도 아예 빠져 있다. 대신 서진의 흥망사를 마지막장에 간략히 서술하고 저자 후기도 없이 끝내버린다. 아주 담백한 구성이다.


나는 이 책을 송도진 역『삼국지』를 읽으며 이 책을 발견했고, 함께 읽어 나갔다. 송도진 삼국지 역시 주석이 방대하고 꼼꼼하면서 여러 사료를 직접 풍부하게 담고 있는 점이 좋았는데, 이 책은 더 넓은 시야에서 세세한 지도와 함께 보여준 점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소설은 물론 만화와 게임 삼국지 마니아들로 가득한 나라인데, 이런 책이 왜 여지껏 없었는지 모르겠다. 유투브에 저자 강의도 있으니, 읽는게 힘드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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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병자들 - 1914년 유럽은 어떻게 전쟁에 이르게 되었는가
크리스토퍼 클라크 지음, 이재만 옮김 / 책과함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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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는 있으나 결코 쉽게 읽을 수 없는 책. 열강 간 무수한 충돌과 동맹이 씨줄과 날줄을 이루어 1차 세계대전을 엮어내지만 그에 대한 주석이 턱없이 부족하다. 독일의 ‘잔지바르에서의 수상한 거동‘이라는데, 색인에는 ‘잔지바르‘가 이거 하나 뿐이다. 그리고 1894-1895년 ‘중‘일전쟁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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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씌어진 이름 1 - 제1부 광복
복거일 지음 / 백년동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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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거일이라는 이름은 거부감을 주지만, 지금은 조정래라는 이름도 신뢰하지 않는다. 이승만의 진짜 모습은 독부와 국부 사이의 중간쯤이라 생각하며, 작가가 묘사하는 '고뇌하는 고독한 독립운동가'로서의 이승만은, 그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라고 본다. 


이승만 뿐 아니라, 3.1 운동 이후 우리나라의 김구의 임시정부를 포함한 독립운동사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전체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간만에 한국근현대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철저히 반공주의 입장을 취하는데, 이는 작가의 성향이 원래 그렇다는 점을 감안해야겠다.


말미에, 미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승인을 위한 이승만의 노력을 방해한 사람이  국무부에 근무하는 소련 스파이였다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롭다. 다른 책들을 통해 검증을 해봐야겠다.


연대기적 서술이 아니라 다소 왔다갔다 하는게 다소 혼란스럽지만(심지어 튜튼족과 슬라브족의 대결까지 거슬러가다니;;;) 한국의 독립운동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조망하는 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 되었는데, 이런 류의 책들이 소설 뿐 아니라 대중을 위한 역사서로도 많이 나왔으면 한다. 무장 투쟁'만'을 정통으로 여기는 독립운동사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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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세계사 -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피터 프랭코판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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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라시아의 길‘이라는 렌즈를 통해 보는 세계사. 저자에 따르면 인류의 모든 번영과 전쟁은 유라시아에서 비롯되었다. 그 주체가 유라시아의 유목민족이든, 서방국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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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볼리바르 - 남미의 해방자, 다섯 국가의 아버지, 비운의 혁명가
기예르모 안토니오 셔웰 지음, 이만휘 옮김 / 행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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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등 세 나라를 스페인의 압제에서 해방시키고 건국으로 이끈 사람의 이야기. 베네수엘라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혁명전쟁에 투신하고, 거대한 스페인 진압군에 맞서 숱한 좌절을 겪으면서도 결국 조국은 물론 스페인령의 이웃나라들까지 해방시키는 이야기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단지 여러 식민국가들의 해방만 꿈꾸었던 게 아니다. 사상가였던 그는 독립국가들이 연합한 '콜롬비아'라는 통합국가를 제창했다. 아마도 미국이 앞서 연방제 국가를 만들었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파나마 지협이 고대 그리스의 코린토스처럼 각국의 공화국, 왕국, 제국의 대표들이 한데 모여 세계의 평화와 전쟁에 관한 중대한 사안을 논의하는 거대한 회의장이 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신께서 언젠가 우리가 그곳에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행운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와 같은 협력의 장이 언젠가 아메리카에서 다시 열리는 순간이 실현되기를 기도합니다.  - 103쪽, 볼리바르의 '자메이카 서한' 中에서


망명 기간 중, 고대 그리스의 '코린토스 회의'를 모델로 그가 밝힌 구상은 '남아메리카 국가연합' 제안으로 구체화된다.


체결 당사국들은 전쟁 이전의 경계에 따라 확정된 각국 영토의 완결성을 상호 보장한다. 단 적법한 절차에 따라 둘 이상의 지역이 자발적으로 통합되어 단일한 국가를 구성한 경우는 예외로 한다. - 162쪽, 볼리바르가 구상한 '남아메리카 연합' 조약의 초안 中에서


그의 구상이 실현되었다면, 지금쯤 우리는 미 대륙을 '북미국'과 '남미국'으로 부르고 있었을 수 있다. (통합) 콜롬비아는 미국, 중국과 더불어 G3 국가로, 스페인어가 영어와 더불어 세계 공용어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독재자가 지배하고 미국과 대립하는(그래서 대통령이 체포당해 미국으로 송환된) 그런 나라라는게 베네수엘라의 현실이다. '볼리비아'라는, 그의 이상에 훨씬 못 미치게 단지 일부만 남은 나라이름이 안타깝다.


그런 아쉬움 때문인지, 저자는 책에서 볼리바르를 신격화한 반면, 그의 정적들을 '배신자', '배은망덕한 자'로 부르고, 스페인 군이나 남미 왕당파에게는 도살자 이미지를 덧씌운다. 그런 인간들 때문에 남미가 지금 이모양 이꼴이라는 것일 게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역사의 전개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정치의 복잡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3.1운동 이후 곳곳에 수많은 임시정부가 난립했다. 뜻있는 독립운동가들이 힘을 합해 겨우 상하이에 통합 임시정부를 하더라도 기호파와 서북파의 대립이 극심했다. 지금의 우리는 그러한 분열 자체를 비난하지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결국 임정을 끝까지 지켜낸 김구가 지금까지 찬사를 받고 있는데, 볼리바르와 같은 경우일 것이다.


볼리바르의 신화화, 정적들의 악마화라는 선악구도의 이분법적이고 평면적 서술은 책에서 다룬 당시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흐리게 한다. 예컨대, 누에바그라나다, 자메이카, 아이티 등이 볼리바르를 군사적-물질적으로 후원하는데, 그의 인품 또는 그의 비전에 감회되어서인 것처럼 쓰고 있다. 분명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텐데, 볼리바르의 사상과 군사행동에 집중한 나머지 그것을 다루지 않은 점은 무척 아쉽다. 남미 혁명전쟁을 다룬 다른 책들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남미 역사에 대해서는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같은 개괄서가 대부분이고, 특정인물의 행적을 심층적으로 다룬 것은 '체 게바라'를 제외하면 아마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책을 기획해 준 출판사에 매우 감사하다. 



덧) 위 인용문의 '코린토스 회의'는, 다행히 지금 읽고 있는 에이드리언 골즈워디의 『필리포스와 알렉산드로스』에서 상세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기원전 338년 말 또는 337년 초, 마케토니아의 왕 필리포스는 그리스의 모든 그리스 국가의 대표들이 참석한 동맹회의를 주재했다(스파르타는 응하지 않았다). 여기서 '코린토스 동맹'이 결성되었는데, 모든 그리스 국가 사이에서 대표 회의와 화평 조약이 성립되었고, 이로써 각 나라가 자국의 정체를 선택하고 독립을 유지할 권리가 인정되었다. 사실상 동맹의 목적은 각국의 국내 정치와 국가 간 관계들을 현상태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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